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이해하는 눈을 키워주는 경제 책
경제를 알면 세상이 보여!
제자벨 쿠페 수베랑 글/오리안 뷔 그림/미세기
'경제'하면 뭔가 복잡하고 어려운 학문이란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간단히 생각하자면 경제란 먹고사는 문제를 다루는 분야지요. 그런데 먹고살기 위해서는 '돈'이 꼭 필요하다는 사실 때문인지 어린이를 위한 경제 책 가운데는 ‘돈’ 문제에만 초점이 맞춰진 경우가 많아 아쉬웠습니다.
이 책은 다른 어린이 경제 책과는 달랐습니다. 지금껏 경제에 대해 생각했던 범주를 쭉 확장해준다고나 할까요?
앞서 경제란 간단히 생각하자면 먹고사는 문제라고 말씀드렸는데요, 사실 먹고산다는 것은 세상 모든 일과 연관이 없으려야 없을 수가 없는 문제입니다. 따라서 먹고산다는 것은 쉽고 간단한 것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무척 복잡한 문제이기도 하지요.
그런데 이 책은 세계의 복잡한 많은 문제를 내 생활과 연결해서 바라볼 수 있게 해 주지요. 우리가 나랑 관련 없다고 애써 외면했던 일들도 내 처지에서 볼 수 있게 해 줘요.
그럼 혹시 어렵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이 책은 전혀 어렵지 않습니다. 물론 어렵지 않다는 게 쉽다는 뜻은 아니에요. 경제라는 게 워낙 폭이 넓다 보니 쉬울 수는 없지만. 어려운 내용도 어린이들이 이해할 수 있게, 어린이들의 삶 속에서 풀어내고 있어요. 이 어려운 일을 가능하게 한 건 이 책을 쓴 작가가 어린이의 눈에서 경제를 풀어낼 수 있는 경제학자이기 때문일 거예요. 또 만화 형식이 내용을 좀 더 가볍게 다가오게도 하고요.
이야기는 일자리를 잃은 엄마 때문에 걱정이 많아진 조에와 이웃집에 사는 퇴직한 경제학자인 로빈슨 부인을 중심으로 펼쳐져요. 조에는 로빈슨 부인의 일을 도와주기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궁금한 것들을 알아가요. 조에의 궁금증은 일자리를 잃은 엄마와 학교 친구들, 그리고 텔레비전을 보다, 또 옷을 입다가 자연스럽게 생겨나요. 그리고 로빈슨 부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또 생각하면서 경제에 대해 알아가지요.
기본 소득, 평등, 기회, 빈곤, 환경, 화폐, 세계화의 의미, 시장의 법칙, 경기 순환, 투자, 공황 등 어려운 문제도 우리의 현실 속에서 자연스럽게 알 수 있게 설명해주지요.
무엇보다 이 책은 다양한 사람의 입장에서 세상을 볼 수 있게 해줘요. 세계화 문제를 예로 들어 볼게요.
만일 이탈리아 기업이 중국산 토마토 농축액을 산 다음 물을 좀 타서 희석하고 소금만 조금 넣어 주면 ‘메이드 인 이탈리아’가 되지요. 이때 중국산 토마토 농축액을 만드는 노동자는 말도 안 되는 저임금을 받아요. 이런 경우, 많은 책에서는 이런 제품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게 하지요. 하지만 이 책은 저마다의 사정이 있는 소비자들의 결정권에 대해 인정을 해 줍니다. 또한 중국에서 건너 온 조에 친구의 말을 통해 이러한 세계화가 자신의 나라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덜 가난해질 수 있었음을 이야기하지요.
경제 현상을 결코 하나의 눈으로만 볼 수 없음을 알게 해 줍니다. 그리고 이런 다양한 시각은 경제란 우리 모두가 함께 생각하고 고민하고 행동하는 것이어야 함을 알려줍니다.
결국 위에 말했던 기본 소득, 평등, 기회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건 행동이라는 뜻이겠지요.
그래서일까요?
엄마가 조에에게 들려줬다는 벌새의 전설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옛날에 숲에서 큰불이 났어. 숲속 동물들은 모두 놀라 도망쳤고, 멀찌감치 떨어져서 불타는 숲을 멍하니 쳐다보기만 했어.
오로지 작은 벌새만이 물을 한 모금씩 물어다 불을 끄려고 애썼어.
잠시 후 벌새의 행동을 쓸데없다고 생각한 아르마딜로가 툴툴거렸어.
“벌새! 너 제 정신이니? 고작 물 몇 방울로 이 큰불이 꺼지겠어?”
“나도 알아. 하지만 난 내가 할 일을 할 뿐이야!”
흔히 우리는 내가 이 일을 한다고 달라질 것도 아니라며 아예 행동하지 않을 때가 많아요. 하지만 작은 행동이 모인다면 달라질 수도 있지 않을까요? 경제도, 정치도, 그 밖의 세상 모든 것들도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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