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12. 2.
책 읽기와 정보화
‘정보’란 말처럼 위세가 등등한 말도 없다 싶다. 정보, 정보화라는 말만 들어도 기를 못 피는 사람도 많다. 정보라는 말 자체는 별로 부담될 게 없지만 이상하게도 굉장한 압박감을 주곤 한다. 혹시 그 압박감의 중심에 ‘중앙정보부’와 여기서 이어진 ‘국가정보원’이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실없는 생각도 해본다. 물론 요즘의 위세 등등한 정보와 조금 다르긴 하지만 말이다.
정보화 바람이 불어오자 사람들은 모두들 정보로 무장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그 정보화란 컴퓨터에서 얻어진다는 강박증과 함께 말이다. 그런 생각 때문일 거다. 요즘엔 책도 그냥 보고 싶어서, 책을 보며 울고 웃고 싶어서 읽기엔 왠지 불안해지는 분위기다. 책을 읽을 땐 책에서 뭔가를 반드시 얻어야만 되는 분위기다. 그래서일까 도서관도 그냥 도서관이 아니라 ‘정보센타’ ‘학술정보원’ ‘정보도서관’ 같은 이름으로 바뀌기도 한다. 괜한 우려일지 몰라도 도서관이 도서관 구실도 충분히 하기 전에 정보화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린다는 느낌이 든다.
아이들이 가장 쉽게 갈 수 있는 학교 도서관은 더욱 심각해 보인다. 아직까지 학교 도서관이 없는 학교도 있고, 그나마 학교 도서관이 있어도 책을 제대로 갖춘 곳은 많지 않고, 더구나 아이들과 책을 연결해주는 사서 선생님도 제대로 없는 게 현실인데 한편에선 전자 도서관 만들기에 열심이다. 전자 도서관의 핵심은 e-book이다. 책을 갖춰놓는 대신 아이들이 전자책을 읽을 수 있게 만들겠다는 거다. 그게 책과는 멀고 컴퓨터와는 가까운 요즘 아이들이 더 좋아할 거라는 판단과 함께 말이다. 하지만 책과 멀어져 컴퓨터만 하는 아이들이 보기에 컴퓨터 속엔 전자책 말고도 재미있는 게 너무나 많다. 책을 안 보는 아이들은 전자책에도 관심이 없다. 생색 내기는 좋을지 몰라도 효과는 없다. 만일 이런 곳에 예산을 낭비해 도서구입비도 줄고, 책과 아이들을 연결해주는 도서관 본래의 일을 하지 못한다면 그건 심각한 문제다. 학교 도서관이 빠진 정보화의 늪은 너무 깊어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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