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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한겨레신문-아이랑 책읽기

똑똑한 고양이

by 오른발왼발 2021. 6.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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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 2005. 10. 25.

《똑똑한 고양이》

피터 콜링턴 글, 그림/김기택 옮김/마루벌/절판 

 

 

처음 <똑똑한 고양이> (마루벌)를 읽어줄 때 아이와 옆에서 듣던 남편이 공통으로 보인 반응이다.

처음엔 주인공 냐옹이의 모습에 감탄을 하고, 중간엔 불쌍하게 여기고, 마지막엔 웃음을 터뜨린다. 한참을 웃더니 다시 한번 읽어 달란다. 둘 다 눈빛에 장난기가 가득하다. 마지막 장면에서 웃음을 터뜨릴 준비를 처음부터 하고 있는 듯하다. 끝까지 다 읽었을 때 터뜨리는 웃음엔 속 시원해 함이 묻어 난다.

 

이 책의 반응이 3단계로 나타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의 주인공 냐옹이는 3단계의 과정을 겪는다. 

 

첫 번째는 보통 고양이와 다름없이 아침밥을 얻어 먹으려고 날마다 현관문 앞에서 기다리던 냐옹이가 똑똑한 고양이로 바뀌어 나가는 과정이다. 냐옹이가 기다리다 지쳐 혼자 통조림을 꺼내 먹고 난 뒤 주인 아주머니는 냐옹이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현관 열쇠를 주고, 현금카드를 준다. 냐옹이는 현금카드로 돈을 찾아 통조림도 사고, 식당에서 멋진 식사도 하고, 쇼핑도 하고, 영화도 본다.

 

두 번째는 그 동안 냐옹이가 돈을 너무 많이 썼다며 돈을 벌어서 카드 대금을 갚고 집세도 내라고 하면서 시작한다. 냐옹이는 카드 대금과 집세를 내기 위해 힘들게 일을 한다. 냐옹이가 일주일간 힘들게 일하고 받은 돈은 카드 대금과 집세로 나가고 통조림 한 통을 살 돈만 남았을 뿐이다. 한참 잘 나가던 냐옹이는 마침내 구석에 몰리고 만다. 냐옹이가 여기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이제 마지막 세 번째 장면이다. 냐옹이는 다시 옛날로 돌아간다. 다시 현관문 앞에서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조금은 황당한 결론에 웃음이 터져 나온다. 어른이라도 누구나 냐옹이의 처지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갑자기 냐옹이 모습에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


처음엔 뭐든지 엄마가 다 해줘야만 했지만 점차 아이가 혼자 힘으로 조금씩 뭔가를 할 수 있게 되면 처음엔 감탄하고 똑똑하다 칭찬하고, 아이는 호기심과 칭찬받는 재미에 더 열심이다. 하지만 아이가 더 똑똑해지기를 바라는 어른들은 점점 더 많은 의무를 강요한다. 칭찬받아 마땅한 일들이 당연한 일로, 아이를 얽매기 시작한다. 아이들은 처음에는 어른들의 기대에 부응을 하기 위해 노력을 하지만 자기가 감당할 수 있는 범주를 넘어서면 포기할 수밖에 없다. 결국 냐옹이처럼 계단에 누워 낮잠을 즐기는 거야말로 아무런 고민도 없이 편하게 살 수 있는 길이라는 결론에 이르기 쉽상이다.


이번엔 냐옹이 주인의 모습에 우리 어른들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 똑똑한 아이를 더 똑똑하게 만들고 싶어서 안달을 하다 오히려 아이들을 망치는 모습 말이다. 책 잘 읽는 아이들한테 독서이력철을 들이대서 책과 멀어지게 하기, 즐거운 놀이로 공부를 시작한 아이들에게 공부를 강요해서 공부라면 아주 지겨워지게 만들기…. 이런 어른들의 모습이 얼마든지 있다. 만약 우리 아이들이 냐옹이와 같은 결론을 얻는다면 그건 어른들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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