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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관련/논픽션

줄타기 한판

by 오른발왼발 2024. 9.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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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타기 한판

민하 글, 그림/글로연

 

 

, 이거 뭐지?

그림책에는 진짜 줄이 가로질러 있었다. 빨강색 줄은 책장을 넘길 때마다 구멍을 통과해 다음 장으로 계속 이어졌다.

, 이거 아이들이 정말 좋아하겠는데?

줄타기 책에 이렇게 진짜 줄을 넣어 만들다니, 기발한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줄이 뒷장으로 계속 연결되면서 줄타기의 과정이 하나로 이어지는 효과가 잘 드러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앞쪽 면지 부분에는 줄 아래로 입장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줄타기를 하는 동안 줄광대와 서로 재담을 주고 받으며 흥을 돋우는 어릿광대와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 그리고 줄광대다.

다음 장에는 자리를 잡고 인사를 하는 모습이 보이고, 그 다음부터는 줄을 타는 줄광대의 아슬아슬 줄 타는 모습과 함께 줄광대와 어릿광대가 서로 주고받는 재담과 각 악기들의 선율이 어우러지는 소리를 악기마다 고유한 색깔의 선으로 표현했다. 그리고 줄타기 한판을 마치고 나면 이들은 다시 한번 인사를 하고 나간다.

그림책의 형식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입장에서 퇴장까지 그 과정이 나름 완벽해 보인다.

 

2022 우수출판콘텐츠 제작 지원 선정작

2023 대한민국 그림책상 대상

볼로냐도서전 어메이징북셀프 선정

 

이 책에 이처럼 화려한 수상 내역이 붙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뭔가 아쉬웠다. 일단 줄타기에 대한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입장하는 사람들이 각각 누구인지 알기 어려웠다. 악기의 이름이나 소리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줄타기의 매력또한 잘 느껴지지 않았다. 조마조마하다 신명이 나기도 하고, 가슴이 쿵 내려앉거나 환호성을 지를 수 있어야 할 텐데 그러지 못했다. 구경꾼이 되어 줄타기에 몰입하려던 독자 입장에서는 맥이 풀렸다.

 

물론 작가는 구경꾼의 눈으로 줄타기를 보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일단 책에서 구경꾼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대신 못하면 죽을 판. 잘하면 살판이구나!”를 외치며 줄에서 회전을 하는 장면에서 지붕이 삼면으로 흩어지는 것으로 보아, 이 장면은 줄광대의 시선인 듯 싶다.

 

 

하지만 그렇다고 줄광대의 시선으로만 보여주는 건 아니다. 오히려 이 장면을 제외한다면 모든 장면이 줄광대와 어릿광대, 그리고 삼현육각의 연주팀으로 이루어진 줄타기 팀 전체를 보는 작가의 시선이라 할 수 있다.

아쉬운 건 그 줄타기 팀에 구경꾼들이 빠졌다는 점이다. 원래 줄타기는 구경꾼들이 함께 어우러지면서 신명나는 무대 한판이 완성되는 것이다. 줄광대는 단순히 줄만 타는 게 아니라 구경꾼들의 마음을 밀고 당기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 책이 기발한 아이디어와 함께 그림책의 형식적인 면에서 깔끔하게 만들어졌지만, 독자와의 공감에는 실패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 줄타기 공연에서 관중은 그림책에서의 독자와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이 책에는 줄타기 공연을 들을 수 있는 QR코드가 있다. 그런데, 줄타기라면 영상이 필요한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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