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미생물 세계
《앗, 내 코에 미생물이 산다고?》
크리스티안 보르스틀랍 글, 그림/최현경 옮김/사파리/2021.12. 15. 초판
《미생물 정원 – 몸속 미생물들이 균형을 이루는 마이크로바이옴의 세계로 떠나요》
케이티 브로스넌 글, 그림/김보은 옮김/달리/ 2021. 6. 15. 초판
미생물에 관한 책 두 권을 봤어요.
저도 그렇지만 과학이랑 거리가 먼 독자 입장에서는 선뜻 손이 가지 않는 분야의 책이지요. 하지만 조금 용기를 내서 책을 펼쳐 드니, 두 권 모두 아주 흥미롭게 볼 수 있었어요.
《앗, 내 코에 미생물이 산다고?》는 제목부터 호기심을 자극해요.
사실 늘 깨끗이 세수를 하는 내 얼굴(코)에 무언가 살고 있다는 건 조금은 충격이에요. 그런데 우리 눈에 보이진 않지만, 우리 몸엔 수많은 미생물이 우리처럼 먹고 움직이고 주변 환경을 느끼고 똥도 누고 있다고 해요. 우리 몸속에는 더 많은 미생물이 살고 있고요. 즉, 우리는 미생물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셈이에요.
어쩌면 “악!” 하고 비명을 지르는 분이 계실지도 몰라요.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어요. 우리가 눈으로 보는 세계가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에요. 미생물도 우리가 보지 못하는 세계지요. 너무나 작아서 우리 눈으로는 볼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세상은 미생물로 가득 차 있어요.
이 책은 이렇게 말해요.
지구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을 작은 찻잔에 담을 수 있다면,
지구의 모든 미생물을 담으려면 아주 커다란 컨테이너가 필요할 거예요,
그러니 어쩌면 우리의 세계에 미생물이 사는 게 아니라 미생물의 세상 속에서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우리는 흔히 미생물을 두려워해요. 미생물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들이 바이러스, 세균, 곰팡이 같은 것들이니까 말이에요. 하지만 미생물의 세계는 아주 넓어요. 아주 멋지고 대단한 일들을 해내는 미생물도 있어요. 미생물의 종류에 따라서 건조한 사막이나 짜디짠 바다, 펄펄 끓는 물에서도 살 수 있고, 쇠나 석유 그리고 플라스틱을 먹어치우기도 하죠. 또 우리 몸속의 미생물은 우리가 먹은 음식이 잘 소화되도록 도와주고, 음식을 발효할 때는 반드시 미생물의 힘이 필요하지요. 또 미생물은 죽은 생물을 썩게 해서(분해) 깨끗이 치워주기도 해요. 즉, 미생물이 없다면 이 세상은 돌아가지 않는 거지요.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지구에서 가장 커다란 생명체가 바로 미국 블루마운틴산맥 아래에 사는 2,400살 먹은 곰팡이라는 것이었어요. 얼마나 크냐 하면 운동장 1.300여 개를 합친 크기라고 해요. 미생물이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생물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너무 뜻밖이었어요. 버섯이나 곰팡이 등 균류는 균사라는 가느다란 실을 통해 먹이를 얻는데, 이 균사가 여러 가락이 모여 자라면서 눈에 보일 만큼 크게 자라는 것이라고 해요. 즉, 미생물은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없을 정도로 아주 작지만 때로는 커다란 모습으로 우리 앞에 등장하기도 하는 거지요.
책을 보면 볼수록 미생물이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과 함께 지금껏 미생물에 대해 잘못 알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을 수 있었어요. 만약 미생물이 없었더라면, 지구는 우리가 살 수 있는 공간이 못됐을 거예요.
이 책은 미생물의 다양한 모습들을 아주 쉽고 단순하게 보여줘요. 글도 그렇지만 그림은 단순하면서도 위트가 있고, 그러면서도 미생물의 특징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어요. 이는 작가가 이 책을 만들 때 세계 최초의 미생물 박물관인 마이크로피아와 함께 만들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해요.
그리고 이 책이 다른 논픽션 그림책과 다른 점이 하나 있어요. 보통 논픽션 그림책에서는 뒷부분에 2쪽~4쪽 가량의 정보가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이 책은 본문의 장면 하나하나에 대해 모두 자세한 정보를 곁들이고 있어요. 본문만 봐도 좋지만, 보다 자세한 정보가 필요할 경우는 아주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지요.
초등학교 1-2학년 정도면 재미있게 볼 수 있을 듯 해요.
《미생물 정원》에는 부제가 붙어 있어요.
‘몸속 미생물들이 균형을 이루는 마이크로바이옴의 세계로 떠나요!’
마이크로바이옴이란 우리 몸 안에 사는 미생물(microbe)과 생태계(biome)를 합친 말이라고 해요. 즉, 우리 몸 안에는 미생물들이 생태계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다는 뜻이죠. 앞서 《앗, 내 코에 미생물이 산다고?》가 다양한 미생물들을 보여줬다면, 이 책은 우리 몸 안의 미생물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거죠.
하지만 그렇다고 일반적인 미생물에 대한 설명이 빠져 있는 건 아니에요. 책은 여러 종류의 미생물을 소개하는 것에서 시작하거든요. 종류도 많고, 모양도 정말 다양해요, 그러고 나면 우리에게 잘 알려진 미생물 다섯 종류를 소개해줘요. 제가 아는 건 곰벌레라고도 불리는 완보동물 정도인데, 데이노코쿠스 라디오두란스란 미생물은 방사선이 강한 곳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네요.
그러고 나면 본격적으로 우리 몸의 미생물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져요. 여기서 놀라운 사실은 우리 몸의 미생물 수가 우리 몸을 이루는 세포 수보다 더 많다는 것이에요. 그리고 우리 몸을 위해 정말 많은 일을 하고 있고요.
- 음식과 함께 몸속으로 들어오는 독소를 억제하고, 나쁜 미생물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기
- 뇌세포 분열을 유도하는 화합물 만들기
- 사람이 스스로 만들 수 없는 비타민 만들기. 예를 들어 비타민 B
- 먹은 음식을 분해해서 영양소를 흡수하고 저장할 수 있게 돕기. 식욕 조절하기
- 면역계를 튼튼하게 만들기
- 몸속에 해로운 세균이 자리 잡지 못하게 장 속을 가득 채우기
이쯤 되면 미생물은 우리가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게 도와주는 훌륭한 조력자란 생각이 들어요, 아, 물론 미생물 가운데는 나쁜 미생물도 있어요. 병원균처럼 말이죠. 하지만 유익한 균도 너무 많아지거나 잘못된 장소에서 자라면 우리 몸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고 해요. 즉, 우리 몸의 미생물이 균형을 잡아야 우리 몸이 건강할 수 있다는 뜻이지요. 지구의 생태계가 균형을 잡고 있어야 지구도 건강해지듯이 말이에요.
그러고 보면 ‘좋은 미생물’ ‘나쁜 미생물’이란 구분은 무의미한 것 같아요. 만약 나쁜 미생물이 다 사라진다면 그 나쁜 미생물을 없애는 좋은 미생물들도 사라지게 될 테고, 그건 결국 모든 생물이 살아갈 수 없게 된다는 뜻이 될 테니까요.
우리 몸 안의 미생물 이야기를 보면서 뜻밖에도 ‘중용(中庸)’의 의미를 되새기게 되네요. 과학책을 읽다가 이렇게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깨달음을 되새기게 될 줄은 미처 몰랐어요. 하긴 아주 옛날에는 과학자가 철학자이기도 했으니 어쩌면 자연스러운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이야기는 입 안에 음식이 들어와서 목구멍을 거쳐 위에서 작은창자와 큰창자에 이르는 과정을 보여줘요. 보통 소화라는 이름으로 우리가 흔히 봐왔던 과정이지만 여기서 중심은 각 과정에서 미생물이 하는 일들을 보여주는 거예요.
그리고 이 책의 제목이 왜 ‘미생물 정원’인지에 대한 의문을 풀어주죠. 소화의 마지막 단계인 큰창자에는 가장 많은 미생물이 있고(몸속 미생물의 99%), 이 미생물들은 마치 수많은 생명이 어우러진 숲이나 산호초처럼 서로 어우러져 서로 의지하며 지내고 있기 때문에 ‘미생물 정원’이라고 부른대요. 이 미생물 정원이 풍요로워져야 우리의 건강 상태도 달라지고요.
결국 미생물 정원을 잘 가꿔 건강해지려면 먹는 음식이 중요해져요. 잘 먹고 똥을 잘 누는 것이 중요한 까닭이에요.
미생물은 우리가 누는 똥 속에도 있어요. 똥의 30~50%가 미생물이라네요. 게다가 나와서도 여전히 살아있고 말이에요. 저는 지금껏 똥 속에 영양분이 남아 있기 때문에 거름으로 사용했다고 생각했는데, 똥 속의 살아있는 미생물이 흙에 묻혀서도 계속 일하기 때문에 식물이 자라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라네요. 어쩌면 우리 몸을 건강하게 하는 것이, 지구의 생물을 살리는 일과도 연결이 되는 듯 싶어요.
어려울 줄만 알았던 미생물 이야기를 재미있게 전달해주는 두 권의 책이었어요.
이 책은 초등 중학년 정도에게 권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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