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 2005. 11. 13.
《어디 어디 숨었니?》
김향금 글/김민선 그림/곧은나무/절판
아무리 시대가 변하고 사는 곳도 달라도 아이들이 한결같이 즐기는 놀이가 있습니다. 엄마놀이, 소꿉놀이, 술래잡기……. 이 놀이의 공통점은 별다른 장난감이 없어도 아이들이 모이기만 하면 언제든지 할 수 있다는 점이죠. 맨몸으로 놀 수 있다는 건 아이들의 본능에 가장 충실한 놀이라는 뜻이기도 하죠.
그 중에서도 술래잡기는 고만고만한 또래끼리만이 아니라 언니, 오빠, 형들과도 함께 즐길 수 있는 놀이입니다. 큰 아이들이나 어린 아이들이나 다 제각각의 묘미를 느끼니까요. 내가 상대의 눈을 피해 어디론가 숨을 수 있다는 사실, 또 숨어있는 누군가를 찾는다는 것 자체가 즐거움을 주죠.
< 어디 어디 숨었니? > 는 아이들의 숨바꼭질 놀이를 통해서 한옥의 모습과 옛날 사람들의 살림살이를 보여줍니다.
"숨바꼭질할 사람 여기 붙어라!" 첫 문장에서 아이의 입에서는 "와!"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기껏해야 집안에서 숨박꼭질을 할 수밖에 없는 아이에게 넓은 마당이 있는 한옥은 별천지나 다름없으까요. 술래는 마당 한켠 대추나무에 손을 짚고 수를 세기 시작하고 아이들은 집안 이곳저곳으로 숨으러 갑니다. 아직 서툰 막내 용이는 은이 누나를 따라 부엌으로 가지만 쫓겨나고 말지요. 뒤늦게 장독대로, 마루로, 안방 다락으로 달려갑니다. 이쯤되면 책을 보는 아이는 어느 새 용이와 함께 집안 곳곳을 살피게 되지요. 하지만 용이가 가는 곳마다 숨을 곳이 마땅치 않거나 숨을 만한 곳에는 이미 형이랑 누나가 있습니다. 술래가 '아홉!'을 세도록 용이만 아직 숨지 못한 것이지요. 결국 용이는 엉겁결에 대청마루 밑으로 기어 들어갑니다.
이제 술래가 찾을 차례지요. 책을 보는 아이는 이번엔 술래를 따라 집안 곳곳을 살피게 됩니다. 덕분에 숨을 때 봤던 곳뿐 아니라 대문, 외양간, 뒷간, 뒤꼍까지 살피게 되지요. 물론 대청마루 밑에 숨어있는 용이가 들키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요.
이렇게 아이들은 책 한 권을 읽는 동안 자기가 좋아하는 숨박꼭질 놀이에 흠뻑 빠집니다. 그 과정에서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한옥의 모습을 보게 되지요. 용이를 따라서, 술래를 따라서 한옥 이곳저곳을 살피는 동안 저절로 보게 되는 것이지요.
어디 숨지? 어디 숨지?
부뚜막에 올라가 볼까?
아궁이 안은 어떨까?
그래, 나뭇단 옆이 좋겠다.
아니야 아니야. 금세 눈에 띄겠는 걸.
옳지, 살강 밑이 좋겠어!
은이 누나가 부엌에 들어와서 숨을 곳을 찾는 장면이죠. 낯선 장면이지만 아이들은 은이 누나의 눈을 따라서 부뚜막, 아궁이, 나뭇단을 하나하나 찾아갑니다. 그리고 마침내 살강까지! 살강을 그냥 설명해주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보여주니 아이는 살강이 무언지 설명해주지 않아도 금방 눈치챕니다. 한옥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만 굳이 한옥에 대해 설명하지 않고 아이들의 놀이를 통해서 아이들의 눈으로 직접 보게 만듭니다. 아이는 보는 것만큼 궁금한 것도 많아집니다. 이제 아이에게 한옥이란 단순한 옛것이 아니라 즐거운 공간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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