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아기 오리
오진원 글/이나영 그림/애플비/2022. 6. 10. 초판
《미운 아기 오리》는 안데르센의 <미운 오리 새끼>를 유아 그림책으로 새롭게 구성한 책입니다.
이 이야기를 모르시는 분은 없을 거예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품이니까요. 자세한 이야기는 잊힐 수 있어도, 오리들 사이에서 못생겼다고 구박만 당하던 새끼 오리가 자라서 멋진 백조가 되는 장면만은 다 기억하실 거예요. 누구라도 가슴이 뭉클해지는 멋진 장면이니까요.
저는 유아용 그림책으로 이 이야기를 써 달라는 청탁을 받고, 정말 오랜만에 다시 안데르센 전집 속에 있는 <미운 오리 새끼>를 찾아 읽었습니다. 정말 수십 년 만에 다시 읽어보는 셈이었습니다. 때로는 제가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장면도 있었지만, 역시나 구박만 당하던 미운 아기 오리가 백조가 되어 멋지게 비상하는 장면은 역시 감동적이었습니다.
어린 시절, 때때로 스스로가 미운 아기 오리 신세인 듯 슬퍼질 때마다 ‘결국 나도 이렇게 멋지게 달라질 거야!’하며 희망을 갖게 했던 이야기였습니다. 물론 자라면서 미운 아기 오리가 실은 백조였기에 달라질 수 있었던 것이라는 자각에 이 이야기에 불만을 가졌던 적도 있었지요.
하지만 이번에 이야기를 꼼꼼히 다시 읽으며 이런 생각은 사라졌습니다. 미운 아기 오리는 자신을 구박하던 집에서, 한 할머니 집에서, 농부의 집에서 도망쳐 나와 홀로 힘든 시간을 쓸쓸히 버텨냅니다. 그러면서도 멋진 백조의 모습을 꿈꾸지요.
만약 미운 아기 오리가 구박을 당하면서도 그곳에 안주하며 지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어쩌면 밖으로 뛰쳐나왔을 때처럼 생존을 위협받는 위기에 처하지는 않았을 수는 있었겠지요.(물론 이것도 장담할 수는 없지만요) 그러나 끊임없는 구박에 주눅이 들어 꿈을 잃었을지도 모릅니다. 백조가 된 줄도 모른 채 말이에요.
그리고 어쩌면 미운 아기 오리가 실은 오리가 아니라 백조였다는 사실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리나 백조라는 것은 진짜 오리나 백조가 아니라 하나의 상징으로 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에요. 이야기가 하고자 하는 말은 보잘 것 없던 존재(오리)가 멋지게 자라나는(백조) 하나의 성장기를 보여주는 것이니까요. 비록 우리가 지금은 초라해도 내 안에 멋진 희망을 품고 어려움을 견뎌내는 것처럼 말이에요.
저는 이야기를 다시 쓰며 미운 아기 오리가 현재의 어려운 상황에서 안주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강조해서 쓰려 노력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안데르센이 하고 싶던 이야기라고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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