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것저것/초등 독서평설 - 책읽어주는선생님

[2010년 1월] 내 삶의 주인은 바로 나

by 오른발왼발 2010. 10. 20.
728x90

 

내 삶의 주인은 바로 나

 

 

제가 초등학교 다니던 때가 벌써 30년도 넘었지만 예나 지금이나 바뀌지 않는 풍경들이 있어요. 그 가운데 하나는 학교 앞에서 파는 병아리들이에요. 예전만큼 자주는 아니라도 요즘도 봄이면 학교 앞에는 병아리 장수가 나오곤 하죠.

앙증맞은 노란색 병아리는 아이들의 눈을 단박에 사로잡아요. 하지만 병아리를 사는 아이들은 대개 저학년 아이들이에요. 고학년들은 잠깐 들여다보기는 해도 사는 경우는 드물지요. 병아리를 사 가지고 가봐야 얼마 못 가서 죽는다는 걸 경험으로 이미 알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아주아주 가끔 그 병아리가 죽지 않고 크는 경우도 있어요. 우리 집에도 이 놀라운 일이 벌어졌죠. 동생이 사온 병아리가 아주 잘 자란 거예요. 그런데 문제가 생겼죠. 병아리, 아니 닭은 하루에도 몇 번씩 “꼬끼요~!” 하고 울어 댔어요. 가끔은 담을 넘어 옆집으로 넘어 옆집에 들어가기도 하고요. 결국 녀석은 동네 천덕꾸러기남에게 무시당하고 푸대접받는 사람이나 물건가 되고 말았지요. 엄마는 닭이 다른 집에 가지 못하도록 한쪽 다리를 줄로 매어 두셨어요. 그런데 그게 또 문제였어요. 닭이 커 가면서 발에 묶어 놓은 끈이 조이기 시작한 거예요. 결국 닭의 다리가 이상하게 변하고 말았지요.

그 모습을 안쓰러워하던 엄마는 닭을 가지고 시장에 가셨어요. 옛날에는 시장에 가면 살아 있는 닭을 바로바로 잡아 주곤 했거든요. 우리 집 마당에서 천덕꾸러기처럼 지내던 닭은 그날 백숙이 되어 식탁 위에 올라왔어요. 평소에는 잘 먹던 닭이었지만 그 닭은 차마 먹을 수가 없었어요. 저는 아무 말 없이 맨밥만 먹다 일어나고 말았답니다.


책장 넘기기

알을 깨고 막 나왔을 때 노란 병아리의 모습은 다 똑같아 보여요. 그런데 얼마 지나고 나면 사람들은 병아리들의 엉덩이를 벌려 보고 암평아리와 수평아리를 구별해요. 그리고 알을 낳지 못하는 수평아리들은 대부분 어디론가 보내지지요. 그 가운데 일부가 바로 학교 앞에서 파는 수평아리예요.

 
하지만 암평아리와 수평아리를 구별하는 게 좀 까다롭다 보니 아주 가끔씩은 잘못 분류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어요. 『열혈 수탉 분투기』(창신강 글/전수정 옮김/션위엔위엔 그림/푸른숲)에 나오는 주인공도 운 좋게 암평아리로 분류되는 덕분에 살아남을 수 있었죠. 사실 주인공은 처음 태어났을 때부터 다른 닭들과는 많이 달랐어요. 사람들이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고, 생각도 할 수 있었거든요.

『열혈 수탉 분투기』에서, 닭들은 태어나면서부터 무척 힘든 삶 속에 내던져져요. 특히나 수평아리는 힘겹게 알을 깨고 나온 지 얼마 안 지나서 바로 위기에 놓이지요. 몇 마리를 빼고는 모조리 고깃감으로 팔려 나가고, 그 몇 안 남은 수평아리들도 서로 경쟁을 해야 하거든요. 단 한 마리의 수탉이 남을 때까지요. 만약 한 무리 속에 두 마리 이상의 수탉이 있으면 닭들도 두 패로 나뉘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물론 주인공 역시 수탉이라는 것이 밝혀진 뒤로 이 경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지요.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면 수탉들이 이런 운명을 갖게 된 건 수탉 스스로 원해서가 아니에요. 모두 사람들이 정해 준 운명이죠. 사람들에겐 알을 못 낳는 수탉은 별 필요가 없으니까요. 게다가 닭 무리가 여러 패로 나뉘는 걸 원하지 않기 때문에 오직 한 마리의 수탉만 남겨야 했던 거지요.

사람들이 하는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생각도 하지 못하는 다른 닭들은 이런 사실을 알지 못해요. 그저 당장 살아남기 위해서 배불리 먹고, 그러다 질 좋은 고깃감이 되어 팔려 가고 말지요.

하지만 주인공은 어렴풋이 이런 사실을 눈치 채요. 또 자신이 왜 다른 수탉들과 경쟁하고 피 흘리며 싸워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하죠. 마침내 마지막 한 마리의 수탉으로 남아 무리를 이끌게 되었을 때도 결코 그 삶에 만족하지 않아요. 그리고 용기를 내지요. 사람들이 정해 놓은 닭의 운명을 따르지 않기로 한 거예요. 방법은 단 하나! 자신과 함께 지내던 무리와 함께, 지금까지 살아온 주인집 마당을 떠나는 거예요.

운명이 자신의 것이라고 당당히 외치며, 스스로를 일구어 나가기로 결심한 우리의 주인공. 과연 그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더 행복해질 수도 더 불행해질 수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것이 자신이 선택한 삶이라는 점이죠. 스스로 주인이 되는 삶, 그것만큼 중요한 게 또 있을까요?

 

 
 
함께 읽으면 좋은 책

 
『마당을 나온 암탉』(황선미 글/김환영 그림/사계절)

암탉이라고 해서 결코 수탉보다 행복하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암탉의 삶이란 그저 양계장에서 주는 모이를 먹고 알을 낳는 게 전부니까요. 암탉 ‘잎싹’은 이런 삶에서 벗어나 자유를 찾기 위해 떠나요. 잎싹 앞에 어떤 모험이 펼쳐질지 함께 지켜볼까요?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