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11.18.
학교 도서관
학교는 아이들에게 가장 중심이 되는 생활공간이다. 학교는 아이들이 잠자는 시간을 빼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기도 하다. 단순히 머무는 시간만이 아니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친구도 사귀고, 수업이 끝난 뒤에도 학교 숙제며 학교 수업을 보충하기 위한 사교육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학교는 아이들의 기본 생활공간이다.
또 학교는 아이들에게 가장 평등한 생활공간이기도 하다. 물론 학교가 완벽하게 평등한 공간은 아니다. 아이들 처지에 따라 학교 생활에 영향을 받는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학교는 모든 아이들에게 똑같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건 확실하다.
그런데 학교 도서관을 들여다보니 마음이 영 언짢다. 학교마다 사정이 좀 다르긴 하지만 많은 학교의 도서관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책의 양도 많지 않지만, 책의 질도 문제다. 책이란 다 똑같다고 여기고, 그래서 책을 갖추기만 하면 된다고 믿고 있는 듯 특정 출판사의 책들로 가득 차기도 하고, 때론 지금과는 맞춤법도 다른 옛날 책들이 그냥 꽂혀 있는 경우도 있다. 말이 도서관이지 실재로는 아무도 이용을 하지 않는 공간으로 방치되는 경우도 있다.
도서관을 책임지고 관리해주는 사서 선생님이 없는 학교도 많다. 사서 선생님이 있는 경우라도 1년짜리 일용직인 경우가 많다. 아니, 엄밀하게 말해서 1년도 아니다. 아이들이 학교에 나오지 않는 1월을 뺀 11개월짜리 일용직이다. 물론 재계약은 가능하다. 하지만 재계약이 이뤄지는 일은 드물다. 너무도 취약한 근무 조건 때문이다. 학교 도서관에만 열심으로 매달리기엔 너무나 불안한 처지다. 그러니 학교 도서관 수준도 따라서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학교 도서관은 아이의 처지와는 상관없이 책을 읽고 싶어하는 아이들에게는 누구에게나 그 욕구를 채워줘야 하는 곳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아이들은 취약한 학교 도서관 때문에 학교 밖으로 내몰리는 신세가 되고 만다. 덕분에 아이들은 학교에서 책 읽는 즐거움을 배우지 못한다. 학교 도서관,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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