입장 바꿔 생각해 봐!
몇 년 전, 가장 친한 친구와 다툰 적이 있어요. 순간, 머리가 하애지면서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어요. 분한 마음만 들 뿐이었지요. 며칠이 지나도 화가 가라앉지 않았어요. 친구에게 전화를 해 보았지만, 서로 응어리가 풀리지 않아서인지 뻣뻣하게 몇 마디 나누고는 전화를 끊었답니다. 그 뒤, 그 친구와는 아주 멀어지고 말았어요.
가장 소중한 친구를 잃은 것은 참 가슴 아픈 일이에요. 전 요즘도 가끔 그때 일을 떠올린답니다. 친구가 왜 갑자기 화를 냈을까? 친구의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 볼걸. 그럼 이해할 수 있었을 텐데……. 뒤늦은 후회가 밀려오면, 좀 더 마음을 열지 못한 자신이 원망스럽기까지 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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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도 친구와의 갈등 때문에 속상했던 적이 있을 거예요. 친구가 나를 이해해 주지 않는 것 같아서 말이죠. 그럴 땐 속으로 끙끙 앓지 말고, 친구의 말에 귀를 기울에 보세요.
『선영이, 그리고 인철이의 경우』(사계절)는 짝꿍인 두 아이, 선영이와 인철이가 둘도 없는 친구가 되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에요.
선영이는 인철이가 초등학교에 들어온 지 6년 만에 처음으로 만난 여자 짝꿍이랍니다. 인철이는 성격도 시원시원하고 마음씨도 착한 선영이가 마음에 쏙 들었지요. 그런데 2학기가 되자, 선영이가 아주 이상해졌어요. 그렇게 착했던 아이가, 뭐든 제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짜증을 내고 소리를 질러 댔지요. 인철이는 선영이가 왜 이렇게 변한 건지 알 수가 없어 당황해한답니다.
그런데 선영이의 갑작스러운 변화에는 다 사연이 있어요. 방학 동안 선영이에게 아주 심각한 일이 있었거든요. 엄마 아빠가 이혼을 한 거예요. 선영이는 모든 것이 재미없고 피곤하게 느껴졌어요. 누군가에게 고민을 털어놓고 싶어도 그럴 친구가 없어서 답답함이 더욱 커져 갔지요. 그래서 짝꿍인 인철이에게 괜히 신경질에 짜증을 부렸던 거예요.
인철이와 선영이는 각자의 생각에만 파묻혀 상대방을 이해하지 못해요. 인철이는 선영이가 못되게 변했다고 생각하고, 선영이는 딱히 잘못한 것도 없는 인철이를 괜히 꼴보기 싫어하지요. 하지만 독자들은 인철이와 선영이의 입장을 모두 이해할 수 있답니다. 같은 날 벌어진 일을 두고, 인철이와 선영이의 속마음을 번갈아 가면서 읽을 수 있거든요.
혼자 속앓이를 하는 인철이와 선영이가 모두 답답해 보인다고요? 그래서 인철이가 용기를 낸답니다. 선영이에게 다가가서 무슨 일이냐고 묻지요. 그러자 선영이는 쭈뼛쭈뼛 인철이에게 고민을 털어놓아요. 그제야 인철이는 선영이의 입장을 이해하고요. 아무도 모르는 비밀을 나눈 선영이와 인철이. 둘 사이에는 끈끈한 우정이 자라나지요. 마음을 열고 다가가니, 든든한 친구가 선물처럼 생긴 거예요!
『장건우에게 미안합니다』(바람의아이들)는 두 아이가 서로에 대한 오해를 푸는 과정을 그리고 있어요. 사건은 이렇게 시작해요. 어느 날, 미진이가 우유를 마시고 있는 건우를 사물함 쪽으로 끌고 가서는 양쪽 뺨을 때려요. 소영이가 게임 벌칙으로 시킨 거니까 원망하지 말라면서요. 건우는 눈물이 핑 돌지요.
건우는 그때부터 학교에 가기가 싫어졌어요. 분명히 미진이와 소영이가 자기를 울렸는데, 선생님은 오히려 그 둘을 감싸 주었거든요. 미진이와 소영이는 가정 환경이 안 좋은데, 건우는 부족한 것이 없이 자랐다며 말이죠. 많이 가진 사람이 나눠야 하는 법이라나요?
건우는 너무 억울했어요. 아무 잘못도 없이 아이들 앞에서 뺨을 맞았잖아요. 그런데 선생님은 왜 미진이와 소영이 편만 들어주는지 이해할 수 없어요. 아무리 게임이라도 사람을 때리는 것은 나쁜 일이니까요.
그런데 소영이 이야기를 들어보면, 조금 달라요. 소영이도 억울한 점이 많대요. 이번 일은 미진이가 건우의 관심을 끌려고 꾸민 일이거든요. 게다가 아프게 때린 것 같지도 않은데 엉엉 우는 건우가 오히려 속이 좁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의리를 지키려고 아무 말도 안 했지만, 사실 남의 뺨을 때리고 오라는 벌칙도 자기가 정한 게 아니었어요. 미진이가 선생님한테 혼날 것이 무서워서 자기한테 뒤집어씌운 거였죠.
같은 일인데도 건우의 입장과 소영이의 입장이 많이 다르지요? 그래서 선생님이 나섰어요. 선생님은 반 아이들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해요. 늘 주눅 들어 있는 소영이에게 따뜻한 관심을 보이고 싶었다고 말이죠. 하지만 그 바람에 상처를 받은 친구들이 생긴 것 같아 미안하다고 사과를 해요. 그러면서 재미있는 놀이 하나를 제안한답니다. 바로, 말 걸기 놀이! 반 친구들에게 다가가서 평소에 하고 싶었던 말을 하는 거예요. 이 놀이를 계기로, 건우와 소영이는 오해를 푼답니다. 서로의 속마음을 나누고 나니, 서운했던 마음이 눈 녹듯 사라졌거든요.
오해가 풀려서 다행이죠? 역시 화해하는 데는 서로의 입장을 하나하나 들어 보는 것이 최고인 것 같네요. 친구들도 이 점 꼭 기억하세요.
『선영이, 그리고 인철이의 경우』(김소연 글/손령숙 그림/사계절)
=> 절판되고 개정판 <내 짝꿍의 비밀>(사계절)로 다시 나왔습니다.
『장건우에게 미안합니다』(이경화 글/바람의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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