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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초등 독서평설 - 책읽어주는선생님

[2010년 9월] 불가사리

by 오른발왼발 2021. 6.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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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사리를 기억해!

 

 

길창덕, 윤승운, 박수동, 신동우……. 어릴 때 좋아하던 만화가들이에요. 생각해보면 참 이상해요. 어릴 때 봤던 동화책의 작가는 거의 기억을 못 하면서 만화가는 이렇게 또렷이 기억하고 있으니까요.
하긴 제가 만화책을 무척이나 좋아했기 때문일 거예요. 아버지께서는 달마다 어린이 잡지를 구독해 주셨어요. 그럼 제일 먼저 펼쳐 보는 게 바로 만화였지요. 만화를 보고 또 보고, 한참을 본 뒤에야 다른 기사나 동화를 보곤 했답니다.
그래서일까요? 어릴 때 봤던 만화책 가운데 지금까지도 그 내용이 기억 나는 게 정말 많아요. 그 가운데 ‘불가사리’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죠. 바다에 사는 불가사리냐고요? 아니에요. 쇠붙이를 먹고 살면서 나쁜 기운을 쫓아 준다는 상상의 동물이랍니다. 
무슨 일 때문인지 스님들은 보이는 대로 모두 가두던 때였어요. 스님 한 분이 동생 집 벽장 속에 숨어 지내며 밥풀로 불가사리를 만들었죠. 불가사리는 쇠란 쇠는 모조리 먹어 치우며 점점 커졌어요. 아쉽게도 그 뒷이야기는 기억이 나질 않지만, 쇠를 먹는 신기한 동물 불가사리만은 기억에 콕 박혀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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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사리를 다시 만난 건 20여 년이 지난 뒤 옛날이야기 그림책을 통해서였어요. 얼마나 반가웠는지 몰라요. 마음속에 살고 있던 불가사리를 다시 만났으니까요. 그리고 다시 10년이 지나 불가사리를 또 만났지요. 역사 동화 『불가사리』(강숙인 글/푸른책들)를 통해서 말이에요.

 

이 책의 배경은 원래 불가사리 이야기의 배경과 비슷한 고려 말 우왕 때예요. 그 시절 백성들은 살기가 무척 어려웠어요. 특히 ‘소’ 지역에 사는 백성들은 더욱 힘들었다고 해요. 신분은 평민이지만 노비보다 더 힘들고 고된 일에 시달렸거든요. 그러다 보니 차라리 개경의 부잣집 노비로 사는 게 낫다며 도망치는 사람도 많았어요. 하지만 그것 역시 쉬운 일이 아니었죠. 대부분 도중에 붙잡히거나, 쫓겨 다니다 죽곤 했으니까요.
이 책의 주인공 장이네도 그랬어요. 일곱 살 장이는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소에서 도망쳤지만, 아버지는 붙잡혀 가고 어머니는 추위와 굶주림 때문에 길에서 목숨을 잃었지요. 장이는 길을 가던 대장장이 부쇠의 도움으로 겨우 목숨을 구할 수 있었어요. 그 뒤 부쇠의 집에서 지내게 되지요. 부쇠의 딸인 연두와 함께 말이에요.
이런 장이가 애지중지하던 것이 하나 있어요. 소에서 도망치기 한 달 전에 아버지가 장이에게 만들어 준 불가사리 인형이에요. 아버지는 백성들이 살기 힘들 만큼 세상이 어지러워지면 불가사리가 나타나 도와줄 거라고 하셨지요. 백성들을 괴롭히는 쇠붙이란 쇠붙이는 모조리 먹어 치워서 말이에요. 불가사리가 쇠를 먹는 건 쇠가 엽전과 무기를 만드는 나쁜 것이기 때문이래요.
그런데 장이는 공교롭게도 쇠를 다루는 대장장이인 부쇠의 도움을 받아 살아나고, 대장간에서 일을 하게 돼요. 장이는 대장간 일이 좋았어요. 대장간에서 함께 일하는 검배만 아니면 말이에요.
검배는 어릴 때부터 부쇠를 아버지보다 더 따랐고, 부쇠처럼 대장장이가 되고 싶어 했어요. 또 부쇠의 딸인 연두를 좋아해 혼례를 치르고 싶어 했지요. 그런데 장이가 나타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어요. 연두는 검배가 아닌 장이를 좋아했거든요. 검배한테 장이는 이래저래 못마땅한 존재였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불행이 찾아왔어요. 무기를 만들어 달라는 양 부자의 부탁을 부쇠가 거절했기 때문이에요. 결국 부쇠와 장이는 양 부자의 음모 때문에 역모에 연루되었다는 누명을 쓴 채 죽고 말아요. 
하지만 다행히도 장이가 연두를 위해 만든 불가사리 인형만은 연두에게 발견되어 생명을 얻지요. 연두는 불가사리가 쇠 맛을 알게 될까 봐 밥만 주며 사람들 몰래 보살펴요. 그러다 왜구가 쳐들어오자, 검배는 불가사리를 앞세워 왜구를 물리쳐야 한다며 연두를 설득해요. 결국 불가사리의 활약 덕분에 검배는 왜구를 물리친답니다. 하지만 왜구가 물러가고 마을에 평화가 찾아오자, 수령은 검배를 꼬드겨 불가사리를 죽이게 해요. 불가사리에게 쇠를 대 주는 것도 만만치 않을 뿐더러, 힘센 불가사리가 혹시라도 역모에 이용당하면 어쩌겠느냐면서 말이에요.
결국 검배의 어리석은 행동 때문에 불가사리는 사라지고 말지요. 인간을 도운 불가사리를 인간 스스로 쫓아 버리고 만 거예요. 작가는 불가사리를 통해 인간의 욕심이 얼마나 큰 불행을 가져오는지를 보여 주고 있답니다.
하지만 한 가지 다행인 점이 있어요. 마을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불가사리는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는 거예요. 언젠가 또다시 마을에 어려운 일이 닥치면 홀연히 나타나 사람들을 도와줄 거라는 마음만은 깊이 간직했기 때문이지요.

함께 읽으면 좋아요!

『불가사리를 기억해』(유영소 글/홍선주 그림/사계절)


여섯 편의 옛이야기를 새로운 방식으로 다시 쓴 책이에요. 「불가사리를 기억해」는 그 가운데 한 편이랍니다. 아기를 몹시 갖고 싶어 하던 아주머니가 밥풀을 뭉쳐 불가사리를 만들었어요. 불가사리가 전쟁터에서 무기를 먹어 치운 덕분에 전쟁터에 나갔던 아저씨도 돌아오고 아기도 생겼지요. 하지만 소원을 이룬 아주머니는 그만 불가사리를 잊고 말았답니다. 그 뒤 불가사리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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