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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엄마는 생각쟁이

[2007년 10월] 에밀, 집에 가자! /호랑이 왕자/지혜롭고 유쾌한 이야기 외

by 오른발왼발 2010. 10.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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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학 전>  동물과 교감을 느낄 수 있는 책

 

 

 

에밀, 집에 가자!

한스 타락슬러 글, 그림/이은주 옮김/느림보/절판)

 

먹기 위해서 키우는 돼지와 친구가 될 수 있을까? 더구나 저녁이면 굶고 잠자리에 드는 날이 많은 처지인데 말이다. 이 책은 혼자 사는 가난한 할머니 마르타와 돼지 에밀의 이야기가 감동스럽게 펼쳐진다.

알프스 산 중턱을 배경으로 한 파스텔톤의 그림은 평화로워 보지만 그곳 역시 삶의 무게는 다른 곳과 다르지 않다. 돈 많은 사람들은 마을 식료품 가게에서 맛있는 음식을 맘껏 사먹지만 마르타 할머니는 침대에 누워 요리책을 읽으며 꿈속에서나 그 요리들을 배불리 먹을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먹을 것이 생기면 할머닌 꼭 에밀과 나누어 먹는다. 에밀이 통통하게 살이 올라야 겨울 내내 먹을 양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굶주림의 고통을 아는 할머니에게 에밀은 겨울을 준비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하지만 에밀은 다르다. 낙천적이고 평화로운 성격의 할머니가 평상시에는 마치 친구처럼 대해주기에 믿고 따른다. 그러기에 ‘에밀을 잡아서 소시지를 만들겠다’는 할머니의 말도 ‘마음에도 없는 말’로 넘길 수 있다.

하지만 낮이 점점 짧아지면서 에밀은 현실에 부딪친다. 어느 날, 할머니는 사촌 동생 집에 가자며 에밀을 데리고 나선다. 사촌 동생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고, 가는 길에 화물차 하나 가득 실려 가는 소와 돼지들은 소풍을 간다는 할머니 말과는 달리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마침내 에밀은 피 냄새를 맡는다. 할머니는 에밀을 잡아 끌고 언덕에 올라 한참이나 도살장을 내려다 보고는 마음을 바꾼다. 할머니에겐 겨울 양식도 필요했지만, 에밀과 함께 하는 시간 역시도 소중했기 때문이다.

할머니와 에밀은 집으로 돌아온다. 걱정하던 양식 문제는 마을 사람들이 온갖 맛있는 것들을 가득 담아 옴으로써 다 해결됐다. 이웃을 사랑하는 따뜻한 마음 때문에? 그건 아니다. 마을 사람들은 할머니가 심각하게 이상해지면 돈이 많이 들까봐 미리 신경을 쓰는 것일 뿐이다. 이런 마을 사람들 모습 속에서 에밀은 할머니에게 더욱 각별한 존재로 다가온다.

 

 

 

호랑이 왕자

첸 지앙 홍 글, 그림/윤정임 옮김/웅진주니어/절판)

 

사냥꾼에게 새끼들을 잃은 어미 호랑이는 그 분노로 마을을 공격한다. 호랑이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서는 죽은 새끼들을 대신할 수 있는 무언가가, 호랑이의 모성애를 자극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무당이 호랑이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는 왕자를 바치는 방법 외에는 없다고 말한 건 그 때문일 것이다.

호랑이와 왕자는 이렇게 만난다. 호랑이는 왕자의 모습에서 자기 새끼들의 모습이 떠올랐고, 분노는 사라진다. 마을은 다시 평화로워진다. 호랑이와 왕자는 아주 특별한 관계가 된다. 마치 진짜 어머니와 아들처럼.

세월이 흘러 궁에 돌아가야 할 때가 되자 왕자는 호랑이에게 말한다. 호랑이는 자신에게 숲의 어머니였다고. 숲에서 깨우친 호랑이들의 지혜를 잊어버리고 싶지 않다고. 허튼 말이 아니다. 왕자가 호랑이를 어머니처럼 믿고 따르는 건 해마다 잊지 않고 호랑이를 찾아오고, 나중엔 자신의 자식까지 맡기는 모습으로도 확인 할 수 있다.

장대한 스케일의 그림이 주는 맛도 대단하지만 등장 인물의 분노, 연민, 놀라움 같은 심리 상태를 실감나게 보여줌으로써 이야기의 맛을 더한다. 특히 호랑이와 왕자 사이에 교감이 이루어지는 장면은 아주 인상적이다.

 

 <초등 저>  유대인에게 널리 알려진 이야기

 

 

 

심스 태백이 들려주는 지혜롭고 유쾌한 이야기

심스 태빅 글, 그림/손영미 옮김/베틀북/절판

 

유대인들의 교훈이 담긴 이야기들은 유대인들을 뛰어넘어 누구에게나 깊은 교훈을 준다. 이 책에는 유대인들에게 널리 알려진 이야기 13편이 심스 태백 특유의 독특하고도 우스꽝스러운 그림과 함께 담겨 있다.

이야기가 짧다 보니 말하고자 하는 핵심 주제에 바로 접근해 들어간다. 그러면서도 때론 황당하고, 때론 기막히고, 때론 엉뚱한 상황에 웃음이 나면서도 금방 그 속에 담긴 깊은 의미를 생각하게 만든다.

또 이야기 끝에는 이야기의 주제와 관련한 속담이나 격언이 실려 있다. 그런데 그 가운데 우리 속담도 눈에 띈다. 아마도 아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우리 것 가운데 비슷한 속담이 있을 경우 이를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속담이나 격언에 관심이 있는 저학년 아이들이라면 즐겁게 볼 수 있는 부분이다.

그 가운데서도 짧은 이야기인 <어리석은 농부>를 예로 보자. 한 농부에게 닭이 두 마리가 있었는데, 한 마리는 건강했지만 다른 한 마리는 늘 비실비실했다. 그래서 농부가 곰곰 생각 끝에 한 일이 있다. 건강한 닭으로 죽을 끓여 비실비실한 닭에게 먹이는 것! 이야기를 들을 때는 그 바보 같은 짓에 웃어버리면 그만이지만 누가 봐도 바보 같은 짓이라는 걸 알 수 있기에, 이런 짓을 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웃음 속에 담긴 해학과 교훈이란 이런 게 아닐까 싶다. 그리고 이때 나오는 속담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운다’이다. 이 속담을 처음 들어본 아이라도 자연스럽게 그 뜻을 이해하게 된다. 한 발 더 나아가 이 속담과 관련된 상황이나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될 수도 있고 말이다.

눈여겨 볼 것은 각각의 이야기가 독립적이지만 전체 이야기는 손자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할아버지로부터 시작된다는 점이다. 속표지에 등장한 할아버지, 체커를 두다 참견쟁이 이야기를 시작하는 할아버지의 모습은 참 반갑다. 지금껏 사랑받는 많은 이야기들이 이렇듯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온 것처럼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

 

 

 

우리 집은 너무 좁아

마고 제마크 글, 그림/이미영 옮김/비룡소

 

아무리 많은 걸 가져도 늘 부족하다고 여겨지기도 하고, 남들이 보기엔 가진 것 하나 없어 보여도 부자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결국 모든 건 상대적이요,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뜻일 게다.

한 칸짜리 조그만 오두막에서 어머니와 아내와 아이 여섯이 북적거리며 사는 불행한 남자가 랍비에게 도움을 청하러 가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그런데 랍비의 해결책은 참으로 아리송하다. 도움을 청하러 갈 때마다 계속해서 그렇지 않아도 좁은 오두막에 다른 동물들을 들여놓으라고 한다. 처음엔 닭들과 거위를, 다음엔 염소를, 또 그 다음엔 암소까지 들여놓으라 한다. 동물들이 집안으로 들어올 때마다 집안이 어찌 됐을지는 보지 않아도 눈에 훤하다.

랍비는 도대체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해결책을 내놓았을까? 난장판이 되어 버린 집안에 넌더리를 낼 즈음 랍비는 새로운 해결책을 내놓는다. 동물들을 내보내라고. 결국 처음과 아무 것도 달라질 것 없는 처방이지만 가족들은 놀라운 반전을 경험한다. 불행한 남자는 더 이상 불행하지 않다.

북적거리는 집안 모습을 실감나게 보여주는 그림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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