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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한겨레신문-책읽어주는엄마

좋은 책 만들기 첫발, '감수'

by 오른발왼발 2021. 6.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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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3. 31.

 

좋은 책 만들기 첫발 '감수'


책을 보면 글을 쓰고 그린이 말고 또 한 사람의 이름이 덧붙어 있는 걸 볼 때가 있습니다. 바로 ‘감수’를 맡은 사람의 이름이죠. ‘감수’란 지식책의 경우에만 따라붙기 마련입니다. 감수란 어떤 분야에 관한 책을 낼 때 전문가의 입장에서 잘못된 곳은 있는지 없는지를 살펴 그 내용이 잘못된 게 없다는 걸 확인해 주는 일이지요. 같은 지식책이라도 전문가가 직접 썼을 때는 ‘감수’란 게 없습니다. 아니, 있을 필요가 없는 거지요. 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감수’를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린이 책에서는 ‘감수’라는 말을 더 흔하게 봅니다. 전문가가 직접 책을 쓸 수도 있겠지만, 그럴 경우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쓰기가 어렵기 때문이죠. 그래서 그 분야에 대한 지식이 있는 작가가 글을 쓰고, 전문가에게 ‘감수’를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감수’에 의혹의 눈길을 건네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입니다. 감수는 그냥 이름만 걸어놓은 것일 뿐이라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요. 또 한편으론 내용에 좀 의문이 생겨도 ‘그래도 전문가가 감수한 건데…’하며 넘어가는 사람도 있고요. 또 두 가지 사이에서 그저 혼란스러워 하는 경우도 있지요.
그런데 얼마 전 저는 ‘감수’라는 말을 전혀 신뢰할 수 없는 이상한 책을 하나 발견했죠. 그 책은 글보다는 그림이 아무래도 이상해 보였어요. 문제는 그림으로 보여주는 게 더 많은 책이기 때문에 그림 문제가 더욱 도드라져 보였죠. ‘감수의 글’에서는 글뿐 아니라 그림도 살폈다고 밝히고 있었죠. 그림의 문제를 발견하지 못한 편집자도 문제지만 도저히 전문가가 감수를 했다고 받아들이기가 어려웠습니다. 다행히 출판사에서는 문제점을 인정하고 출고를 중지하기로 했지만, 여전히 감수에 대한 의혹은 남습니다.
모든 책들이 다 이런 건 아니겠지요. 하지만 이처럼 한번 꺾인 불신은 ‘감수’를 의심의 눈길로 바라보게 합니다. 혹시 어린이 책이라고 가볍게 여겨 꼼꼼히 살피지 않았던 건 아닌지요. 누가 ‘감수’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신뢰를 받을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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