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제목 그대로 쓰레기의 역사를 보여준다. 조개무지니 혹은 쓰레기의 재활용 같은 내용을 조금이라도 떠올렸다면, 책을 펼침과 동시에 큰 착각이었음을 알게 된다. 이 책의 초점은 오로지 쓰레기 그 자체에만 집중되어 있다. 얼마나 쓰레기에 집중했는지 마치 쓰레기더미에 들어갔다 나온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이 책은 쓰레기란 기본적으로 한 개체가 다른 생명체가 처분하기에 너무 많은 찌꺼기를 만들어 내는 바람에 불균형이 일어나고, 이 때문에 이로운 쓰레기가 해롭게 변한다는 전제 하에 시작한다. 그리고 너무 많은 찌꺼기란 바로 인간의 똥이었다는 사실에 집중한다. 그렇다! 이 책의 많은 부분은 똥을 어떻게 처리하게 됐는지에 맞춰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쓰레기 처리의 역사는 똥을 처리하는 방법에 대한 역사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고대부터 똥은 늘 도시의 골칫거리였고, 이는 지저분하기만 한 게 아니라 위생에도 심각한 문제를 일으켰다. 페스트, 장티푸스, 천연두, 콜레라 등이 창궐한 건 많은 사람들이 사실상 쓰레기더미에 살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가난한 사람들은 쓰레기 처리에 대해 신경 쓸 여력이 없었고, 왕과 귀족들은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 보다는 도시의 악취를 피해 시골로 갔다. 프랑스 베르사이유 궁전이 지어진 것도 이 때문이었다.
근대 산업혁명 이후에 쓰레기는 똥 중심에서 많은 물건들과 산성물질, 그리고 독성가스로 옮아간다.
이쯤 되면 쓰레기라는 문제가 인류가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라는 사실을 깨닫지 않으려야 깨닫지 않을 수가 없다. 우리가 쓸데없는 쓰레기를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분리수거는 제대로 하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한다. 그 가운데 도시를 깨끗하게 치워주는 환경미화원의 역사, 화장실의 역사 등 보통 역사책에서는 알려주지 않는 깨알 정보를 볼 수 있는 건 이 책의 매력이다.
조금(?)은 지저분하고 매스꺼울 수 있는 내용이지만 유쾌하게 볼 수 있는 게 이 책의 장점이다. 글도 유쾌하고 좋지만 적절하게 들어간 그림은 과하지 않으면서도 글의 내용에 딱 맞게 배치되어 있다. 그림이 주는 정보도 좋다. 어쩌면 이 책의 작가가 글과 그림을 함께 했기에 나올 수 있는 효과가 아니었을까?
아쉬움이라면 책 뒤에 부록으로 붙어있는 <우리나라 쓰레기의 역사> 부분이다. 아마도 이 책의 작가가 이탈리아 사람이라 주로 이탈리아와 유럽 중심으로 써졌기 때문에 넣은 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앞의 내용과는 너무 결이 다르다. 기왕이면 좀 더 신경을 써서 넣어줬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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