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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한겨레신문-아이랑 책읽기

아빠하고 나하고

by 오른발왼발 2021. 6.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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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 2005. 8. 7.

 

《아빠하고 나하고》

유문조 글/유승하 그림/길벗어린이

 


아이에게 열심히 책을 읽어 주는 엄마의 모습은 언제나 보기 좋습니다.
하지만 아쉬운 건 책을 읽어 주는 일이 주로 엄마 몫으로만 여겨지고 있다는 점이지요. 하지만 아이에게 아빠만이 해 줄 수 있는 또 다른 몫이 있답니다.
엄마가 늘 읽어 주던 책이라도 아빠가 읽어 줄 땐 그 느낌이 다르게 전해집니다. 그건 엄마 아빠 목소리의 차이 때문에 생기기도 하지요. 엄마의 높은 목소리와 아빠의 낮은 목소리의 울림이 다르니까요. 하지만 더 중요한 이유가 있죠. 아이에게 책이란 책을 읽어 주는 사람과의 관계에 따라서그 느낌이 달라지곤 하니까요.
가끔 아이에게 묻곤 하죠. 
"엄마가 좋으니? 아빠가 좋으니?"
사실 아이에게 이 질문만큼 난감한 건 없을 거예요. 아이들은 저마다 엄마가 좋은 이유와 아빠가 좋은 이유가 다르거든요. 엄마는 늘 자신을 보살펴 주는 피난처와 같은 존재지요. 그래서 몸이 아프거나 할 때면 가장 먼저 파고들게 되는 게 엄마 품이고요. 반면 아빠는 엄마가 해 줄 수 없는 영역, 예를 들어 직접 몸을 움직이는 일 등으로 함께 놀 수 있는 사람이죠. 따라서 아이에게 엄마 아빠는 서로 다른 몫으로 똑같이 좋은 사람인 거지요.
아쉬운 건 아이와 엄마의 관계를 보여 주는 책은 많지만, 아이와 아빠가 함께하는 책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지요.  유아 시기야말로 아빠랑 가장 친하게 지낼 수 있는 시기인데도 말이죠.
<아빠하고 나하고>는 1~3살을 위한 아기 그림책입니다. 그런 만큼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물들이 등장해서 아이랑 아빠가 함께하는 즐거운 놀이의 세계를 보여 줍니다. 아빠 펭귄은 아기 펭귄의 썰매를 끌어 주고, 아빠 얼룩말은 아기 얼룩말과 달리기를 하고, 아빠 고릴라는 두 팔에 아기 고릴라를 하나씩 매달고 그네를 태워 주고…. 마지막 장면에선 아빠가 아기를 손으로 번쩍 들어 올려 주지요. 아빠 동물들이 놀아 주는 놀이는 역동적이기도 하지만 동물의 특징하고도 아주 잘 맞아떨어집니다. 아이들은 절로 신이 납니다.


글은 아주 단순하지요. 어느 장면이나 '아빠하고 나하고'라는 말 뒤에 아빠하고 함께하는 장면의 특징을 간추린 말이 이어집니다.
아이는 '아빠하고 나하고'를 반복하면서 여기 등장하는 동물들이 아빠랑 노는 모습을 흉내내고 싶어집니다. 그리고 그 마음은 어느새 아빠랑 자기도 이런 놀이를 해 보고 싶은 마음이 됩니다. 이 책을 볼 때쯤이면 몸을 움직여서 노는 재미를 한참 알아 갈 때이기도 하고요.
그럼 아이는 말합니다. 

 

"아빠, 나하고 놀아 줘!"

이 말은 지금 아이에게 아빠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이럴 땐 기꺼이 아빠가 나서줘야 하지 요. 그리고 혹시 아이와 신나게 놀아 줄 상황이 못 된다면, 대신 아이랑 신나게 책을 읽어 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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