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전후 - 책, 온몸으로 느끼기]
놀이처럼 즐겁게 익히는 생활 습관
아이에게 목욕은 재미있기도 하지만 괴롭기도 합니다. 그저 물장난으로 생각한다면 신나지만 자기가 씻기 싫어하는 곳까지도 꼭 씻어야 하고, 이때만은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지요. 특히 머리를 감는 걸 싫어하지요. 비눗물이 눈에 조금이라도 들어가면 눈이 아프니까요. 그래서인지 아이들은 머리 감는 걸 다른 어떤 것보다 두려워합니다.
《뽀글 목욕 놀이》는 ‘뽀뽀곰 아기 놀이책(기무라 유이치 글, 그림/웅진주니어)’ 시리즈 가운데 한 권입니다. 인사 놀이, 식사 놀이, 응가 놀이, 대답 놀이, 이 닦이 놀이……. ‘놀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아이들의 생활 습관과 관련된 내용을 담고 있어요. 기왕 배워야만 한다면 놀이처럼 즐겁게 배우자는 게 작가의 생각이겠죠? 그러려면 이 또래 아이들의 심리와 아주 잘 맞아떨어져야 하고요.
작가의 생각은 그대로 맞아떨어진 것 같아요. 돌이 조금 지난 아이는 아주 신이 나서 책을 봤어요. 그냥 보기만 하는 게 아니었어요. 책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에게 푹 빠져, 아예 자기가 등장인물이 되어서 그대로 따라 하기 바빴어요.
책장을 넘기니 강아지 바둑이가 팔을 씻고 있어요.
강아지 바둑이는 팔을 쓱싹쓱싹. 아, 기분 좋아…….
그러고 나면 다음 넘겨야 할 쪽은 책 모양처럼 그냥 네모난 모습이 아니에요. 강아지 바둑이가 팔을 올리며 씻고 있는 모습 그대로죠. 그러니 책장을 넘기는 게 아니라 강아지 바둑이의 팔을 내려주는 거죠. 그럼 이번엔 팔을 내리고 샤워기로 비누거품을 닦아내는 모습으로 바뀌지요.
쏴~ 씻어내면 반짝반짝.
다음도 마찬가지예요. 고양이 야옹이가 다리를 씻고 있는데, 고양이 다리를 내려주면 고양이 야옹이가 샤워기로 비누 거품을 씻어내는 장면이 나와요. 이런 식으로 아기공룡 돌돌이는 등을 씻고, 병아리 삐악이는 얼굴을 씻어요.
아이는 동물 친구들이 나와서 씻을 때마다 똑같이 시늉을 했어요. 마지막에 자기랑 똑같은 모습의 친구인 다슬이가 나타나 머리를 감을 땐 걱정스러운 듯한 표정을 지었죠. 하지만 다슬이가 씩씩하게 머리를 감고 상쾌한 모습이 되는 걸 보고 아이도 열심히 따라 했어요. 덕분에 이 책을 보는 동안 아이는 너무나 분주했어요. 책 한 권 보는 동안 팔, 다리, 등, 얼굴, 머리를 다 씻어야 했으니까요.
때로는 자기도 똑같이 목욕하고 싶어 했어요. 그러면 저는 아이랑 진짜 목욕 놀이를 했죠. 비누 거품을 내서 바둑이처럼 팔을 씻고, 야옹이처럼 다리를 씻고, 돌돌이처럼 등도 씻었어요. 그리고 샤워기로 비누 거품을 씻어냈죠. 얼굴에 비누칠은 못 하지만 혼자서 어푸어푸 씻어내는 시늉도 했고요. 머리를 감을 때도 한 번도 울지 않았죠.
“우리 다슬이처럼 머리 감아 보자.”
그럼 아이는 아주 잠깐 동안이지만 머뭇거리다가도 결심한 듯 용감하게 머리를 감았어요. 다슬이처럼 고개를 숙이고 샤워기로 물을 뿌리면서 말이에요.
이 책 덕분일까요? 아이는 머리 감는 것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어요. 세 돌 무렵에는 자기 혼자서 머리를 감겠다고 나서기도 했고요. 그것도 세숫대야에 물을 받고 머리를 숙이고 말이에요. 저는 그냥 두고 보기로 했어요. 옆에서 조금 도와주기만 하면서요. 아이가 머리를 다 감고 나면 수건을 건네줬죠. 아이는 수건으로 물기를 닦고선 머리를 흔들며 한마디 했어요.
“찰랑찰랑한 머리카락!”
“아~ 기분 좋아.”
바로 이 책에 나오는 대사였죠. 음, 아무래도 이 책의 영향을 받은 게 틀림없는 것 같아요. 아이는 그 뒤로도 쭉 혼자서 열심히 머리를 감곤 했어요.
단, 주의할 점이 있지요. 아무리 아이가 혼자서 머리를 감는다고 해요 가끔은 엄마 손길이 꼭 필요하답니다. 그렇지 않으면 만날 머리를 감는다고 해도 아이 머리가 결코 깨끗하지만은 않거든요.
* '뽀뽀곰 아기 놀이책' 시리즈 다른 책들도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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