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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관련/논픽션

증기기관차 대륙을 달리다

by 오른발왼발 2022.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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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기기관차 대륙을 달리다

브라이언 플로카 글, 그림/유만선 옮김/너머학교

 

 

 

 

칙칙폭폭 칙칙폭폭.

우리는 기차가 달리는 소리를 이렇게 표현한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타는 기차는 아무리 달려도 이런 소리는 나지 않는다. 우리가 칙칙폭폭하면 기차를 떠올리는 건 이 세상에서 처음 달리게 된 기차가 증기기관차였기 때문이다.

 

기차가 달리기 시작하면서 세상의 모습은 많이 변했다.

예전의 길은 사람이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것이었다면, 기찻길은 사람들이 어딘가를 가기 위해 만든 길이었고 그 길을 따라 사람들이 움직이는 것이었다. 기차가 정차하는 곳을 중심으로 도시가 발전하고, 사람들이 움직이는 공간은 넓어지고, 기차 시간표는 사람들이 시간을 중요하게 여기는 계기가 됐다.

 

이 책은 미국 대륙횡단철도에 관한 이야기다.

표지를 넘기면 면지에는 대륙횡단철도에 대한 정보가 빼곡하다. 1862년 남북전쟁의 와중에 링컨은 대륙횡단철도를 놓을 수 있는 법에 서명을 했다고 한다. 철도는 두 회사가 동부와 서부 양쪽에서 놓기 시작했다. 한 회사는 동부에서 서부 쪽으로, 또 한 회사는 서부에서 동부 쪽으로 철도를 놓았고, 두 철도가 만나는 지점은 두 회사에 맡겨두었다. 흥미로운 정보였다.

하지만 이 부분은 글이 너무 빼곡해서 보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럴 경우는 그냥 넘어가도 괜찮다. 책장을 넘겨 본문만 봐도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문을 다 보고 나면 이 면지 부분을 다시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들 가능성이 아주 높다.

 

여기 길이 하나 있습니다.

대륙을 가로질러 사람들이 기차를 타고 가기 위해 만든 새로운 길입니다.

 

 

이야기는 앞으로 뻗어있는 철로와 함께 이렇게 시작한다.

다음 장은 이 철로를 만든 사람들의 모습.

그러고 나면 본격 이야기의 시작이다. 기차가 오고 승객이 오면 기차가 철길을 달리기 시작한다. 기차를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과 하는 일도 보여주고, 기차의 이곳저곳도 보여준다. 화장실의 모습까지도!

기차 안에서 창밖을 보는 사람들 모습도 보여준다. 승객의 눈은 물론 기관사의 눈으로도 말이다.

 

이 책은 무척 친절하다. 미국 대륙을 횡단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 긴 시간 중간에 기차가 물과 연료를 어떻게 채우고, 엔진을 바꿔 끼고, 오르막길에서는 엔진을 하나 더 연결하고, 내리막길에서는 연결했던 또 하나의 엔진을 다시 떼어내고, 나무로 만든 다리 위를 위태롭게 갈 때는 어떻게 가고, 터널 안의 모습은 어떤지를 여정에 따라 자세히 보여준다. 이렇게 열거해 놓으니 마치 정보가 너무 많은 것처럼 보이지만 절대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다. 마치 독자가 현장에 있는 듯 생생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기차의 움직임에 따라 기차와 기차를 움직이는 여러 사람들의 모습만 보여주는 건 아니다. 이 책은 승객의 눈으로도 기차의 여정을 따라간다. 기차를 타면 차표 검사를 받고, 창밖의 풍경을 보고, 신문이나 간단한 음식을 사서 먹을 먹기도 하고, 기차가 정차했을 때는 내려서 밥을 사 먹기도 한다. 밤이 되면 침대에서 혹은 의자에 기대어 잠이 들고, 험한 길을 가느라 흔들리는 기차 안에서는 어떤 상태가 되는지 등등 마치 독자가 기차를 타고 여행을 하는 느낌이다.

이야기 속엔 주인공의 서사가 따로 등장하지 않으나, 그림 속엔 확실한 주인공의 모습이 보이므로 자연스럽게 따라가면 된다.

 

이야기가 끝나고 뒤쪽 면지에 또다시 정보가 가득하다. 이번엔 증기 동력의 원리에 대해서다. 증기기관의 그림과 함께 자세한 설명이 있다.

그리고 대륙의 동쪽과 서쪽에서 각각 철로를 놓기 시작했던 두 회사에 대한 정보도 볼 수 있다. 아마도 당시엔 이런 모습의 홍보물이 있었나 싶다. 앞쪽 면지에는 동쪽에서 서쪽으로 길을 놓았던 유니언 퍼시픽 철도, 뒤쪽 면지에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길을 놓았던 센트럴 퍼시픽 철도의 홍보물이 실려 있다. 이를 살펴보는 것만도 아주 흥미롭다.

2014년 칼데콧상 수상작이다.

 

우리나라 기차 이야기가 아닌 미국 대륙 횡단 열차의 이야기지만 아주 흥미롭다. 당시 사람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철로를 놓는 사람들, 기차를 움직이는 사람들, 승객들의 모습이 모두 한눈에 들어온다.

우리나라도 이런 책이 나오면 좋겠다 싶은 마음이 든다. 처음 기차가 생겼을 때의 역사와 함께 당시 사람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책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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