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 2006. 5. 9.
《아주 특별한 생일 케이크》
스벤 누르드크비스트 글, 그림 풀빛
몇 년 전 제가 유치원에서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줄 때였습니다. 저는 그때 처음으로 아이들이 핀두스를 얼마나 좋아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엔 서로 자기가 가져온 책을 읽어달라고 티격태격하던 아이들은 제가 핀두스를 읽기 시작하자 조금씩 조용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책을 내려놓자마자 아이들이 큰 소리로 말합니다.
"선생님, 우리 이것 가지고 연극해요!"
놀란 건 저였습니다. 저는 그냥 책을 읽어주고 끝낼 생각이었으니까요. 결국 다음 주엔 제가 이 책으로 극본을 만들어와서 같이 연습을 했고, 그 다음 주엔 아이들이 준비물을 마련해 와서는 즉석에서 연극을 했답니다. 다른 때는 준비물을 가져오라고 해도 잘 가져오지 않던 아이들이었는데, 준비물도 정확하게 가져왔지만 미처 생각지 못한 물건을 즉석에서 활용해서 스스로 연극을 해 나가는 솜씨에 저는 그만 놀라고 말았습니다.
사연은 또 있습니다. 언젠가 친구가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아이가 재밌게 볼만한 책을 소개해 달라고 하기에 이 책을 소개해 줬죠. 그런데 얼마 뒤 친구는 왜 이 책을 소개해 줬냐면서 너무 힘들다며 하소연을 합니다. 이유인즉 아이가 이 책을 너무 좋아해서 날마다 읽어달라는데, 글씨가 너무 많아서 목이 아파서 견딜 수가 없다나요? 제 말을 듣고 동네 다른 엄마들한테도 소개를 해줬는데, 그 집들 역시 같은 상황이라면서 다시 묻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면서도 글씨가 좀 적은 책 없어?"
저는 오늘도 아이랑 핀두스를 읽습니다. 아니, 연극놀이를 하고 있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 읽는 책은 핀두스 시리즈 가운데서 첫 번째 책인 < 아주 특별한 생일 케이크 > 입니다. 아이는 저보고 책을 읽으라고 하고는 자기는 고양이 핀두스가 되어서 책 속의 핀두스가 하는 행동을 그대로 따라합니다. 핀두스가 말할 차례에는 자기가 말을 하고, 꼬리에 수건을 매달고서는 온 방을 돌아다니다 옵니다.
페테르손 할아버지와 핀두스는 티격태격할 때도 많습니다. 할아버지가 뭔가를 잊고서 핀두스에게 핑계를 대려고 하지만 핀두스는 지지 않고 꼬박꼬박 자기 목소리를 냅니다. 그때마다 아이는 어른보다 자신이 옳을 수도 있다는 묘한 쾌감을 느끼는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아이가 마음에 들어하는 건 핀두스의 생일이 일년에 세 번이라는 사실이지요. 그리고 자기 생일은 일년에 다섯 번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왜냐고요? 그야 그게 더 재미있기 때문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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