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시작과 함께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바이러스. 여름이 되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싶었지만 여름이 한창인 지금도 잦아들지 않는다. 가을로 접어들면 더 활개를 치지 않을까 걱정되는 때다. 덕분(?)에 바이러스에 대한 관심은 점점 커지고 있다.
바이러스에 관한 책 가운데 두 권을 봤다.
《미래가 온다 바이러스》(김성화.권수진 글/이강훈 그림/와이즈만북스/2019)
《바이러스 빌리》(하이디 트르팍 글/레오노라 라이틀 그림/스콜라/2016)
《미래가 온다 바이러스》는 바이러스가 자신에 대해 소개하는 글로부터 시작한다.
우리는 작아. 후 불면 날아가 버려.
하지만 우린 겁 없는 녀석들!
사자도, 괴물도, 그 무엇도 시시해.
우리는 누구에게도 먹히지 않아.
커다란 덩치도,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을 들이대도,
우리에게는 그저 코웃음 거리일 뿐.
우리는 이 세상 모든 생물을 내 집처럼 들락거려.
간결하지만 정확하고 재미있는 자기소개다.
하지만 우리가 사람이면서도 사람에 대해서 모르는 게 많듯이 바이러스도 자신에 대해 모르는 것이 있다. 이제 바이러스에 대해 알아갈 차례. 이렇듯 자연스럽게 바이러스에 대해 알려주는 본문으로 연결된다.
책을 펼친 첫 느낌은 ‘아주 신선하다!’는 거다. 120쪽이 넘는 분량이지만 형광색이 돋보이는 일러스트가 어우러져 그림책 같은 느낌이다. 중요한 정보는 텍스트를 일러스트화 하여 주목성을 높이고 있다. 그러니 중간 중간 내용을 놓친다 해도 핵심 정보가 눈에 팍팍 들어온다.
내용도 아주 알차다. 바이러스에 대한 일반적인 설명은 물론 바이러스가 어떻게 지구상에 나타나게 됐는지 등 바이러스에 대한 궁금증을 자세히 알려준다.
그 가운데는 내가 지금껏 모르고 있던 흥미로운 사실도 있었다.
바이러스라면 다 안 좋은 것인 줄 알았는데, 우리에게 도움을 주는 바이러스도 있다는 것이었다.
특히 우리 몸속에 있는 바이러스 유전자 덕분에 우리가 태어날 수 있다는 사실은 좀 충격이었다. 우리 몸은 원래부터 있던 것이 아닐 경우 세포가 이를 병균이라 인식하고 공격을 하게 되는데, 이는 엄마 몸속에 아기가 생겼을 때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이때 아기를 보호하는 건 태반이다. 태반은 신시아틴이라는 단백질로 만들어지는데, 이 신시아틴이라는 단백질을 만드는 것이 바로 우리 몸속의 바이러스라고 한다.
더 놀라운 건 우리 유전자의 8% 가량이 바이러스 유전자에서 왔다는 사실!
또한 박테리오파지라는 바이러스는 세균의 천적으로 세균이 일으키는 전염병을 치료한다고 한다.
바이러스가 무조건 나쁘다고, 세상에 있는 바이러스는 다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면 이 책을 통해 바이러스의 새로운 모습을 알 수 있다.
이 책을 쓴 김성화. 권수진은 과학전문 작가로 오랫동안 활동하며 많은 작품을 써왔다. 그런데 이 책은 그동안 두 사람이 보여준 글과는 조금 다르다. 좀 더 가볍고 경쾌하다. 또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를 마치 눈에 보이게끔 글로 그려내고 있었다. 바이러스의 새로운 발견이자, 두 작가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다.
형광으로 번쩍이는 일러스트는 조금 과한 듯 싶으면서도 적절하다. 글과 마찬가지로 경쾌하면서도 책의 분위기를 잘 살리고 있다. 글과 그림 모두 만족스럽다.
이 책이 나온 건 2019년 10월 30일.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조금 전이다. 그래서 초판본에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설명이 없다. 하지만 이후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정보가 추가됐다. 책을 구입할 때 혹시라도 추가된 정보가 들어갔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겠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바이러스가 대규모로 복제되는 곳인 세포와 세균이 헷갈린다는 점이다. 세균이 하나의 세포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결국엔 세포이긴 하지만 분명 다른 개념인데, 바이러스에 대해 설명하며 세포와 세균이 왔다갔다 한다. 전문 지식이 없는 내가 오독을 했을 수도 있지만, 바이러스가 복제될 때 세포와 세균에서 다른 점에 있다면 좀 더 명확하게 써줬으면 싶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바이러스의 위력을 실감하게 해 주는 문장 하나를 소개한다.
《바이러스 빌리》는 우리가 흔히 걸리는 코감기 바이러스 이야기다.
이 책은 코감기 바이러스인 빌리가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형식이다. 코감기 바이러스라니 조금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나름 귀여운 모습의 빌리가 사람들 입장을 헤아리며 이야기하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내용이 결코 쉽지만은 않지만 그림책이라는 형식을 활용해 최대한 쉽게 설명하고 있다. 여러 바이러스의 모양을 보며 코감기 바이러스라도 빌리처럼 생긴 것만 있는 게 아니라 또 다른 코감기 바이러스들이 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은 사람 사이에 감염을 중심으로 바이러스가 어떻게 이동하고, 우리 몸에 바이러스가 들어왔을 때 우리 몸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코로나19 때문에 우리가 많이 들어왔던 상식이지만, 그 상식이 왜 꼭 필요한 것인지를 알게 해 준다고나 할까?
그리고 코감기에 걸렸을 때 코감기 바이러스를 쫓아내는(!) 방법도 알려준다. 즉, 코감기 바이러스가 싫어하는 우리의 행동 방법을 알려준다.
감기에 안 걸리려면 이렇게 해야 해!
감기에 걸렸을 때는 이렇게 해야 해!
이 책을 아이들과 재미있게 읽는다면 이런 잔소리는 늘어놓을 필요가 없을 듯 싶다. 아주 유익하고 재미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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