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빠요 바빠
윤구병 글/이태수 그림/보리
우리 시골의 가을 풍경은 어떨까?
도시에서 사는 데 익숙한 사람들에겐 바쁜 시골의 가을 풍경은 어쩌면 낯설게 보여질 수도 있다. 모든 게 기계로 만들어지는 세상에, 땅을 터전으로 삼아 살아가고 있는 시골 사람들의 바쁜 모습은 어느덧 우리의 머릿속에서 사라져가고 있다. 왜 우리 삶의 근본인 자연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걸 자꾸만 잊어버리게 될까?
이 책은 도토리 계절 그림책 가운데 완결편이다. 네 권을 함께 놓고 견줘가며 보면 계절의 느낌이 더욱 잘 살아나는 걸 알 수 있다.
봄 편인 <우리 순이 어디 가니>에는 아스라한 봄의 모습이
여름 편인 <심심해서 그랬어>에는 선명한 초록과 생동감 있는 여름의 모습이
겨울 편인 <우리끼리 가자>에서는 흑백의 그림이 겨울 산의 동물들 모습을 잘 담아내고 있다면
가을 편인 <바빠요 바빠>에서는 갈색조의 콘테를 사용, 산골 마을의 가을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책을 펼쳐 보자.
주인공인 마루가 살고 있는 집은 굴피집(참나무 껍데기를 펴서 기와처럼 지붕을 얹은 집)이다. 좀처럼 보기 힘든 굴피집을 이곳 저곳 살펴보는 것만도 재밌는 일이다. 또 유난히 빨리 찾아오는 산골 마을의 겨울맞이를 위해 사람이나 동물이나 모두 바쁘게 수확을 하는 모습은 살아있는 자연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고추를 따는 풍경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가을이 깊어감에 따라서
옥수수를 말리고 참깨를 터느라고
메밀꽃이 피면 고추를 말리느라고
벼가 익어가면 참새를 쫓느라고
알밤이 떨어지면 밥을 줍느라고
미루나무 잎이 노랗게 물들면 콩을 터느라고
벼이삭이 출렁이면 벼를 베느라고
감이 익으면 감을 따고 곶감을 만드느라고
서리가 내리면 무와 배추를 뽑느라고
오동나무 잎이 떨어지면 김장을 하느라고
가랑잎이 굴러다니면 무 구덩이를 파느라고
그리고 밤이 되도 할머니는 또르륵또르륵 콩을 고르느라 바쁘다..
계절은 '가을'이라는 말 한마디로 표현되지만 가을의 깊이에 따라 산골 마을의 풍경과 사람들의 모습도 달라진다. 동물들의 모습도 정겹다. 사람들의 곁에서 함께 살아가는 동물들의 모습이 꼭 글이 아니라도 그림만으로도 잘 표현되어 있다.
글도 아주 경쾌하다.
가을이 일찍 찾아오는 산골 마을의 모습을 간단하게 설명한 것도 좋고, 문장마다 '바빠요 바빠'라는 어구로 리듬감을 잘 살려냈다. 계절의 흐름에 따른 사람들의 일, 그리고 사람들 곁에서 한몫 거드는(?) 동물들까지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이 글과 그림에서 조화를 이루고 있고, 그림은 사람들의 바쁜 모습 속에서도 가을의 풍성함을 느끼게 한다.
이런 가을 풍경,
책에서만 볼 게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경험해 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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