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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내가 쓴 책

파도 타고 조선 너머

by 오른발왼발 2023. 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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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 타고 조선 너머

오진원 글/최희옥 그림/이지수 기획/샘터/2023529일 초판

 

 

 

이 책은 배에 올랐다가 거센 비바람에 바다에서 사투를 벌이며 표류를 했던 다섯 사람의 이야기에요.

최부, 김대황, 이지항, 장한철, 문순득.

이들 가운데 최부와 김대황, 장한철은 제주에서 배를 타고 육지로 오던 길이었어요. 최부는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김대황은 제주의 특산물인 말을 가지고 올라가기 위해, 장한철은 과거 시험을 보기 위해서였어요.

이지항은 지금의 부산 지역인 동래에서 경상북도 영덕으로 가기 위해 배에 올랐고, 문순득은 홍어를 사기 위해 전라남도의 섬인 우이도에서 배를 타고 인근 섬 지방을 돌고 있었죠.

표류하는 동안, 이들을 지켜줄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었어요. 나침반도 제대로 없었고, 배를 세워둘 때 내리는 닻에는 돌덩이 하나가 매달려 있거나 했을 뿐이지요. 거센 비바람과 파도와 맞서며 바람이 바뀌기를, 파도가 잠잠해지기만을 빌며 버텨냈어요. 그러다 어딘지 모르는 낯선 곳에 도착했을 때는 해적으로 의심을 받아 또다시 어려움을 겪기도 했어요. 그래도 다행히 이들을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었고, 이들 덕분에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어요.

, 맞아요. 이들과 함께 배에 탔던 사람들이 모두 함께 돌아오지는 못했어요. 어떤 이들은 낯선 곳에서 죽음을 맞이해야 했어요. 또 다행히 돌아온 사람들 가운데도 병을 앓아 얼마 못 살고 죽기도 했지요.

정말 안타까운 일이에요. 하지만 당시는 이렇게 일행 가운데 일부만이라도 돌아올 수 있었던 걸 다행으로 여겼어요. 바다에 나갔다 돌아오지 못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았으니까요.

 

무사히 돌아온 이들 가운데는 그동안의 표류 과정을 글로 정리해 남겨놓은 사람들이 많았어요. 조선은 표류인들이 돌아오면 그간의 과정을 정리해 올리도록 했어요. 최부, 김대황 이지항은 나라의 명을 받아 표해록을 썼어요. 하지만 나라의 명과 상관없이 표해록을 남긴 경우도 있어요. 장한철은 개인적인 차원에서 표해록을 썼어요. 그래서 개인의 감정에 무척 솔직해요. 문순득은 자신의 표류 과정을 당시 우이도에 귀양을 와 있던 정약전에게 이야기했고, 정약전이 이를 바탕으로 썼어요. 문순득은 지금의 일본 오키나와인 유구국과 지금의 필리핀인 여송국, 그리고 중국까지 무려 세 나라를 거쳐서 돌아왔지요.

 

생각해 보세요. 거센 파도와 비바람에 휩쓸려 죽을 고비를 넘기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요. 당장 파도에 휩쓸려 죽음을 맞이한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지요. 어쩌면 돌아온 그들은 다시는 배를 타고 싶지 않았을지도 몰라요. 지금으로 말하자면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에 걸린 사람들도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대신 이들은 위험한 표류 덕에 지금껏 경험해 보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를 맞이할 수 있었어요.

 

우리나라 지도를 한번 보세요.

북쪽으로는 중국, 바다 건너 일본만 좀 가깝게 볼 수 있을 뿐이에요. 중국 쪽으로 가도 광대한 중국이 계속되고, 일본 너머를 보면 넓디넓은 바다만 펼쳐져 있어요. 당시 사람들에게 그 너머의 세계는 감히 상상하기 어려운 세계였어요. 게다가 지금처럼 운송 수단이 다양하지 않았기 때문에, 특별한 일 없는 한 사람들은 자기가 태어난 곳을 벗어날 일이 거의 없었어요.

그러니 어쩌면 이들은 당시 조선 밖의 새로운 세계를 경험한 아주아주 특별한 사람이 된 셈이었어요. 아마 그 경험은 그들을 달라지게 만들지 않았을까요?

 

<작가의 말>

새로운 세계를 만나기를 기대하며

 
저는 소심하지만,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아주 많아요.

때문에 호기심은 주로 책과 컴퓨터처럼 제 주위에 있는 익숙한 것들을 통해 풀곤 하죠. 하지만 이런 방법은 한계가 있기 마련이에요. 몸으로 경험하고 느끼지 못하니까요.

그래서 때로는 크게 심호흡을 하고 용기를 내서 밖으로 나서기도 해요. 바깥엔 더 넓은 세계가 펼쳐져 있고, 제가 발을 내디디면 딛을수록 더 많은 세계가 펼쳐진다는 사실을 아니까요. 호기심이 호기심을 낳는 것처럼, 새로운 세상은 더 넓은 새로운 세상을 꿈꾸게 해주지요.

그래서 가끔은 저를 누군가 무작정 낯선 세계로 데려가 주길 바라기도 해요. 두렵기도 하지만 설레는 마음으로요.

 

제가 망망 바다에서 표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건 이 때문일 거예요. 표류 이야기에는 그 사람이 지금껏 경험하지 못했던 낯선 세계가 펼쳐지거든요.

지금은 마음만 먹으면 세계 어느 나라건 얼마든지 가 볼 수 있지만, 옛날엔 자기 자신이 살던 곳을 벗어나는 일이 거의 없었어요.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도 표류가 아니었다면 조선 밖에 얼마만큼 넓은 세상이 있는지 모르고 살았을 거예요. 비록 목숨이 위태로워지는 일도 많긴 했지만, 대신 그들은 새로운 세상에서, 많은 것을 경험하고 배울 수 있었어요. 세상을 보는 눈도 그만큼 넓어질 수밖에 없지요.

 

저는 이 책을 쓰며 또다시 마음을 다잡았어요. 지금껏 안 해봤던 새로운 일들을 해보자고요. 그럼 지금껏 몰랐던 또 다른 새로운 세계가 저에게 다가오겠죠?

그리고 어디서일지는 몰라도, 언젠가 새로운 세계에서 여러분들과 만날 날도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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