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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관련/논픽션

"원자" 그리고 "쿼크"

by 오른발왼발 2022. 6.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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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 돼! - 처음 들어보는 원자 이야기》(조은수 글/유현진 그림/두마리토끼책/2021)
《세상을 이루는 가장 작은 입자 이야기》(요 살름손 글/올라 스쿠갱 그림/그린북/2016)

 

“말도 안 돼!”
《말도 안 돼! - 처음 들어보는 원자 이야기》를 처음 봤을 때 든 생각이에요. 
유아 그림책으로 원자에 관한 이야기라니요?
원자에 관한 이야기를 유아에게 알려줄 필요가 있을까 싶었어요.
선행 학습도 이런 선행 학습이 없다 싶었지요.
하지만 책을 살펴보면서 생각이 바뀌었어요. 

나는 여기에도 있고
저기에도 있고
어디에나
있어.

하지만 네 눈엔 안 보여.

말도 안 돼!

원자의 성격을 딱 유아의 눈높이에 맞춰 이야기를 끌고 가고 있었거든요.
이야기!
맞아요. 
이 책은 분명 ‘원자’에 관한 과학 그림책이지만 과학 그림책 같지 않은 과학 그림책이에요.
아무리 설명해도 유아는 원자에 대해 이해하기 어려워요.

원자는 어디에나 있고, 보이지 않고, 죽지도 않고, 쏜살같이 움직이고……

그러니 이 정도의 아주 기본적인 내용만 알려줘도 충분하다 여겨졌어요.
이 세상은 보이지 않는 원자라는 것으로 이루어졌다는 것만 알게 되고,
보이는 것 너머에 다른 것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래서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된다면 그걸로 충분하니까요.
과학책은 정보를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호기심을 갖게 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는 게 제 생각이거든요. 호기심이야말로 세상을 탐구할 수 있는 힘이 되니까요.
원자의 1인칭 서술로 친근감 있게 써 내려간 글도 좋았어요. 
그리고 그림에서 원자는 글을 읽는 독자 ‘나’의 모습이죠.
즉, “원자=나”임을 보여주고 있어요.
작가는 놀라운 원자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어린이 독자인 ‘나’에게 말하지요.

“이제 네가 얼마나 놀라운 아이인지 알겠지?”
 
저는 원자 이야기를 아이들이 자신의 소중함을 깨닫는 것으로 전환해 나가는 기발함에 감탄을 했어요. 
이건 보통의 과학 그림책에서는 볼 수 없는 특별함이거든요.
100권이 훨씬 넘는 그림책의 글을 쓰고 번역해 온 글 작가 조은수의 내공이 발휘된 덕분이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아쉬움도 있었어요.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일까요?
원자는 물질을 이루는 가장 작은 입자에요. 즉 물질의 모양이나 형태와 관련이 있어요.
하지만 ‘예쁘거나 못나거나, 마르거나 뚱뚱하거나’처럼 사람의 판단이 들어간 비유를 섞어서 사용해요. 또 뭔가 예를 들 때도 ‘방귀, 똥, 오줌, 된장찌게야’처럼 뜬금없어 보이는 사례가 섞어 들어가기도 해요. 
게다가 원자의 성질을 아무런 설명 없이 무책임하게 그냥 툭툭 뱉어놓은 것 같을 때도 있어요. 
“누가 보면 하나지만, 아무도 안 보면 여럿”이라는 말은 원자에 대해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결코 이해할 수 없어요. 하지만 책을 보고 이 말을 이해할 수 있는 힌트는 어디에도 없어요.
작가도 말하고 있듯이 “양자역학”을 알게 된 황홀하고 경이로운 느낌은 충분하지만, 느낌만 앞서고 그 내용은 충분히 체화되지 않은 채 쓴 것이 아닐까 싶어요.
다행히 그림은 작가의 글을 200% 든든하게 받쳐주고 있어요.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활기차고 환상적으로 이끌어 가요.

“지구가 폭삭 망해서 열두 명의 아이들만 남게 된다면 그리고 지구의 마지막 과학자인 당신도 곧 죽게 된다면, 마지막으로 아이들에게 무슨 말을 해주겠습니까?”
파인만이라는 유명한 과학자는 이 질문에 이렇게 대답을 했다고 해요.
“얘들아, 세상 모든 것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단다.”

그만큼 원자가 중요하다는 것이겠죠. 
그러니 이 책은 유아들에게 제 몫은 충분히 한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이 이 세상에 원자라는 것이 있다는 것, 그리고 이 책 덕분에 호기심이 생겼다면 말이에요.


《세상을 이루는 가장 작은 입자 이야기》는 원자보다 더 작은 쿼크에 대한 책이에요.
쿼크란 원자를 쪼개고 쪼개서 발견했어요.
원자는 물질을 이루는 가장 작은 단위라고 했으니, 원자를 쪼개고 쪼개서 발견한 쿼크는 물질의 성질을 가지고 있진 않을 거예요.
우리 눈에는 보이지도 않는 원자를 쪼개는 것이 상상이 안 된다면, 원자폭탄을 생각하면 되요. 원자폭탄은 원자를 작은 단위를 쪼개면서 나오는 강력한 힘으로 만든 폭탄이거든요.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에요. 원자가 쪼개진 조각들을 다시 쪼개지고 쪼개자 알아보기도 힘든 많은 입자들이 생겨났대요. 그리고 이들 입자는 6개의 쿼크 조각과 6개의 경입자(렙톤)와 힘을 전달하는 4개의 입자와 힉스입자가 필요하다나요?
저로서는 너무 어려워서 제대로 이해하기가 어려워요.
하지만 중요한 건 우리가 사는 세계는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세계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 또 우리가 가장 작은 단위라고 생각했던 원자도 쪼개고 쪼개면 수없이 많은 입자들이 있다는 것, 즉 우리가 아는 것은 정말 얼마 안 된다는 깨달음을 하게 해 준다는 점이에요. 

벽을 뚫고 갈 수 있을까요?

이 책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해요.
그리고 이렇게 말하지요.

벽이 우리 몸의 빈 공간에, 
그리고 우리 몸이 벽의 빈 공간에
같은 순간에 놓이면 벽과 우리 몸은 서로를 관통할 수 있어요.

정확히 이해하긴 어렵지만, 고개를 끄덕일 수는 있을 것 같아요.
우리 몸을 비롯해 세상의 모든 물질은 쿼크와 같은 작은 입자로 구성되어 있고, 입자와 입자 사이에는 공간이 있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리고 또 하나, 쿼크 입자처럼 지금까지 있던 것과는 너무 달라 그것을 묘사할 만한 단어가 없을 때, 과학자들은 수학을 대신 사용한다고 해요.
즉, 수학은 우주의 언어라고 할 수 있는 거지요. 
학창 시절, 왜 배우는지도 모르고 배운 수학은 재미없었는데, 수학이 세상의 비밀을 풀 열쇠라는 생각이 드니 진작 수학을 제대로 배웠으면 싶어져요.

이 책을 쓴 요 살름손은 스웨덴의 판타지 작가에요. 《말도 안 돼!》와 마찬가지로 전문가는 아니에요. 하지만 개념 설명이나 비유를 든 예들이 아주 적확해요.(주위의 전공자가 확인해줬죠)  그만큼 내용에 대해 충분히 이해를 하고 썼다는 뜻이겠지요.
대신 판타지 작가답게 시작부터 흥미를 끄는 요소들이 많아요. 그림 작가인 올라 스쿠갱은 만화작가이기도 해요. 판타지 작가와 만화 작가가 만난 덕분인지 책의 무게감은 훨씬 가볍게 느껴져요. 
좀 어렵긴 해도, 초등 고학년 정도면 흥미 있게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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