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란 무엇일까?
‘독재’하면 어린이들은 어느 나라가 떠오를까요?
아마 먼저 떠오르는 건 북한이 아닐까 싶어요.
독재란 무엇일까? 포털사이트 어학사전을 검색해 봤어요.
독재 :
특정한 개인이나 집단, 계급 따위가 모든 권력을 쥐고 일을 마음대로 처리하고 지배함.
‘독재’라고 하면 흔히 독재국가를 떠올리지만, 독재는 모든 곳에 있을 수 있다는 뜻이겠지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면 어디나 말이에요. 회사, 단체, 학교…….
독재에 관한 책 두 권을 읽었어요.
《이제 모두 다 금지야!》(아나 마리아 마샤두 글/조제 카를루스 롤로 그림/책속물고기)
《독재란 이런 거예요》(플란넬 팀 글/미켈 카살 그림/풀빛)
한 권은 동화 형식의 책이고, 다른 한 권은 논픽션 그림책이에요.
《이제 모두 다 금지야!》를 먼저 볼게요.
아주 아주 자유로운 나라가 있었어요. 누구나 하고 싶은 말을 할 수가 있었고, 그래서 가끔은 혼란스럽기도 했대요.
그런데 어느 날 힘으로 다른 사람을 꼼짝 못 하게 하는 독재자가 나타났죠. 독재자는 스스로 높은 자리에 올랐고, 사람들의 말다툼을 멈추게 했어요. 자기 의견이 아닌 다른 의견은 모두 금지했대요. 색깔도 금지하고 모두 회색 옷만 입게 했고,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 나누는 것도 금지했대요. 사람들이 밤하늘의 별을 보며 꿈을 꾸지 못하도록 통금 시간도 만들었대요. 사람들이 노래를 부르면 노래 가사가 자신을 욕하는 말이라 생각해서 새로운 음악을 만드는 것도 금지했고요.
‘어? 이거 우리나라 이야기 아냐?’
책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 책에 나오는 독재자의 행동 하나하나가 독재정권 시절의 우리나라 모습이랑 완전 판박이였어요. 그래서 저는 책을 읽다 말고 이 책을 쓴 작가 소개를 들춰봤어요.
이 책은 1980년대 브라질에서 겪은 우리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책 속 이야기의 어떤 부분은 우리 브라질 국민들의 기록일지도 모릅니다.
저는 고개가 끄덕여졌어요. 저는 잘 몰랐던 사실이지만 비슷한 시기, 작가의 나라인 브라질도 우리의 독재정권과 똑같은 독재자가 있었던 거죠. 그리고 독재자는 어느 나라,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다 비슷비슷했던 거죠. 제가 이 책에 나온 이야기가 우리나라 이야기가 아닐까 의심한 것처럼요.
하지만 모든 일에 시작과 끝이 있듯이, 아무리 무자비한 독재자라도 그 끝은 있기 마련이에요. 그리고 그 끝은 아주 작은 일로부터 시작하기도 해요.
이 책에서는 놀이의 즐거움을 알게 된 세 아이로부터 시작되죠. 세 아이는 만나는 사람들을 붙잡고 이야기하며 어울렸고, 그러자 사람들은 예전의 행복했던 추억들을 기억해내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낸 색깔과 빛과 음악과 춤은 결국 독재자가 도망가게 만들어요.
이 과정이 지나치게 낭만적으로 표현되어 있어 현실감은 떨어져요. 하지만 곰곰 생각해 보면 작은 사건들로부터 시작하는 힘의 위대함을 느낄 수는 있어요. 무엇보다 작가도 이 점을 걱정했던 것 같기도 해요. 이 책의 마지막은 이렇게 끝나거든요.
독재자는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나라를 지금도 찾아다닌다고 합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더 똑똑해진 독재자가 우리 곁에 나타날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늘 독재자가 가까이 오지 못하게 조심해야 합니다.
독재자는 세상에서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문장입니다.
《독재란 이런 거예요》(플란넬 팀 글/미켈 카살 그림/풀빛)는 전형적인 논픽션 그림책이에요.
독재란 무엇이며, 독재자가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줘요.
이 책에서 말하는 독재자의 모습을 한번 볼까요?
독재자는 명령하고, 큰 행사를 좋아하고, 자신이 가장 똑똑하고 높고 잘났다고 생각하고, 자기 편에게는 관대하고, 자기 입맛에 맞는 법을 만들고, 자기가 나라의 주인이라 생각하죠.
국민들은 독재자가 두려워 복종하고, 독재자가 허락한 것만 생각하고,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은 부당한 대우를 받게 되죠. 사람들은 지치고 공포에 떨고 가난해지지만 독재가 부당하다는 것을 깨닫죠. 하지만 맞서 싸우기는 어렵지요.
《이제 모두 다 금지야》와 마찬가지로 ‘독재’에 관한 책이지만 느낌은 많이 달라요.
“독재는 받아쓰기 같아요.”
“독재자는 명령하는 사람이에요.”
“독재자는 큰 행사를 좋아해요.”
글은 이처럼 선언하듯 문장을 시작한 뒤 이 문장이 갖는 의미를 알려주는 식으로 전개돼요. 그래서 보다 선명하게 다가와요. 하지만 앞뒤 전후 사정을 잘 모른다면 구체적으로 와 닿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제 모두 다 금지야》와 다른 점은 또 있어요. 바로 독재자를 몰아내는 장면이죠.
하지만 독재자에 맞서서 싸울 수가 없어요.
돈과 무기와 땅이 모두 독재자의 것이니까요.
사람들까지도요.
그리고 독재는 아주아주 오랜 세월 지속되기 때문에 더 나빠요.
독재는 독재자가 죽어야 끝이 나요.
어떤 때는 죽임을 당하기도 해요.
혹은 강제로 쫓겨날 때도 있어요.
《이제 모두 다 금지야》와는 달리 현실적이고 냉정하죠. 분명 맞는 말인데, 어떻게 해야 독재자가 죽임을 당하는지, 강제로 쫓겨나는지는 나와 있지 않아요. 또 이 책은 독재의 역사가 끝이 나면, 곧바로 새로운 역사(자유)가 시작된다고 해요. 이 역시 맞는 말이지만, 사라진 독재가 언제 또다시 우리에게 나타날지 모른다고 경고하는 앞의 책과는 조금 결이 달라요.
두 권이 각각 장단점이 있는 셈이지요. 그러니 이 두 권을 함께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무엇보다 두 권은 공통점이 있어요. 브라질과 스페인의 가슴 아픈 독재의 역사가 이 책의 바탕이 되었다는 점이지요.
《독재란 이런 거예요》는 2016년 볼로냐 라가치상 대상 수상작이에요. 이 말은 이 책의 그림이 주는 매력이 아주 뛰어나다는 뜻이지요. 글에서 살짝 아쉬움이 있었다면, 그림으로 충분히 상쇄되고도 남을 거예요.
* 참고로 원래 《독재란 이런 거예요》가 처음 나왔던 건 1977~1978년이었다고 해요. 아마도 이 책은 예전에 나왔던 책의 글을 바탕으로 새롭게 그림책으로 엮은 듯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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