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것저것/엄마는 생각쟁이

[2007년 11월] 아이들 책 길잡이 1 - 독후활동의 유혹에서 벗어나라

by 오른발왼발 2010. 10. 14.
728x90


독후활동의 유혹에서 벗어나라

 

지금까지 아이가 수십 번도 더 읽었던 책이 있다. 당연히 그 책만큼은 아이가 내용을 제대로 잘 알고 있을 거라 믿었던 책이다. 그런데 어느 날 아이가 너무나 뜬금없이 그 책에서, 당연히 잘 알고 있으리라 믿었던 내용을 물어온다.

이쯤되면 엄마는 지금까지 책만 열심히 읽어주던 일에 회의가 오기 시작한다. 책을 그렇게 많이 봤는데도 그것도 모른다 말이야? 이거 독후활동을 하던지 해야지 이렇게 읽어주는 것만으로는 소용이 없는 게 아닐까?

그래서 뭔가 의미있는 독후활동을 해 보려고 마음을 먹는다. 마침 유치원이나 학교에서도 독후활동과 관련된 숙제도 많다. 이 숙제를 하기 위해서라도, 아이가 글쓰기 훈련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라도, 아이가 책을 제대로 볼 수 있게 하기 위해서라도 독후활동은 꼭 필요하다는 마음을 다잡는다.

그런데, 독후활동이란 무엇일까? 어떤 독후활동을 해야 할까? 무슨 책이든 읽고 나면 다 독후활동을 해야할까? 또 다른 고민이 밀려들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가장 큰 고민은 이렇게 독후활동을 꼬박꼬박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책의 재미 그대로 실컷 즐겨라

처음 고민으로 돌아가 보자. 재미있다며 이미 수십 번이나 읽은 책에서 뜬금없는 질문을 한 아이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로 말이다. 혹시 아이는 책의 재미를 실컷 즐기느라 잘 모르는 내용도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책의 재미를 실컷 느끼고 난 뒤에 조금씩 그동안 별로 신경 안 쓰고 넘어갔던 부분까지 눈에 띄기 시작했고, 그 가운데 모르는 내용, 궁금한 내용이 하나 둘 생겼던 것이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아이는 독서를 아주 제대로 하고 있었던 셈이다. 책이 주는 재미는 재미대로 실컷 만끽하고 책 속에서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는 기쁨까지 누릴 수 있었으니 말이다.

이번엔 반대로 생각해 보자. 수십 번이나 책을 보면서도 제대로 모르고 넘어가는 아이를 위해서 뭔가 특별한 방법을 사용했을 때 말이다. 책을 읽고 난 뒤에 내용을 정리해 보게 하거나 혹은 아이가 모를 만한 내용을 물어보기도 하면서 확인 작업을 해 보자. 어쩌면 훨씬 더 만족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아이도 모르는 걸 질질 끌게 하지 않고 바로바로 알게 됐기 때문에 훨씬 좋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건 단기간에 확인할 수 있는 결과일뿐이다. 마치 다른 교과목을 학습하는 것과 다름없다. 책읽기가 다른 교과목과 다른 건 정해진 책을 정해진 방법으로 볼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책읽기는 책을 읽는 사람이 중심에 있어야 한다. 그래서 책을 볼 때 자기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먼저 실컷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자기가 정말 보고 싶지 않은 책은 안 볼 수도 있고, 자기가 정말 좋아하는 책이라면 수십 번, 수백 번이라도 반복해서 볼 자유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 때로는 그 책에 대해서 여러 사람들에게 얼마나 재미있는지 말해주고 싶은 책도 있고, 어떤 책은 뭐라 딱히 할 말은 없는데 문득문득 떠오르고 그때마다 설레이는 마음을 느낄 수도 있다.


눈에 보이는 성과가 전부는 아니다

물론 독후활동이 전혀 필요없다고 말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사람이란 눈에 보이지 않는 성과는 보지 못하고 눈에 보이는 성과만 바라보게 되는 경우가 흔하다. 그러다 보니 처음엔 좋은 의도로 시작한 독후활동도 나중에는 눈에 보이는 뭔가를 만들어내는 데에 빠져버리고 마는 경우가 종종 있다. 책과 책을 읽는 아이가 중심에 있는 것이 아니라 활동 자체에만 빠져 독후활동을 하기 위한 책읽기가 이루어지는 경우도 생긴다. 또 겉으로 쉽게 표현할 수 있는 책을 중심으로 책읽기가 이루어질 가능성 또한 높다.

이런 점에서 때로는 과감하게 독후활동이라는 달콤한 유혹을 뿌리칠 필요가 있다. 대신 아이들과 다양한 체험활동을 많이 해 봤으면 한다. 자연책을 보면서도 주위의 자연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는 아이들도 많다. 머리로는 그 누구보다 많이 알고 있지만 이렇게 알고 있는 건 의미가 없다. 따라서 이런 아이들에겐 자연을 보고 느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줘야 한다. 그래서 다음 번에 자연책을 볼 때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감정으로 볼 수 있게 해 주는 것, 이런 활동이야말로 꼭 필요한 독후활동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