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 네 꿈이 뭐니?

 

네 꿈이 뭐니?

 

제가 살고 있는 곳 근처에는 ‘학원가’라고 불리는 곳이 있어요. 학원들이 길 양쪽을 가득 메우고 있거든요. 밤이 되면 이곳은 백화점보다 더 붐벼요. 학원 버스에, 차를 대고 아이를 기다리는 엄마들로 가득 차기 때문이죠.

이곳을 지나며 만나는 아이들 대부분은 초등학생이에요. 제가 초등학교 다닐 때와는 너무 달라진 모습이지요. 예전에도 공부는 중요했어요. 시험도 자주 봤고, 그래서 과외를 하는 아이들도 꽤 있었죠. 그렇지만 지금처럼 영어, 수학, 과학, 논술 등 여러 가지를 배우기 위해 두세 개가 넘는 학원에 다닌다는 건 상상도 못했어요.

하긴 중학교에 들어가고 나서야 겨우 ‘A, B, C, D ……’를 배웠던 예전과 지금은 상황이 달라도 아주 다르죠. 그래서 비교하는 것 자체가 별 의미가 없을 지도 몰라요. 하지만 확실한 건 날이 수록 어린 친구들이 공부에 내몰리고 있다는 점이에요.

문제가 있는 건 분명한데 뾰족한 해결 방법은 잘 모르겠어요. 그렇다고 이런 현실을 무시할 수도 없지요. 공부라는 건 꼭 필요하고, 기왕 공부를 할 바에는 어렸을 때 열심히 하는 것이 인생의 큰 밑거름이 되는 건 틀림없으니까요. 혹시 미래에는 그 답을 찾을 수 있을까요?

 

책장 넘기기

 

 

 

『다름이의 남다른 여행』(최유성 글/김중석 그림/우리교육)은 미래의 학교생활을 보여주는 책이에요. 그것도 교육특별지구라고 할 수 있는 ‘아사달 지구’의 아주 특별한 학교생활이죠. 주인공 ‘다름이’를 통해 좀 들여다볼까요?

다름이는 학교에 가는 대신 집에서 학교랑 연결된 컴퓨터로 수업을 해요. 그렇다고 아무 때나 수업을 받을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정해진 수업 시간을 반드시 지켜야 해요. 접속 시간이 1초라도 늦으면 지각으로 처리되니까요.

학교 친구들과 만날 수 있는 때는 일주일에 딱 한 번 있는 체육 시간뿐이에요. 하지만 이때도 친구랑 이야기하고 놀 수는 없어요. 센서가 붙어 있는 체육복을 입고 잇기 때문에, 딴짓을 하거나 동작이 틀리면 바로 점수가 내려가거든요.

그럼, 친구는 어떻게 사귀냐고요? 지금처럼 친구들이랑 몸을 부대끼며 노는 일은 거의 없어요. 온라인 게임이나 인터넷 동호회를 통해 만난 아이들과 메신저나 화상 채팅을 통해 이야기할 뿐이래요.

게다가 다름이처럼 아사달 지구에 사는 친구들은 학교 수업이 끝나고 난 뒤에도 특별 수업이라는 걸 더 들어야 한대요. 그 특별 수업이라는 게 아주 특별해서 보통 아이들은 수업을 들어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대요. 그래서 아사달지구에 사는 아이들은 집중력과 기억력을 높이기 위해 머리에 ‘이루미’라는 작은 기계를 넣는 수술을 받죠. 다름이도 마찬가지에요. 만약 다름이가 있어야 할 곳을 벗어나거나 엉뚱한 생각을 하면 이루미는 엄마에게 신호를 보내기도 해요. 한마디로 이루미는 아이들의 생각 하나하나를 지켜보며 감시하는 기계인 거지요.

어려서부터 아사달 지구에서 살아온 다름이에게 이런 생활은 당연한 것이었어요. 어느 날 수업을 듣기 위해 접속한 학교 컴퓨터에서 이상한 글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말이에요. 그 글은 이루미에 관한 것이었어요. 누구에게나 생각할 자유가 있지만, 이루미가 있는 아이들에겐 그런 자유가 없다는 내용이었지요.

이때부터 다름이는 달라져요.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는 유건이도 알게 되고, ‘생각을 읽는 기계’를 처음 만들었다는 고겸 박사를 찾아 나서기도 하지요. 자신의 진짜 꿈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고요.

다름이의 이야기는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지금의 현실과 그리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다른 사람보다 좀 더 특별한 사람이 되라며 아이들을 경쟁 속으로 내모는 현실은 똑같으니까요.

“과거를 바꿀 수는 없지만, 미래를 바꿀 수는 있다.”

문득 이 책에 나온 한 문장이 떠올라요. 다름이가 스스로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는 건 미래를 바꿀 수 있는 힘이라고 생각해요. 다름이가 거부하고 싶었던 건 공부가 아니라, 자신의 생각과는 상관없이 어른들이 정해 준 꿈을 따라야 하는 생활이었으니까 말이에요.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성적표』(앤드류 클레먼츠 글/나오미양 그림/홍연미 옮김/웅진주니어) 성적표는 우리를 울리기도 하고 웃게 하기도 해요. 성적표란 무엇일까요? 노라와 스티븐은 이 성적표에 정면으로 도전하기 위해 0점을 맞는 계획을 세운답니다.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