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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관련/논픽션

인공지능에 관한 책 두 권

by 오른발왼발 2024. 9.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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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세계 속으로

 

 

어린 시절, 세탁소에는 컴퓨터 클리닝이란 문구가 붙어 있었다. 컴퓨터 클리닝이 뭔지는 몰랐지만, 첨단 방법으로 깨끗하게 세탁해 주는 믿음직한 세탁소로 여겨졌다.

내가 컴퓨터라는 것을 내 손으로 만져본 건 대학을 졸업하고 난 뒤의 일이었다. 물론 대학에서 수업 시간에 컴퓨터 강의를 들은 적은 있었다. 하지만 단 한 학기뿐이었다. 컴퓨터를 직접 다루는 시간보다는 컴퓨터의 간단한 작동원리를 배우고 간단한 프로그래밍언어를 배운 게 다였다. 컴퓨터로 문서 작성을 하는 대신 타자 급수를 따서 취직을 하던 시절이었다.

 

요즘은 어딜 가나 챗GPT, AI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덕분에 아무리 노력해도 낯선 것들과 자꾸만 마주하게 된다.

 

이번에 인공지능 관련 책 두 권을 봤다.

 

미래 세계의 중심, 인공지능(박유곤 글/이경국 그림/미래아이)

인공 지능 나라의 앨리스(리샤르트 타데우시에비치, 마리아 마주레크 글/마르친 비에주호프스키 그림/책읽는곰)

 

 

먼저 읽기 시작한 책은 미래 세계의 중심, 인공지능이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자면 앞부분을 읽다 그만 던져버리고 말았다. 이것저것 걸리는 것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인간은 보통 뇌의 10%만 사용하는데, 만약 24%를 사용하면 자신의 몸을 완벽히 다룰 수 있고, 40%가 되면 모든 상황을 통제할 수 있고, 62%가 되면 다른 사람의 행동을 좌지우지할 수 있고, 100%가 되면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상태가 된다면서 인공지능 기술이 추구하는 것도 이처럼 인간의 뇌를 최대한 사용하는 것이라며 영화 <루시>의 예를 든다.

굳이 이 영화를 예로 든 것은 아마도 작가의 생각과 맞닿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무섭고 답답한 마음이 든다. 인간이 뇌를 많이 사용하는 것이 다른 사람과 세계를 통제하는 데 이용되는 거라면 그 세계는 너무나 암울해 보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루시>뿐 아니라 수많은 영화 이야기를 예로 든다. 근데 그 영화들이 대부분 어린이가 볼 수 없는 영화다. 심지어 <루시>는 청소년관람불가 영화다. 이 책에 소개된 영화 가운데 초등학생이 볼 수 있는 영화는 <스타 워즈><배트맨>뿐이다. 당연히 어른들은 영화 덕분에 이해가 좀 수월해지겠지만, 아이들에게는 오히려 이해하는 데 장벽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내가 책을 던지게 된 건 다음 문장 때문이었다.

 

나침반이 발명되면서 신대륙 탐험이 시작되고 식민지 시대와 함께 세계 역사는 변화를 맞이하게 되지요.

 

나침반이 발명되면서라는 것이 틀린 말이기도 하지만, ‘식민지 시대와 함께 세계 역사가 변화했다는 말은 아무리 봐도 제국주의적 시각이었다. 그 시각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 책을 다시 펼쳐 본 건 한참 시간이 지난 뒤였다. 다행히 인공지능에 관한 내용이 본격적으로 나오는 두 번째 장부터는 비교적 잘 읽혔다. 아마도 작가의 전문 분야에 관한 내용을 다루기 때문인 듯싶었다. 새로 알게 된 사실도 많았고, 재밌었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인공지능 분야에서 보자면 2017년에 출간된 책이라는 점이 아쉬울 듯 싶다.

 

 

인공 지능 나라의 앨리스는 그림책 형식이지만 분량이 80쪽가량이나 된다. 하지만 읽어나가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사람 모습의 가사관리 로봇과 함께 사는 아이 앨리스가 프로그래머인 삼촌을 만나 인공지능에 대해 배워나가는 스토리 구조 덕분이다. 삼촌은 인공지능에 대한 전문성을, 앨리스는 초등학생의 눈높이를 맡은 셈이다. 덕분에 쉽지 않은 내용이지만 비교적 쉽게 다가갈 수 있게 해 준다. 접근방식이나 구성에 확실한 장점이 보였다. 한마디로 잘 만들어진 책이었다.

하지만 이 책 역시 거북한 내용이 보였다. 뭔가 딴지를 걸어보고 싶은 내용이 군데군데 보였다. 그중 가장 거북한 내용은 바로 이 대목이었다.

 

고대 로마 시대가 딱 이랬어. 로마 시민들은 온종일 자기가 하고 싶은 일만 했어. 어떤 사람은 많이 먹고, 어떤 사람은 운동을 많이 하는 식으로 말이야. 일은 노예가 했지. 미래는 어쩌면 그때와 비슷할지 몰라. 다만 우리의 ‘노예’는 로봇이 될 것이고, 모든 사람이 자기 자신과 가족을 먹여 살릴 돈을 충분히 갖게 될 거라는 점이 다르지.

 

미래 세계를 고대 로마의 노예제에 견주며, 로봇이 우리의 노예가 될 것이라는 대목을 특별히 강조까지 하는 건 아무래도 너무 위험한 생각이라 여겨졌다. 또 모든 사람이 자기 자신과 가족을 먹여 살릴 돈을 충분히 갖게 될 거라는 생각도 너무 낙관적이고 단편적인 생각이라 여겨졌다.

 

보통 뭔가 하나만 바라보고 앞으로 나가는 사람은 주위의 다른 상황에는 둔감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때로는 잘못된 판단을 내리기도 한다.

 

이 두 권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 지금 인공지능 전문가들도 인공지능 세계만 바라보고 그 속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그 세계를 막연히 낙관하는 건 아닐까 싶어졌다. 때문에 주위의 우려는 별것 아닌 것처럼 치부되고, 인간이 완벽하게 모든 문제를 제어할 수 있다는 자만심에 빠지게 될 수도 있어 보였다. 인공지능 전문가의 바깥세계에 있는, 나처럼 인공지능에 대한 지식이 없는 사람은 딴지를 거는 것도 어렵고, 그 사이에 그들만의 세계는 점점 더 견고해지는 건 아닐까 걱정스러워진다.

 

혹시 이건 나만의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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