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와 떠나는 역사 시간 여행
연말이 되면 신문이나 텔레비전에서 ‘올해의 10대 뉴스’라는 걸 발표해요. 그런 게 나오면 ‘아, 맞아. 올해에 이런 사건들이 있었지.’ 하며 1년 동안의 일들을 다시 떠올리곤 하지요.
어렸을 땐 미처 몰랐는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어느 순간 깨달은 게 있어요. 우리가 평소에 뉴스로 보고 듣는 것들이 ‘역사’로 기록된다는 거예요. 예전엔 역사는 그저 옛날에 일어났던 일이고, 나와는 관계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내가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역사의 중요한 순간들이었던 거지요.
친구들도 올 한 해에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 기억을 잘 되새겨 보세요. 아니, 꼭 올해에 있었던 일이 아니라도 좋아요. 지금껏 살아오면서 기억에 남는 일들을 꼽아 보세요. 뉴스에 나올 만큼 큰 일은 아니지만, 친구들에게 중요했던 일들을 친구들 자신의 역사로 정리하는 거예요.
세계적으로 중요했던 일은 세계사, 우리나라에서 중요했던 일은 한국사, 친구들에게 중요했던 일은 개인사……. 이 모든 게 역사니까요.
책장 넘기기
『피터 히스토리아』(교육공동체 나다 글/송동근 그림/북인더갭)는 세계사를 다루는 역사 만화예요. 만화라니! 일단 재미는 보장할 수 있어요.
그런데 이 책은 보통 역사 만화와는 조금 달라요. 아니, 역사 만화뿐 아니라 보통 역사책과도 다르지요. 보통 역사책은 역사적인 사건이나 인물에 대한 지식을 빼곡히 담고 있잖아요. 그런데 이 책은 그런 지식을 알려주기보다는, 역사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질문을 던져줘요.
이야기는 지금으로부터 약 4,000년 전의 메소포타미아에서 시작해서 바로 몇 년 전에 있었던 이라크 전쟁까지 이어져요. 이 엄청난 이야기의 중심에 한 소년이 있지요. 페테루, 페트로스, 피에트로, 피에르……. 나라마다 다른 이름으로 불리지만 결국 한 사람, 바로 ‘피터 히스토리아’예요.
4,000년 세계 역사의 순간마다 이 소년이 있다니,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 여행이라도 떠나는 거냐고요? 실은 타임머신 같은 건 없어요. 나이를 먹지 않게 된 피터가 그 오랜 세월을 겪어 온 거지요.
페테루(피터의 메소포타미아 시절 이름)는 원래 평범한 소년이었어요. 메소포타미아의 작은 마을에서 평화롭게 살고 있었지요. 그런데 어느 날, 페테루가 사는 마을에 누군가 쳐들어와 사람들을 죽이고 살아남은 이들은 노예로 쓰겠다며 끌고 갔어요. 이때 페테루도 끌려갔지요.
마을에 쳐들어왔던 사람은 우리에게 영웅으로 알려진 ‘길가메시’예요. 그가 다스리는 우르크에서 노예가 되어 힘들게 일하던 페테루는 목숨을 걸고 탈출하지요. 그리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요.
‘난 자유롭게 살고 싶은데 왜 자유롭게 살 수 없다고 하는 거지?’
‘이유를 알고 싶어! 왜? 왜? 왜?’
간신히 목숨을 건진 페테루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얻을 때까지 세상을 돌아다니기로 해요. 그게 언제가 되더라도요.
이렇게 해서 페테루가 세상을 돌아다니며 수천 년 역사의 현장에 있게 된 거예요. 조금도 나이를 먹지 않는 불멸의 소년으로 말이에요.
페테루의 이름이 ‘피터 히스토리아’가 된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에요. 페테루, 페트로스, 피에트로, 피에르……. 가는 나라마다 달라졌던 이름의 영어식 발음이 피터, 그리고 히스토리아는 역사(History)에서 따왔지요. 메소포타미아의 평범했던 한 소년이 역사 그 자체가 된 거예요.
그런데 이 이름 때문에 난처해지기도 해요. 1960년대에 만난 한 소녀가 피터에게 따지고 들었거든요. 히스토리는 결국 남자(He)들만의 이야기(story)가 아니냐고요 말이에요. 맞는 말 같기도 해요. 분명 세상의 절반은 여자인데, 역사에 등장하는 인물은 알렉산더, 콜럼버스, 나폴레옹…… 온통 남자들뿐이니까요. 친구들 생각은 어떤가요?
피터의 여정은 그리스 시대를 거쳐 예수님이 살던 시대의 예루살렘, 콜럼버스에게 학살 당해 사라진 아라와크 부족의 마을, 갈릴레이가 살았던 시절의 이탈리아, 프랑스 혁명의 현장, 산업 혁명 이후 지옥과도 같았던 어린이 노동의 현장, 제2차 세계 대전 당시의 폴란드, 1960년대의 미국을 거쳐 이라크 전쟁 한가운데로 이어지지요. 이라크는 바로 피터의 고향 메소포타미아가 있던 곳이에요.
피터, 아니 페테루는 자신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았을까요? 친구들도 피터와 함께 역사 시간 여행을 떠나 답을 찾아보기로 해요.
함께 읽으면 좋아요!
『어린이 살아있는 세계사 교과서 1-7』(전국역사교사모임 원작/윤종배, 이성호 글/이우일, 이우성 그림/휴머니스트)
사람은 누구나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요. 나라 역시 다른 나라와 관계를 맺고 살아가지요. 우리가 세계사를 알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로봇 ‘대포코’와 함께 세계사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이것저것 > 초등 독서평설 - 책읽어주는선생님'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0년 10월] 499살 외계인, 지구에 오다 (0) | 2021.06.30 |
---|---|
[2010년 9월] 불가사리 (0) | 2021.06.29 |
[2011년 11월] 학교 영웅 전설 (0) | 2021.06.27 |
[2011년 9월] 속 좁은 아빠 (0) | 2021.06.26 |
[2011년 8월] 꼬물꼬물 세균 대왕 미생물이 지구를 지켜요 (0) | 2021.06.2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