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옛날이야기 책/옛날이야기 공부방

세 가지 유산, 호랑이 잡은 피리, 삼 형제

by 오른발왼발 2022. 5. 25.
728x90

내가 받은 유산은 무엇일까?

<호랑이 잡은 피리>, <부자가 된 삼형제>, <삼 형제>, <세 가지 유산>

 

 

 

1.

아버지는 죽으면서 세 아들에게 유산을 남긴다. 그런데 그 유산이란 것이 참으로 보잘것없어 보인다.

지팡이, , 장구, , 쇠망치, 농짝, 방울, 벙거지, 바가지, 맷돌, 나발…….

세 형제는 길을 떠난다.

아버지가 남긴 유산만을 가지고는 이곳에서 도저히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길을 떠난 세 형제는 세 갈래 길에서 헤어진다. 성공하면 다시 이곳에서(아버지 집터 혹은 갈림길) 다시 만나기로 약속한다.

홀로 된 세 아들의 마음은 어땠을까?

나는 아버지처럼은 안 살겠다고, 자식들에게 이렇게 보잘것없는 유산을 남겨주는 아버지는 되지 않겠다고, 아버지와는 이제 끝이라 생각하지는 않았을까?

만약 아버지가 물려준 유산이 좀 더 풍요로웠다면 어땠을까? ……, 아마도 마찬가지였을 것 같다. 부푼 마음으로 미래를 바라보는 젊은 자식에게 아버지의 유산은 보잘것없어 보일 수밖에 없으니까.

 

길을 떠난 세 형제는 세 갈래 길을 만난다. 어느 길로 가야 할지 선택의 순간이 온 것이다. 선택은 마치 우리 인생과 같다.

우리 아이는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엄마가 하는 말 가운데 가장 무서운 말이 네 마음대로 해!”라는 것이라 한다. “자유를 주는 건데 왜 무서워?” 하고 물어봤지만 그냥 얼버무리기만 했다. 그러다 대학생이 되고 난 뒤에 들은 말은 이랬다. “나 혼자 선택하면 내가 다 책임져야 하잖아.”

맞다. 선택에는 책임이 따른다. 형제는 어느 길로 가든지 오롯이 자신이 선택한 책임을 져야 한다. 이제는 다른 형제도 없다.

이야기에서는 세 형제로 나와 있지만 실은 한 사람일 수도 있다. 누구나 인생을 살아가며 세 번의 기회가 온다는 말이 있다. 세 갈래 길은 어쩌면 우리에게 오는 세 번의 기회일지도 모른다. 세 형제가 나중에 다시 한곳에 모이는 것은 그래서일 거다.

아무튼, 세 형제는 아버지가 남긴 보잘것없는 유산을 들고 그 기회를 찾아 홀로 떠난다.

 

2.

이야기마다 세 형제가 받은 물건은 조금씩 다르고, 겪은 일도 조금씩 다르다. 하지만 그 가운데 눈에 띄는 물건도 있다.

먼저 지팡이와 쇠망치가 눈에 띈다. 지팡이와 쇠망치는 도깨비나 해골바가지로 변신한 여우 같이 된 존재를 물리친다. 즉 벽사의 능력을 갖고 있다.

그리고 북, 장구, 방울과 같은 악기도 눈에 띈다. 호랑이떼를 만난 아들은 이 악기들을 침으로써 호랑이들을 춤추게 하고 그 덕에 부자가 될 수 있었다.

이들 물건들이 상징하는 바가 있을까? 뭔가 있을 것 같기도 하지만, 산만하게 흩어져버리는 요소도 있다. 그래서 각각의 물건이 상징하는 바가 이거다!’라고 다가오진 않는다. 다만 벽사의 능력이 있는 물건과 무당의 무구처럼 보이는 악기들 때문인지 무당이 연상된다. 하지만 아버지가 무당은 아니다. 그렇다면 뭘까? 생각이 자꾸 깊어진다.

그래서인지 이번엔 세 형제가 각각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자신이 받은 유산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눈여겨보게 됐다.

우선 호랑이에게 죽임을 당할 위기에 처한 아들은 죽기 전에 이거나 한 번 쳐 보고 죽자!’ 하는 각오로 악기를 울렸다. 그러자 무당호랑이가 춤을 추기 시작하고 그 때문에 높게 탑처럼 쌓아 올렸던 호랑이들은 무너져 내린다. 죽을 각오로 소리를 내자 자신을 위협하던 세계(호랑이)는 흔들리기 시작했고, 곧 무너져내렸다. 아들은 죽음의 위기에서 죽을힘을 다해 악기를 울려 자신을 구했다. 만약 아버지의 유산인 악기가 없었다면 이루어내기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어쨌든 아들은 살았고, 자신을 위협하던 세계는 사라졌다. 아들은 그 무너진 세계(호랑이)로 재산도 모으고 잘살게 됐다. 무너진 세계를 딛고 아들의 새로운 세계가 열린 것이다.

죽음의 위기에 빠진 여자를 구하기도 한다. 지네 때문에 병든 여자가 살아나는 방법을 이야기하는 도깨비들을 본 아들은 지팡이로 소리를 내서 도깨비를 쫓아낸다. 그리고 도깨비들의 금망치 은망치도 차지해 들고 여자를 구한다. 바가지를 받은 아들은 불이 붙은 목신을 구하려 바가지로 물을 퍼 불을 꺼주고, 병든 여자를 구할 방법을 듣는다. 쇠망치를 가진 아들은 열 두대문집에서 도깨비 때문에 홀로 남아 마지막 날을 기다리고 있던 여자를 구해준다. 농짝을 받은 아들은 쫓기는 처녀를 농짝에 숨겨주기도 한다. 이 결과로 죽음의 위기에 빠져 있던 여자와 결혼을 하기도 한다.

 

3.

이야기는 재미있다. 보잘것없어 보이기만 했던 아버지의 유산은 세 형제에게 모두 딱 맞춤인 듯 각자의 상황에서 최고의 힘을 발휘한다. ‘모든 것이 딱딱 맞아떨어진다.’는 옛이야기의 형식적 특징을 제대로 보여준다.

이렇게 해서 세 형제는 각각의 유산으로 성공을 해서 아버지와 함께 살던 곳(혹은 그들이 헤어졌던 세 갈래길)에서 다시 만나 함께 잘 산다.

세 형제는 보잘것없어 보였던 아버지의 유산이 얼마나 큰 것이었는지를 서로 이야기했을 것만 같다. 더불어 그 유산이 아무리 대단한 것이었다 해도 자신이 그 상황에서 얼마나 제대로 잘 활용했는지 자기 자랑도 함께 늘어놓으면서 말이다. 만약 다른 길로 갔다면 아버지에게 받은 유산이 별 쓸모없을지도 몰랐을 텐데, 그 길을 택한 게 정말 잘한 일이라고 하면서 말이다.

결국 보잘것없어 보였던 아버지의 유산은 제 몫을 했고, 형제들은 그 유산을 바탕으로 멋지게 성공한 셈이다. 마치 우리가 앞선 인류가 이룩해놓은 유산을 바탕으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내듯이 말이다.

이쯤 되니 앞서 말했던 아버지의 유산 가운데 무당이 연상됐던 것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보잘것없어 보였던 아버지 유산엔 굉장한 힘이 있었다. 물론 그 유산을 갖고 각각의 상황에서 잘 대처한 아들들의 대처 방법이 잘 어우러졌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알고 보면 우리의 몸도 아버지 유산이다.

나는 조상신이란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제사를 지내는 집안도 아니었고, 무신론자인 나는 죽으면 끝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결국 인정할 수밖에 없는 건 좋건 싫건 조상의 유전자는 내 몸에서 이어지고 있고, 결국 앞선 조상들과 함께 살아가는 셈이라는 사실이다. 그러니 조상신을 믿는다는 것은 나를 믿는 일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결론에 이를 줄은 미처 생각도 못했다.

세 형제가 아버지 유산을 들고 간 건 아마 그래서였을 거다. 아버지는 죽었지만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강무홍 글/김달성 그림/보림 이현주 글/이수아 그림/비룡소 한미호 글/고광삼 그림/시공주니어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