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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엄마는 생각쟁이

[2007년 8월] 아주 아주 큰 고구마 / 나, 또 혼났어! / 숫자 3의 비밀 외

by 오른발왼발 2010. 10.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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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학 전>>

 

 

주 아주 큰 고구마

아까마 스에끼찌 글. 그림/양미화 옮김/창비/2007.5.21./10,000원

아이랑 함께 무언가 함께 하기로 단단히 약속을 했는데,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할 상황이 생긴다면 어떻게 할까? 어쩔 수 없는 상황을 설명만 하는 것보다는 아이의 허전함을 달래줄 수 있는 다른 무언가를 함께 하는 게 좋지 않을까? 다른 무언가를 생각하기 어렵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아이들이란 언제 어디서나 재밌는 걸 찾아내는데는 선수니까 말이다.

이 책에 나오는 파란하늘유치원 아이들만 봐도 그렇다. 고구마를 캐러 가기로 한 날, 그만 비가 내린다. 한껏 기대에 부풀었던 아이들은 실망이 크다. 다음 주에 가자는 선생님 말씀도 받아들일 수 없다. 아이들에겐 비가 오는 건 아무 문제도 안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구마가 한 밤 잘 때마다 쑥쑥 자라나 일곱 밤을 자고 나면 엄청 크게 자라서 기다릴 거라는 말에 아이들은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 시작한다.

아이들은 커다란 고구마를 그림으로 그리기 시작한다. 아이들이 완성한 고구마 크기는 정말 엄청나다. 책으로 무려 14쪽에 걸쳐 이어질 만큼 아주 아주 커다랗다. 책장을 넘겨도 넘겨도 계속 이어지는 고구마 모습은 아이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하다.

아주 아주 큰 고구마다 보니 캐고 옮기고 씻는 과정도 아이들에겐 집단 놀이가 된다. 아주 아주 큰 고구마는 실컷 놀고 난 뒤엔 맛있는 간식거리가 된다. 아주 아주 큰 고구마를 입맛대로 다양하게 만들어 먹으며 고구마 잔치를 벌인다. 실컷 논 뒤에 먹는 간식만큼 맛있는 것도 없다. 이럴 때 기쁨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날아갈 듯 기분이 좋다는 말이 바로 그런 게 아닐까. 풍선처럼 배가 볼록해진 아이들은 하늘로 날아간다. 모두 고구마 우주선이 되어 하늘로, 우주로 여행을 한다.

비록 진짜로 고구마를 캐러가지는 못했지만 아이들은 진짜 고구마를 캔 것 이상의 멋진 경험을 한 셈이다. 이 과정에서 선생님이 해 준 건 사실 별로 없다. 아이들의 기대감을 져버리지 않기 위해 ‘고구마는 한 밤 잘 때마다 쑥쑥 큰다’고 말해준 것, 아이들이 고구마를 그리고 싶다고 할 때 맘껏 그릴 수 있게 해준 것, 이렇게 큰 고구마를 어떻게 캘지 물어본 것, 고구마를 갖고 실컷 놀고 난 아이들에게 다음에 무얼 할지 물어본 것, 이 정도다. 그런데 가만 보니 선생님은 직접 뭘 해준 건 없지만 적당한 시기에, 적당한 말로 아이들이 스스로 뭔가를 해나갈 수 있도록 이끌어주고 있다. 아이들의 놀라운 상상력은 이런 선생님이 있었기에 더욱 빛을 발했던 것이다.

마치 어린아이의 그림처럼 검은 색 테두리만으로 그려진 그림은 단순한 글과 잘 맞아떨어진다. 그 모습이 어린아이들의 세계를 잘 보여주면서도 동시에 아주 아주 커다란 고구마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작가의 대표작인 《수호의 하얀 말》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이야기에 따라 글과 그림이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나, 또 혼났어! - 실수를 많이 하는 아이를 위한 책

카트린 돌토, 콜린 포르푸 아레 글/조엘 부셰 그림/이세진 옮김/비룡소/2007.4.25./6000원

아이에게 가장 좋은 건 칭찬이라지만 혼나는 일을 피할 수는 없다. 문제는 아이가 혼나면서 억울하다고 느끼게 되는 경우다. 예를 들어 보자. 엄마가 설겆이를 하는데 아이가 자기도 한다면서 나서다 그만 그릇을 깼다. 엄마 입장에서는 설겆이를 하는 동안 걸리적거리더니 기어코 그릇까지 깼다는 생각에 “왜 그렇게 말썽이니?”라고 혼을 낼 수 있다. 하지만 만약 아이가 엄마 설겆이를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 이렇게 된 거라면 아이는 억울해질 수밖에 없다. 슬프고 화가 난 나머지 일부러 심술을 부리기도 한다. 물론 그 심술 때문에 다시 혼이 나면 더더욱 화가 날 뿐이다.

하지만 아이는 혼나는 걸 늘 억울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아이도 자기가 왜 혼나는지 납득할 수 있을 땐 행동을 조심한다. 또 혼나는 게 나쁜 것이라 생각지도 않는다.

이 책은 아이가 혼나게 되는 여러 가지 상황을 보여준다. 옳고 그름으로 단정지을 수만은 없는 상황을 단순하면서도 분명하게 보여준다.

‘엄마 아빠도 나처럼 실수를 해요. 하지만 나는 엄마 아빠를 혼내지 않아요.’라는 구절은 많은 걸 생각하게 해준다. 아이들 책이지만 엄마가 반드시 함께 봐야만 하는 책이다.

 

 

<<초등 저>>

 

 

 

숫자 3의 비밀

김종대 글/이부록 그림/언어세상/2007.5.30./56쪽/11,000원

숫자 3만큼 사람들에게 익숙한 숫자도 없다. 숫자 3은 일상 생활 곳곳에서 강조되어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가위바위보를 할 때 삼세판을 하는 건 기본이다. 만세를 부를 때도 세 번 부른다. ‘만세 삼창’이란 말이 생긴 것도 그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쓰는 속담에도 3이란 숫자는 자주 등장한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든가 ‘서당 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속담에는 모두 숫자 3이 등장한다.

이뿐이 아니다. 3이란 숫자는 사람의 일생과도 참 인연이 깊다. 이 세상에 태어날 때는 삼신할머니한테 도움을 받고, 삼칠일간의 금지 기간을 보낸다. 사는 동안 삼재를 당한 사람은 머리가 세 개 달린 삼두매 그림을 부적으로 붙여놓기도 했다. 장례를 지낼 때도 마찬가지다. 예전엔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삼 년 동안 무덤 곁에서 시묘살이를 했다. 요즘도 보통 3일장을 치룬다.

3이란 숫자는 옛 전통에만 있는 건 아니다. 근래에 유행하기 시작한 ‘3.6.9 게임’에도 3은 등장한다. 3은 물론이지만 6과 9 역시 3의 배수다.

‘숫자 3의 비밀’이란 말이 다소 낯선 듯하지만 바로 친근하게 느껴지는 건 이처럼 우리 생활 곳곳에서 3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숫자 3을 친근하게 느낄 수 있는 건 바로 옛날이야기 덕분이다.

옛날이야기에는 숫자 3이 참 많이 나온다. 삼형제, 세 번의 위기, 세 개의 선물, 셋째 딸……. 우리의 건국 신화인 단군신화만 봐도 그렇다. 천부인 세 개, 삼천 명의 신하, 세 명의 신, 삼칠일. 하나의 이야기지만 3이란 숫자는 여러 번 등장한다.

이 책은 이처럼 알게모르게 우리에게 익숙한, 우리 문화 속의 숫자 3에 관한 책이다. 숫자 3은 완벽의 수라고 한다. 숫자 1과 2가 더해져 숫자 3이 되는데, 옛날 사람들은 숫자 1은 남자를, 숫자 2는 여자를, 그리고 숫자 3은 남자와 여자가 결혼을 해서 아기를 낳는 것처럼 생명의 탄생을 뜻한다고 여겼다. 또 때로는 역경과 고난을 이겨내고 완벽해지는 걸 상징하기도 한다. 작가는 숫자 3과 관련된 여러 가지 상징과 의미를 옛날이야기와 함께 재미있고 쉽게 풀어내고 있다. 우리가 3이란 숫자랑 얼마나 깊은 연관을 맺고 살고 있는지를 새삼 느끼게 해준다.

숫자 3의 의미. 굳이 그 의미를 알지 못해도 자연스럽게 몸에 베어들 수밖에 없는 우리 문화지만, 알고 나면 좀더 재미있고 신기한 게 많이 보인다.

 

 

 

아기물개를 바다로 보내주세요

마리 홀 에츠 글. 그림/이선오 옮김/미래M&B/2007.5.30./9000원

동물원에서 가장 인기있는 동물 가운데 하나는 물개다. 물개는 그냥 우리에 갇혀있기만 한 게 아니라 쇼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물개가 정말 사람들에게 쇼를 보여주고 싶어하는지는 알 수 없다. 물개가 답답한 동물원이 아닌 자신의 고향인 바다로 가고 싶어하지는 않을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동물원에서 태어난 물개에겐 이미 그리워할 고향 바다도 없는 게 아닐까 하는 마음에 안쓰러워지기도 한다.

이 책은 바닷가 항구에서 태어난 아기물개 이야기다. 아기물개는 엄마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그만 수족관에 팔려간다. 그러다 향수병에 걸려 호수에서 살게 되지만 괴물로 오해를 받는다. 다행히 사람들이 아기물개의 정체를 알게 되고, 아기물개도 힘든 여정을 거쳐 다시 바다에서 엄마를 만난다.

말풍선이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만화처럼 칸칸이 나뉜 흑백 그림은 아기물개가 겪은 힘든 여정을 인상적으로 보여준다. 아기물개가 호수에서 자신이 태어난 바닷가 항구까지 찾아가는 장면은 펼침면을 가득 채운 지도를 통해 보여준다. 그 길이 얼마나 고됐을지 충분히 짐작이 되기에 엄마와 다시 만나는 장면이 더욱 감동스럽다.

이 책을 본 아이라면 동물원 물개들을 조금은 다른 눈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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