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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관련/논픽션

건축가의 꿈을 이룬 소녀, 리나 보 바르디

by 오른발왼발 2022. 1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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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의 꿈을 이룬 소녀, 리나 보 바르디

앙헬라 레온 글, 그림/이민 옮김/이유출판/2022. 3. 11.

 

 

 

리나 보 바르디.

우리에겐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제목에 건축가의 꿈을 이룬이란 말이 있는 것으로 보아 직업이 건축가였음을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표지엔 커다란 연두색 의자에 앉아 있는 작은 소녀가 보인다. 무척 당차 보이는 표정. 어려서부터 저렇듯 자신만만했으니 건축가의 꿈을 이룰 수 있었던 걸까? 책을 펼치기도 전, 이런저런 호기심이 생긴다.

 

리나 보 바르디는 1914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태어났어요.

 

책은 이렇게 시작한다. 인물 이야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첫 문장이다.

재밌는 건 이 문장이 본문이 시작하기 전, 속표지의 앞쪽에 있다는 사실이다. 즉 일종의 프롤로그의 역할인 셈이다. 이는 리나 보 바르디가 1914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태어났다는 사실이 그의 삶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부분임을 뜻할 것이다.

 

 

속표지를 넘겨본다. 이른바 본문이 시작하는 부분이다. 그런데 시작이 독특하다.

 

1914년 유럽 :

곳곳에서 새로운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모자가 크게 유행했고

경마와 소풍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이 생겨났습니다.

여성들은 더 많은 권리를 요구하며 거리로 나섰고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점점 더 많아졌으며

큰 전쟁까지 일어났습니다(이 전쟁은 4년 후에 끝이 났어요).

 

리나 보 바르디가 태어났던 1914년 유럽의 분위기가 한바닥을 가득 채우고 있다.

이렇듯 작가는 리나 보 바르디가 태어난 해의 사회 분위기를 먼저 알려주고, 그 뒤에 리나 보 바르디가 개인적으로는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지를 보여준다.

이런 형식은 뒤에도 반복되는데, 이는 한 인물이 사회적 환경, 개인적 환경 속에서 어떤 생각과 어떤 선택을 해나갔는지를 보여주는 데 효과적이다.

 

리나 보 바르디의 예술적 지향점 역시 당시 상황과 닿아 있다. 그는 무솔리니 치하에서 도시를 현대적으로 만든다는 명목하에 오래된 시가지들을 파괴하고 시민들을 도시 외곽으로 쫓아내는 것을 보며 건축이란 사람들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것이란 자각을 하게 된다. 또 전쟁으로 모든 것이 파괴되는 것을 보며 디자인을 제대로 하려면 전통적인 기술을 알아야 하고, 그래야만 옛 전통을 살아있는 것으로 이어나갈 수 있다는 것을 배운다.

 

전쟁이 끝나자, 그는 전쟁으로 모든 게 파괴된 이탈리아를 떠나 브라질에 정착한다. 브라질은 이탈리아와는 또 다른 풍요로움이 있는 곳이었고, 그는 브라질을 열렬히 사랑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건축가로서 다시 태어난다. 자신의 집을 설계하는 것을 시작으로 성공과 실패를 오갔지만 마침내 그의 대표작인 복합문화센터인 폼파이아를 완성한다. 건축이란 사람들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것이라는 자신의 소신대로, 오래된 공장을 철거하는 대신 전체의 일부가 될 수 있게 만들었다. 덕분에 폼하이아는 새로운 건축물이지만 동시에 과거의 역사도 품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폼파이아는 어떤 면에서는 성수동이나 문래동에서 볼 수 있는, 오래된 공장을 있는 그대로 활용해 새롭게 만든 건물들을 떠오르게 한다. 성수동이나 문래동의 아이디어가 폼파이아에서 온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오래된 공장을 활용했다는 점에서의 공통점일 뿐이다. 성수동이나 문래동이 공장을 새로운 공간으로 리뉴얼한 것이라면, 폼파이아는 새로운 건물을 세워 기존의 공장 건물과 연결함으로써 새로운 건물을 만들어낸 것이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폼파이아는 리나 보 바르디가 꿈꿨던 것처럼 사람들이 모여 즐길 수 있는 공간이자, 전통을 살아있는 것으로 이어나간 새로운 공간인 것이다.

 

리나 보 바르디. 낯선 이 이름을 내 머릿속에 기억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건축은 사람 없이는 존재할 수 없으며, 전통적인 기술을 알아야 옛 전통을 살아있는 것으로 이어나갈 수 있다는 리나 보 바르디의 건축 철학만은 늘 기억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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