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판소리
혹시 판소리를 들어 본 적이 있나요? 아마 들어 보지 못한 친구들이 많을 것 같아요. 저도 판소리에는 관심이 없었으니까요. 만약 제 아이가 국악을 배우지 않았더라면 판소리를 들어볼 기회가 없었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아이가 하는 판소리를 듣게 되고, 선생님의 판소리를 듣게 되면서, 공연장에서 하는 판소리도 들어 볼 기회가 생겼어요.
판소리를 직접 들어 보니 참 재미있었어요. 왜 그동안 판소리에 관심이 없었는지 몰라요. 생각해 보면 들어 볼 기회가 전혀 없지는 않았거든요. <흥부가> 가운데 한 마디인 ‘제비 몰러 나간다~’는 제가 어렸을 때 아주 유명했어요. 텔레비전 광고에 나온 덕분이죠. 아이들은 누구나 ‘제비 몰러 나간다~’ 한 마디쯤은 부를 수 있었지요.
하지만 그뿐이었어요. 텔레비전 <국악 한마당>에서 보는 판소리는 여전히 지루하게 느껴졌거든요. 그러다 알게 됐지요. 왜 판소리가 그렇게 재미없게 느껴졌는지를요. 판소리는 직접 들으면 정말 좋은데 텔레비전을 통해 듣는 순간 지루해져요. 여기에는 비밀이 있답니다. 그 비밀이 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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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 소리판』(정혜원 글/민은정 그림/우리교육).
제목 옆을 보니 ‘귀명창이 들려주는 우리 소리 이야기’란 작은 제목이 붙어 있어요. 명창이란 말은 들어 봤어도 귀명창이란 말은 좀 낯설지요? 귀명창이란 판소리를 제대로 들을 수 있는 사람을 말한대요. 이렇게 귀명창이란 말까지 있는 걸 보면, 판소리에서는 소리를 하는 사람뿐 아니라 듣는 사람도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좋은 소리를 제대로 들어주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 사람도 더 신이 날 테니까요.
이 책을 읽다 보면 판소리 소리판에서는 중요한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라는 걸 알게 돼요. 판소리에는 ‘일 고수 이 명창, 삼 청중’이라는 말이 있어요. 소리판에서 첫째로 중요한 것이 장단을 맞추기 위해 북을 치는 ‘고수’이고, 둘째로 중요한 것이 소리를 하는 사람이고, 셋째로 중요한 것이 소리를 듣는 청중이란 뜻이지요. 이 가운데 하나라도 빠져서는 안 돼요.
첫째로 중요한 것이 명창이 아니라 고수라는 사실은 좀 뜻밖이지요? 아무래도 소리판의 주인공은 명창인 것 같으니까요. 고수는 단지 장단을 맞춰 주는 거고요. 그런데 제가 잘못 알고 있었어요. 고수는 그저 장단을 맞춰 주기만 하는 게 아니라, 판소리 장단을 맺고 풀어 가는 지휘자와 같은 사람이었던 거예요.
청중도 우리가 흔히 아는 것과는 달라요. 소리판의 청중은 그냥 얌전히 앉아서 감상하고 박수나 쳐 주는 사람이 아녜요. 청중은 소리꾼의 소리에 적극적으로 반응하죠. 신이 나면 자연스럽게 ‘얼씨구!’, ‘좋다!’, ‘잘한다!’와 같은 추임새를 넣기도 하면서요. 소리꾼은 이런 청중의 반응을 듣고 더욱 힘을 내서 소리를 하게 되지요. 즉 소리판은 소리꾼과 청중이 어우러져야 완성되는 ‘살아있는 무대’랍니다.
드디어 비밀이 밝혀진 것 같아요. 판소리를 직접 들을 땐 좋은데 텔레비전을 통해 들을 땐 재미가 없는 까닭 말이에요.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 ‘정말?’, ‘좋겠다!’ 하며 맞장구를 치듯이 판소리를 직접 들을 때도 추임새가 저절로 나오곤 해요. 소리꾼은 높은 무대 위에 있고 청중은 아래에서 듣기만 하는 게 아니라, 소리꾼과 청중이 같은 위치에서 어우러져 소리판을 활기차게 이끌어 가는 거지요. 하지만 텔레비전을 통해서 들을 땐 소리꾼과 청중이 전혀 어우러질 수가 없어요. 그러니 재미가 없었던 거지요.
판소리란 이처럼 살아있는 음악이기에 다른 음악에서 볼 수 없는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어요. 바로 ‘더늠’이라는 거지요. 더늠이란 소리꾼들이 자기 개성에 맞게 소리를 더 넣는 것을 말해요. 그래서 판소리를 ‘더늠의 예술’이라고도 한대요. 판소리는 더늠이 하나하나 더해지면서 성장해 왔던 거예요.
소리뿐 아니라 새로운 장단이 더해질 수도 있어요. 바로 판소리 장단 가운데 가장 느린 ‘진양조장단이 그렇답니다. 진양조장단에는 하루아침에 앉은뱅이가 된 명창 김성옥의 한이 담겨 있어요. 진양조장단이 생기기 전의 판소리는 장단이 빠르고 단조로워 깊이 있는 생각을 표현하기가 어려웠어요. 그런데 진양조장단은 슬픔이나 감동을 표현하는 것이 가능했죠. 덕분에 여러 감정들을 더 풍부하게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답니다.
판소리는 처음에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몰라도 새로운 더늠이 더해지고, 장단이 더해지면서 풍성해졌어요. 같은 옛날이야기라도 들려주는 사람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듯이 판소리 또한 달라진 거죠. 동편제, 서편제라는 것도 이렇게 달라져서 생긴 거랍니다.
어때요? 판소리에 대해 조금 알고 나니 판소리가 재밌어졌죠? 판소리는 역시 아는 만큼 더 즐길 수 있는 것인가 봐요.
함께 읽으면 좋아요!
『판소리와 놀자』(이경재 글/윤정주 그림/창비)
소리를 배우는 사람들은 소리 공부를 위해 자연을 찾아 나서곤 해요. 이럴 ’산공부‘라고 하죠. 5학년 윤실이도 선생님, 언니, 오빠들과 함께 한 달동안 산공부를 가요. 윤실이가 산공부를 통해 배운 건 판소리만이 아니에요. 주위 여러 사람들과 어울리며, 또 스스로를 이겨내며 판소리 실력만큼 윤실이도 성장할 수 있었답니다. 윤실이의 이야기를 같이 들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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