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큰 할머니의 만두 만들기
채인선 글 / 이억배 그림/ 재미마주
명절의 재미 가운데 하나를 뽑으라면?
글쎄……
아무래도 평상시에는 못 먹던 음식을 푸짐하게 먹는 걸 빼놓을 수 있을까?
설날엔 떡국(떡만두국), 대보름날엔 오곡밥과 나물들, 추석엔 송편……
바쁜 일상에서 전통이 사라지고 있는 현실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 음식만은 언제나 우리와 함께 할 것만 같다.
이 책은 '손 큰 할머니의 만두 만들기'다.
만두!
만두는 옛날 중국의 제갈량이 위나라를 공격할 때, 제물로 사람의 머리를 쓰는 대신 고기로 소를 만들어 밀가루로 싸서 사람 머리 모양을 만들어 제사를 지낸 데서 유래했다는 말이 있다. 그러고 보면 아무래도 그 시초는 중국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일까? 북한 쪽의 만두는 무척 크지만 아래로 내려올 수록 작아지고, 몇 년 전에야 안 사실이지만 경상도 사람들은 만두를 본 적도, 먹어 본 적도 없는 이가 많았다.
하지만 그 유래가 중국이면 어떠랴. 만두는 이미 떡국 속에 함께 넣어 '떡만두국'으로, 혹은 그냥 '만두국'으로 설날 아침상을 푸짐하게 하는 명절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만두는 그 맛도 맛이지만 만드는 재미도 무시할 수 없다. 아이와 함께,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만들 수 있으니 말이다. 만두를 만들며 깊어지는 정도 정이지만, 저마다의 솜씨가 묻어난 만두를 먹을 때면 다시 한번 정겨움이 느껴진다. 이런 정겨움이 만두의 맛을 더욱 살리는 건 물론이다. 아마 음식 가운데는 만두와 송편이 가장 정겨운 음식이 아닐까?
'손 큰' 할머니도 만두를 만든다. '무엇이든지 하기만 하면 엄청 많이 엄청 크게 하는 할머니'니 만두는 얼마나 많이, 크게 만들까? 할머니는 숲속 동물 모두가 배불리 먹고도 남아 한 소쿠리씩 싸 주고도 남아 일년 내내 냉장고에 꽉꽉 채워두는 만두를 만들려고 한다.
김치도 있는 대로 다!
숙주나물도 있는 대로 다!
두부도 있는 대로 다!
고기도 다!
꺼내서 만두소를 만든다.
그리곤 숲속 동물들은 모두 다 불러모아 만두를 빚는다. 동물들은 만두를 빚고, 할머니는 나무 위에 올라가 망원경으로 눈에 대고 호령을 한다.
하지만 만두소가 너무 많았다. 하루, 이틀, 사흘……일주일이 지나도록 만두소는 없어지질 않고, 드디어 할머니는 동물들에게 외친다.
"얘들아, 이제 남은 만두소를 전부 모아 큰 만두 하나를 만들자."
그 만두가 얼마만큼 큰 지는 그림을 직접 봐야만 알 수 있다.
풍성하다. 집에 있는 재료를 '모두 다!' 꺼내 숲속 동물 모두 배불리 먹고 한 소쿠리씩 싸 줄만큼 넉넉한 인심의 할머니 모습은 마음이 저절로 푸근해게 한다. 할머니도 나무 위에 올라가 감시만 하지 말고 만두도 함께 만들었더라면 더 좋았겠지만(아쉬움……), 동물들이 전부 지쳤을 때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기발함으로 활력을 불어넣는 할머니의 모습은 역시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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