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작게 소곤소곤》
(로마나 로맨션. 안드리 레시브 지음/김지혜 옮김/길벗어린이)
소리는 보이지 않아요.
들을 수 있을 뿐이지요.
그런데 이 책은 보이지 않는 소리를 시각적 그림으로 표현하고 있어요.
신기하게도 소리가 느껴져요.
면지에서 속표지까지 이어지는 소리의 파동이 보여요.
처음엔 아무런 파동도 없다가 점점 크고 다양한 파동이 펼쳐지고, 다시 작은 파동이 되요.
마치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요.
우리는 귀를 통해 세상의 소리를 들어요.
(유일하게 과학책 느낌을 주는 대목이에요. 귀의 구조가 나와 있어요.)
세상의 다양한 소리를 내는 건 메가폰 머리를 한 개 형상의 캐릭터예요.
그리고 헤드폰을 쓴 남자는 세상의 많고 다양한 소리 가운데 필요한 소리를 골라 축음기로 들려주지요.
다양한 음악도 들려주고, 우리 몸에서 나는 소리도 들려주고, 집에서 나는 소리도 들려줘요.
거리의 소음, 자연의 소리도 들려줘요.
소리의 크기를 나타내는 단위인 dB(데시벨), 음파의 진동 횟수를 측정하는 단위인 Hz(헤르츠)에 대해서도 알려주지요.
소리를 녹음하고, 소리를 다루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알려주고,
서로 다른 언어와 소리 없는 언어인 수화에 대해서도 알려줘요.
독특하고 화려한 인포그래픽을 이용해 소리에 대한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지요.
하지만 이 책이 특별한 건 그 다음이에요.
작가는 소통에 대해 이야기해요.
아무리 서로 소리를 내며 이야기해도 소통이 불가능하다면 어떨까요?
그건 그저 소음에 불과할 거예요.
그럴 땐 주위의 소리를 차단한 채 나만의 시간을 갖는 게 답이 될 수 있겠지요.
소통을 위해 필요한 건 크게 소리 내는 게 아니라, 어쩌면 가장 작은 소리일지도 모르니까요.
작가는 이렇게 소리를 통해 철학적 질문을 합니다.
자신만의 소리를 찾아가라고,
듣는 법과 귀 기울이는 법을 배우며 세상을 이해해 나가라고.
형광색과 은색 등 대담한 색을 사용한 그림은 눈을 떼려야 뗄 수 없게 만들어요.
그 가운데 몇몇 장면은 그냥 그림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많은 걸 생각하게 합니다.
참신하고 신선한 과학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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