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게 보는 법 배우기
“넌,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야!”
대학교에 다닐 때 일이에요. 어느 날 갑자기 친구가 저에게 이렇게 말했지요. 무슨 소린가 싶어 그 친구를 붙들고 묻고 싶었지만 친구는 이 말만 남기고 자리를 떴어요.
저는 무척이나 혼란스러웠어요. 매우 친했던 친구의 일이었으니까요.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은 그때 인기를 끌던 가요였죠. 친구는 그 노래 제목을 따서 저에 대해 이야기한 것이었고요.
한동안 이 말을 두고두고 생각했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지요. 그 친구도 저한테 잘해줬지만, 저도 그 친구한테 잘하고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에요.
시간이 한참 지난 뒤, 저는 친구의 말을 이해하게 됐어요. 친구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지요. 친구는 제가 지금까지 미처 보지 못하고 있던 제 모습을 말한 것이었어요. 언제부턴가 저는 모든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에 친한 친구들한테도 거리를 두었거든요.
아마도 이런 제 모습은 제 스스로는 도저히 알아채지 못했을 거예요. 때로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나 자신을 더 정확하게 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건 바로 이때부터였답니다.
책장 넘기기
『499살 외계인, 지구에 오다』(찰스 레빈스키 글/흐리겔 파르너 그림/김영진 옮김/비룡소/절판)는 지구에 사는 우리 모습을 외계인 아이의 눈을 통해 보여줘요.
어느 날 ‘나’의 집에 한 아이가 나타났어요. 처음엔 목소리만 들리더니, 그 다음엔 문을 뚫고 머리가 나타났고, 결국엔 문짝을 넘어뜨리고 들어와서는 다짜고짜 이 집에서 같이 살 거라고 말했지요.
이유가 뭐냐고요? 그 아이가 사는 별에서는 졸업할 학년이 되면 외계 인류학 숙제를 써내야 한대요. 그러기 위해선 몇 주 동안 아직 발달이 덜 된 인류가 살고 있는 곳에서 지내며 그들을 관찰해야 하고요. 제비뽑기에서 지구를 뽑은 아이는 이곳으로 왔고, 자기 나이만큼인 499걸음을 걸었을 때 눈 앞에 보이는 집으로 들어온 거래요.
499살이라니? 그게 가능한가요? 정말 황당해요. 게다가 499살이나 먹었지만 여전히 아이의 모습인 어떻고요. 그런데 그것도 다 까닭이 있어요. 아이가 사는 별에서는 사람이 호박에서 태어난대오 쳐음 태어난 사람은 어른이고요. 나이를 먹으면서 아이가 되어 가는 거래요.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는 말 들어봤지요? 이 아이가 사는 별에서는 이 말이 그대로 통할 것 같아요.
어쨌든 499살이나 먹은 늙은 아이과 ‘나’의 동거는 이렇게 시작했어요. ‘나’는 아이에게 ‘미셸’이라는 이름을 지어 줬지요. 미셸과 지구인 사이에는 서로 다른 점이 너무 많았어요. 미셸은 우리가 갖지 못한 신기한 능력을 아주 많이 갖고 있지만, 그렇다고 지구에서 생활하는 것이 만만치만은 않았지요. ‘나’는 지구 생활에 대해서 열심히 설명해 줬어요. 하지만 미셸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것이 너무 많대요. 몇 가지 예를 들어 볼까요?
미셸은 거지 할아버지가 돈이 한 푼도 없어 구걸을 하고 있는데, 중앙은행에서는 지하실에 돈을 산더미처럼 쌓아 두고만 있는 것을 이해할 수 없대요.
신기록을 세우기 위해서 힘들게 빨리 뛰는 것도 그래요. 미셸은 즐겁지 않은 일은 빨리 끝내야 하고, 즐거운 일은 오래오래 즐겨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400m 달리기 대회에 나가서는 미술관에서 한 점 한 점 그림을 감상하듯 아주 천천히 트랙을 거닐었어요. 기록은 16분 31.09초. 이것도 나름대로 세계 신기록은 신기록이었지요.
미셸은 동물원도 이해하기 어려워요. 많은 동물들이 감옥에 갇혀 있으니까요. 동물들은 감옥에 갇혀 있는 게 아니라 우리에 갇혀 있는 거라고 얘기해도 소용 없었어요. 결국 미셸은 동물들을 데리고 집으로 왔답니다.
미셸인 500번째 생일을 맞아 지구를 떠나는 날, 미셸은 슬퍼하는 ‘나’에게 ‘다르게 보는 법’을 배우라고 해요. 미셸이 지구를 떠난다고 생각하지 말고, 고향 별로 돌아가 보고 싶던 친구들을 만난다고 생각하라고요. 그건 기뻐해야 할 일이니까요.
다르게 보 는 법! 그러고 보니 우리가 지금껏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 가운데는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은 것들도 많은 것 같아요. 아마 미셸이 우리에게 알려주고 싶었던 것도 바로 이것이었겠죠?
함께 읽으면 좋아요!
『이야기로 가득한 동물원』(잔니 로다리 글/풀비오 테스타 그림/이현경 옮김/한림출판사/절판)
‘자코모’와 ‘리카르도’는 용기를 증명하기 위해 동물원에서 밤을 보내다 놀라운 경험을 하게 돼요. 밤이 되면 동물원의 동물들도 말을 할 수 있게 되는 거였죠. 코끼리 코가 길어진 까닭, 토끼가 숲 속의 왕이 된 이야기, 이집트의 신성한 고양이 이야기 등등. 두 아이는 동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들에게도 저마다의 사연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답니다. 그리고 동물들이 우리 밖으로 나와 인간들과 평화롭게 살고 싶어 한다는 것도 알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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