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똥
권정생 글/정승각 그림/길벗어린이
<강아지 똥>은 아이들이나 어른들, 모두 좋아하는 책이다.
그 때문일까?
강아지 똥 은 우리 나라 그림책 가운데 보기 드물게 대형서점의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기도 한 책이다. 더욱 중요한 건 이 책이 일시적인 베스트셀러가 아니라, 꾸준히 인기를 유지하며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말 반가운 일이다.
어린이들이 강아지똥 에 관심을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똥'이라는 단어 때문이다. 무지 무지 우스운 이야기를 상상하며 얼른 책을 잡는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어린이들은 진지해지기 시작한다. 똥 중에서도 가장 더러운 강아지똥, 아무 쓸모없다고 여겨졌던 강아지똥을 어린이들은 자신의 처지와 동일시하기도 한다. 어른과 견주어 약자인 어린이들이 생활하면서 느낀 좌절감이 이리 채이고 저리 채이곤 하는 '강아지똥'의 신세와 같이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린이들은 덕분에 이야기에 푹 빠져들 수 있다. 이야기가 갖고 있는 구성과 함께 정성들여 그린 그림이 어린이들이 책속으로 빠져들게 해 준다. 이같은 글과 그림의 조화는 강아지 똥이 민들레 꽃을 피우기 위해서 자기 몸을 녹여 땅속으로 스며드는 장면에서 절정을 이룬다. 처음엔 단순한 '재미'를 기대하고 책을 들었던 어린이들도 절로 숙연한 감동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감동에는 어린이나 어른이 차이는 없다. 다만 책을 보게 되는 출발선만이 다를 뿐이다.
어린이들은 '똥'이라는 원초적 단어에 끌려 관심을 갖는 반면 어른들은 이야기가 갖고 있는 주제에 더 큰 의미를 둔다. 하지만 주제에 현혹(?)되어 책을 보는 어른들은 조금은 관념적 이라 느낀다. 어른들은 스스로 머릿속에 만들어 놓은 관념의 벽 때문이라는 사실을 모른채 어린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는 걸 망설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건 어른들만의 기우일 뿐이다. 어린이들은 관념적인 이야기도 제 나름대로 쉽게 이해하는 특성을 갖고 있으며, 또한 작품 역시 작가의 관념에서가 아니라 구체적인 고민 속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작가 권정생은 강아지똥 을 '처마 밑에 버려진 강아지똥이 비를 맞아 흐물흐물 녹아내리며 땅속으로 스며드는 모습을 보고, 강아지똥처럼 보잘 것 없는 것도 자신의 온 몸을 녹여 한 생명을 꽃피운다는 사실에 감동을 받아' 쓰게 되었다고 한다.
강아지똥 , 우리 그림책의 고전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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