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을 평화로 바꾸는 방법
루이즈 암스트롱 글/서현 그림/평화를품은책/2015
전쟁을 평화로 바꾸는 방법!
제목이 마음을 잡아끄는 책이다. 지옥 같은 전쟁을 평화로 바꾸다니!
사실 난 ‘전쟁은 현실이지만 평화는 추상적 개념’이라 생각하기도 했다.
‘평화라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 전쟁, 즉 무력 충돌만 없으면 평화인 걸까?’
이런 생각이 자꾸만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결론은 아무리 불안정한 상태의 평화라도 전쟁보다는 낫다는 것이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 책 정말 전쟁에 관한 책이 맞긴 한 걸까?
이렇게 밝고 귀엽고 유쾌해 보이는 표지라니!
표지를 넘기니 면지엔 바닷가가 보인다. 여러 동물들……, 그리고 인명구조원도 보인다.
이 평화로워 보이는 곳에서 뭔가 전쟁이 일어난다는 뜻일 게다.
이크!
역시 바로 불안감이 밀려든다.
바닷가에서 열심히 모래성을 쌓고 있는데, 누군가 옆에 와서 모래성을 쌓는다.
신경이 안 쓰이려야 안 쓰일 수가 없다.
‘모래사장이 얼마나 넓디넓은데 하필이면 내 옆에서 하지? 자꾸 신경 쓰여!’
하지만 뭐라 할 수는 없다. 모래사장이 내 것도 아니니까 말이다.
그러다 모래성이 점점 커져서 두 모래성이 가까워지면 신경은 있는대로 곤두선다.
그렇다.
이 책은 아이들의 모래성 쌓기라는 놀이 공간을 통해 전쟁이 어떻게 일어나고, 어떤 중재 과정을 거쳐서 다시 평화를 되찾는지를 보여준다.
이렇게 보니 전쟁이란 아주 거창한 것이 아니라 늘 우리 곁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다툼임을 깨닫게 한다.
전쟁이 현실적인 단어지만 내 이야기 같지는 않고, 평화라는 것은 추상적으로 느껴졌는데 이 책을 보니 전쟁과 평화는 한 번도 우리 곁을 떠난 적이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쓴 글 작가 루이즈 암스트롱은 《레몬으로 돈 버는 법 1, 2》(비룡소)를 쓴 작가이기도 하다. 그리고 《전쟁을 평화로 바꾸는 방법》과 《레몬으로 돈 버는 법》에는 공통점이 있다.
아이들의 일상적인 삶을 통해 어려운 용어들을 쉽게 알려준다는 점이다.
앞서 두 모래성이 가까워져 신경이 곤두선 상태에서 글은 이렇게 이어진다.
만약 두 나라 사이에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그곳을 일컬어 '분쟁 위험 지역'이 되었다고 해.
《레몬으로 돈 버는 법》도 마찬가지다.
더 많은 친구들이 레모네이드를 사 먹으러 왔어.
하지만 다들 2,500원이 너무 비싸다고 2,000원만 내겠다고 하면,
2,000원이 레모네이드의 시장 가격이 되는 거야.
《레몬으로 돈 버는 법》에서 아이들이 레몬으로 돈을 버는 과정을 통해 어려운 경제 용어를 익히는 것처럼, 《전쟁을 평화로 바꾸는 방법》에서는 모래성 쌓기를 하며 다툼이 생기고 이를 친구들이 조정하고 화해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서 전쟁과 군사용어들을 익히게 한다.
혹시 아이들이 전쟁과 군사용어를 익히는 게 필요할까 의문을 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용어와 개념을 아는 건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는 데 꼭 필요하다.
그리고 이런 점에서 루이즈 암스트롱의 글쓰기는 확실히 성공적이다.
성폭력 피해자로서 전쟁 같은 삶을 살았던 작가에게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었던 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레몬으로 돈 버는 법》이 노란색 바탕에 밝은 이미지의 그림으로 그려진 것처럼 《전쟁을 평화를 바꾸는 방법》 또한 노란색 바탕의 밝은 이미지다. 그리고 뒷면지를 보면 모래성 때문에 싸움을 벌였던 둘은 친구가 되어 손잡고 간다. 평화의 이미지를 잘 보여준다.
서현의 그림은 치열한 다툼도 한순간에 평화로 바꾸는 힘이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단순하면서도 밝게 보여준다.
전쟁과 평화에 생각해 보고자 할 때 한 번쯤 꼭 읽어보면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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