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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관련/우리창작

화장실에 사는 두꺼비

by 오른발왼발 2021. 3.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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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을 들어주는 두꺼비

《화장실에 사는 두꺼비》(김리리 글/오정택 그림/문학동네어린이/2007년)

 

 

변비 때문에 고생하는 3학년 준영이가 화장실에서 두꺼비를 만난다! 변비랑 화장실은 잘 맞아떨어지지만, 두꺼비는 아니다. 두꺼비는 깨끗한 환경에서만 산다는 동물이 아닌가. 그런데 뜬금없이 두꺼비가 화장실에 나타나다니? 황당하기도 하지만 뭔가 사연이 있을 법도 싶다.
준영이가 두꺼비를 만난 건 변비 때문이었다. 변기에 이십 분 동안이나 끙끙거리며 앉아있다 지쳐서 화장실 구석구석을 살피며 숨은그림찾기도 하고, 타일 숫자 세기도 하던 때다. 어디선가 “꾸루룩” 하며 이상한 소리가 났고, 한 번 들은 소리은 똑같이 따라할 수 있는 특별한 재주가 있는 준영이는 “꾸루룩꾸루룩” 소리를 냈다. 그러자 수챗구멍에서 시커먼 오물을 뒤집어쓴 두꺼비가 나타났다. 자신을 초대한 이유가 뭐냐고 따지며 말이다.
갑자기 두꺼비가 나타나서 주인공이랑 사람처럼 이야기를 주고 받는 장면이 마치 옛날이야기 속의 두꺼비 같다. 옛날이야기 속의 두꺼비는 지혜롭고 상서로운 존재다. 못난 모습에 어울리지 않게 ‘떡두꺼비같은 아들’이란 말이 나온 것도 두꺼비의 겉모습이 아닌 두꺼비가 갖고 있는 상징적인 의미 때문일 것이다. 두꺼비 꿈을 꾸면 복이 들어온다고 믿는 것도, 조금은 낯두껍게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 집 다오’라고 노래를 불러도 뻔뻔한 게 아니라 그저 복을 기원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도 그래서다. 안타까운 건 요즘엔 진짜 두꺼비를 찾아보기도 어렵지만 두꺼비에 대한 이런 의미도 잊혀지고 있다는 점이다.
두꺼비와 첫 번째 만남에서 그냥 헤어졌던 준영은 두꺼비와의 두 번째 만남을 준비한다. 준영에게는 두꺼비가 필요했다. 두꺼비를 불러내는 일은 소리를 흉내내는 재주를 갖고 있는 준영이만이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했다. 예전에는 엄마도 준영이의 재주를 보며 즐거워 했지만, 요즘은 쓸모없어진 재주다. 엄마는 준영이를 학원에 보내기 위해 할인마트에서 일을 하면서 준영이의 공부 외에는 관심이 없어졌다. 준영은 두꺼비를 다시 불러내 자신의 고민을 이야기하기로 마음 먹는다. 아주 아주 심각한 변비에 대해서. 하지만 성질 고약하고 예의 없는 두꺼비는 준영이의 고민을 듣고서도 자신이 ‘도와줄 거라 착각하지 말라’는 말만 남기고 다시 수챗구멍으로 들어갈 뿐이다. 그런데 이게 웬일? 두꺼비가 사라지자 바로 시원하게 똥을 눈다. ‘설마, 두꺼비가?’ 준영은 아주 잠깐 이렇게 생각했지만 곧이어 확신할만한 사건들이 연이어 생긴다.
엄마랑 선생님한테 혼나지 않게 도와줄 테니 자신과 숨바꼭질을 하자는 두꺼비에게 지각이나 숙제 문제는 도와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며 학교에 간 준영이에게 또다른 신기한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선생님은 다른 날과 달리 교실 문도 잠그지 않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자신의 이름도 불러줬고, 포스터 숙제를 안 가져온 사람을 혼내지도 않았다.
준영은 이번에야 말로 확신한다. 화장실에 찾아온 두꺼비가 바로 행운을 가져다 주는 두꺼비라는 사실을. 준영이 두꺼비랑 친구가 되는 건 당연한 이치다. 두꺼비야말로 준영이 인생의 고민 해결사가 되었으니 말이다. 행운의 두꺼비는 아무에게나 보이는 게 아니다. 그 예를 보여주는 게 바로 준영이 엄마다. 준영이는 엄마에게 두꺼비를 소개해 주고 싶었다. 엄마에게도 행운이 찾아오기를 바라며 말이다. 하지만 변기 속에 들어있던 두꺼비를 똥이라 생각한 엄마가 물을 내리면서 두꺼비는 사라진다. 왜 엄마한테는 두꺼비가 똥으로 보였을까? 준영이 두꺼비를 처음 만나던 날과 견줘보면 그 해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준영이 두꺼비를 처음 만나게 된 건, 평상시에는 눈여겨 보지 않던 화장실 이곳 저곳을 꼼꼼하게 살펴보며 새로운 뭔가를 발견해내면서였다. 준영이의 성화에 화장실에 와서 얼떨결에 변기 속을 들여다보고 두꺼비를 보게 된 엄마와는 상황이 다르다.
어쨌든 중요한 사건이 발생한 셈이다. 준영에게 너무나 소중한 행운의 두꺼비가 사라졌다. 두꺼비는 아무리 불러도 나오지 않는다. 두꺼비가 사라지자 불행도 다시 찾아온다. 한자 학원에도 더 다녀야하고, 아빠는 삼 일에 한 번은 야근을 해야 한다고 하고, 학교 앞에 있는 아파트로 이사를 간다고 한다. 이제 준영이가 불행을 극복할 방법은 없어 보인다.
문득 옛날 이야기 속의 두꺼비가 다시 떠오른다. 두꺼비가 주인공으로 등장하지는 않지만 주인공에게 결정적인 힘이 되는 경우가 있었다. ‘콩쥐팥쥐’ 처럼 말이다. 두꺼비는 깨진 독을 막아줘서 콩쥐가 잔치에 갈 수 있는 행운을 준다. 하지만 그때 등장하곤 끝이다. 다음에 닥쳐올 일까지 다 책임져주는 건 아니다. ‘콩쥐팥쥐’에 나오는 두꺼비에 견주면 준영이의 두꺼비는 꽤 오랫동안 준영이 곁에 있었던 셈이다. 어쩌면 두꺼비는 이렇게 사라질 운명이었을지 모른다. 두꺼비가 준영이의 모든 일을 다 해결해 준다면 그건 겉으로만 행운 두꺼비일뿐 사실은 불행의 두꺼비가 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이제 준영이가 두꺼비로부터 홀로서기를 해야할 때가 온 것이다.
준영이가 홀로서는 방법은 바로 ‘주문’이다. 학교를 빼먹고 놀이터에 갔다가 다시 집으로 가는 길, 보도블럭을 가며 자기도 모르게 주문을 외운다.
“금을 밟지 않으면 두꺼비가 돌아온다.”
“일곱 번째 보도블럭을 밟지 않으면 두꺼비가 돌아온다.”
과연 주문은 통할까? 집에 돌아온 준영은 화장실로 달려가 두꺼비를 찾지만 두꺼비는 보이지 않는다. 대신 맞닥뜨린 건 엄마다. 마트에 손님이 줄어서 잘린 엄마가 일찍 들어온 것이다. 준영은 학교에 왜 안 갔느냐는 엄마 말에 얼떨결에 용기있게 말을 하기 시작한다. 엄마가 물을 내려 두꺼비가 사라져서 이제 화장실에 가도 똥이 안 나오고 모든 게 뒤죽박죽 엉망진창이 되어 버렸다고. 엄마는 의외로 화를 내지도 않는다. 그리고 아파트로 이사가는 게 취소됐다는 나쁜 소식(사실 준영이에게는 좋은 소식!)을 전한다. 또 오늘은 휴가라 생각하고 학원도 가지 말고 푹 쉬라고 한다.
순간, “꾸루룩.” 두꺼비 소리가 났다. 준영이는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갔다. 과연 두꺼비가 다시 돌아온 걸까? 그건 알 수 없다. 하지만 나타났건 나타나지 않았건 그게 중요한 건 아닐 듯 싶다. 준영이가 간절한 소망을 이루기 위해 주문을 외웠고, 두꺼비가 나타나지 않았지만 문제는 해결되고 있다. 그렇다면 정말 중요한 건 두꺼비가 나타났느냐 사라졌느냐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준영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는 사실, 그것만으로 두꺼비는 준영이 속에 늘 함께 할 테니 말이다.
능청맞고 개구쟁이 같은 두꺼비와 착하고 세심한 준영이의 모습이 어우러지면서 유쾌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 이 글은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에서 격주로 펴내는 《기획회의》 통권 210호(2007년 10월 20일) '분야별 전문가 리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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