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0주기]
그림책으로 기억하는 세월호
2024년. 어느새 세월호 10주기를 맞이했습니다.
사건의 진상은 아직도 제대로 밝혀지지 못한 채 10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이번에 세월호 관련 그림책 두 권을 봤습니다. 세월호 관련 책들이 여럿 있지만, 그림책을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10년이란 긴 시간이 지난 만큼, 지금 어린이들은 당시 세월호 사건을 기억하지 못할 수밖에 없기에 그림책이 갖는 의미가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노란 리본》은 고등학생이었던 허가윤이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며 만든 노래 ‘노란 리본’의 가사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허가윤은 ‘학교에서 내준 과제로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 세월호를 떠올렸고, 자신이 그날의 친구들 또래가 되었음을 생각하며, 그들을 잊지 않겠다는 약속과 지켜주지 못한 것을 미안해하는 마음을 담아’ 이 노래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림책의 글이 노래 가사인 만큼, 노래를 만든 허가윤의 마음이 될 때 이 책의 감동은 더욱 커집니다. 세월호 희생자들을 떠나보낸 뒤, 그저 지켜보며 아무것도 할 수 없음에 미안해하며 결코 잊지 않겠다 다짐하는 마음이 절절하게 느껴집니다. 아마 10년 전 세월호가 가라앉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워했던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같은 마음일 것입니다.
하지만 글의 특성상, 세월호 사건에 대한 기억이 없는 어린이들에게는 약간의 설명이 필요합니다. 다행히 그림작가 윤문영은 가사의 절절함이 느껴지면서도 세월호의 참상을 잘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노란 리본이 가득 매달린 곳(아마 팽목항이겠지요)에서 주저앉아 우는 아이, 친구들이 모두 사라진 텅 빈 교실에서 홀로 눈물을 훔치고 있는 아이의 모습은 그 장면만으로도 참담해집니다. 하지만 참담함과 안타까움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세월호를 기억하고, 다시는 그처럼 가슴 아프고 슬픈 일이 없도록 만들어야 하니까요. 그래서일 겁니다. 이 책에는 가사 없이 펼침면 가득 세월호의 모습을 담고 있는 두 장면이 있습니다. 앞부분은 가라앉아 가던 세월호의 모습이고, 뒷부분은 인양된 세월호의 모습입니다. 물 위로 나온 세월호처럼, 세월호의 진상이 제대로 밝혀져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긴 장면일 것입니다.
하지만 2024년 현재까지도, 세월호 사건은 제대로 진상이 밝혀지지 않았고, 이태원에서는 또다시 안타까운 사고가 나고 말았습니다.
책 표지를 넘겨봅니다. 면지 가득 세월호를 상징하는 노란 배가 보입니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에는 세월호 사건에 대한 설명글이 있습니다. 또 기억하고 싶은 사람에게 노란 리본 엽서를 선물할 수 있도록 엽서도 있습니다. 혼자서 기억하기보다는 함께 기억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긴 엽서일 것입니다.
허가윤의 노란리본 듣기(https://www.youtube.com/watch?v=26B7JLKGQZE)
김창완의 노란리본 듣기(https://www.youtube.com/watch?v=GfTCHVImuFA)
(책의 서지 항목에 있는 QR코드로 유튜브로 연결이 안 되네요.)
《노란 달이 뜰 거야》는 돌아오지 않는 아빠를 그리워하는 아이의 이야기입니다.
아이는 아빠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아 나비를 그립니다.
나비!
아이가 그린 나비는 아빠와의 추억입니다. 나비를 따라간 아이가 머무는 곳은 아빠와 아이의 특별한 추억이 있는 장소들입니다. 아이는 나비와 함께 동네 길을 오릅니다. 집들이 빽빽한 언덕길을 따라갑니다. 위로 올라갈수록 나비는 점점 많아집니다. 꼭대기에 올랐을 때는 날이 어두워졌고, 무서워하는 아이에게 아빠는 말합니다.
“걱정 말아라. 곧 달이 뜰 거란다.”
순간, 수많은 나비들이 하늘로 날아오릅니다. 그리고 곧이어 뜬 아주아주 커다란 둥근 달이 동네를 환하게 비춥니다. 꼭대기에서 환하게 뜬 달은 엄마 품에 안겨 잠을 자던 아이의 집안까지 비춥니다. 방 안에는 달빛이 가득합니다.
나는 엄마 품에서 잠이 깨어요.
오늘도 아빠는 오지 않아요.
하지만 나는 엄마에게
아빠가 언제 오냐고 묻지 않아요.
이야기는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말이 나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알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것을요.
세월호 이야기도 나오지 않습니다. 다만 수많은 노란 나비가 하늘 높이 날아올라, 마침내 하늘을 노란 별로 가득 채웁니다. 세월호를 기억하는 사람들이라면 아이의 아버지가 세월호에 탔다가 하늘의 별이 되어 돌아오시지 못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물론, 세월호를 모르는 아이들은 이 책을 통해 세월호를 떠올릴 수는 없겠지요. 그러니 아이들에게 이 책이 반드시 세월호에 관한 책으로 기억되진 않을 것입니다. 대신 세월호든, 다른 어떤 이유로든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상실감을 안고 있는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는 책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책을 다시 펼쳐봅니다.
앞쪽 면지에는 펼침면 가득 검은 바탕에 노란 나비가 가득합니다.
뒤쪽 면지를 보니 이번엔 펼침면 가득 검은 바탕에 노란 별이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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