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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엄마는 생각쟁이

[2007년 9월] 파리의 휴가 / 위에서 아래에서 / 석수장이 아들 / 싸우는 몸

by 오른발왼발 2010. 10.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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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학전>

 

 

 

파리의 휴가

구스티 글, 그림/최윤정 옮김/바람의아이들/2007.7.10./9000원

파리가 휴가를 즐긴다. 그것도 썬크림에 수건, 물놀이 공까지 준비하고 아무도 없는 곳에서 유유자적 수영을 즐긴다. 조금은 황당한 듯한 설정이다. 의외의 상황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런데 파리가 수영을 하는 곳이 도대체 어디지? 넓고 넓은 수영장엔 파리 외엔 아무도 없는 것처럼 보이는데…, 도대체 파리가 어디서 이렇게 유유자적 수영을 즐기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한가롭게 수영을 즐기는 파리가 얄미워지기 시작할 무렵, 의외의 상황이 다시 한번 펼쳐진다. 하늘이 어두워지는 것까지는 상관이 없었는데, 별도 달도 없는 깜깜한 밤처럼 칠흑 같은 어둠이 밀려온다. 여기에 천둥소리까지. 급기야 위에서 엄청나게 커다란 무언가가 파리를 향해 내려와 첨벙 떨어지고, 이어서 어마어마한 파도가 일어난다. 날개는 젖어서 빠져나가기도 힘이 든다. 파리의 위기다. 과연 파리를 위기에 몰아넣은 건 무엇이었을까?

이 책은 이처럼 의외의 상황에서 시작해서 독자의 호기심을 계속 자극한다. 어디서 수영하지? 뭐지? 어떡하지? 여름 내내 우리를 괴롭히던 파리가 휴가를 즐기는 걸 얄미워하던 것도 잠시, 어느 새 파리의 입장이 되어 마음이 초조해진다. 그런데 파리가 겨우겨우 탈출에 성공한 순간 들리는 소리가 압권이다.

“엄마, 엄마! 나, 다 했어!”

이제야 상황이 확실하게 파악된다. 파리가 수영을 하던 곳이 어딘지, 하늘이 어두워진 까닭은 무엇인지, 또 파리를 향해 떨어지던 것의 정체와 파도의 원인까지도! 그러고 보니 귀엽고 똘망똘망하게 생긴 파리에게 초점을 맞춰서 따라가느라 주변 상황을 잘 보지 못해서 그렇지 앞에서 이미 ‘그곳’에 대한 힌트가 있었음을 알게 된다. 완전히 작가에게 속아 넘어간 셈이지만 유쾌하기만 하다. 굵은 선으로 필요한 내용만을 단순하게 그림으로 표현하면서도 독자가 파리의 움직임을 따라가게 함으로써 호기심과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매력이 넘치는 책이다.

 

 

 

 

 

위에서 아래에서

수 레딩 글, 그림/이미영 옮김/마루벌/2007.6.12./8500원

화면을 위 아래로 나눠서 위에는 우리가 눈으로 보는 상황을, 아래에는 그 이면의 모습을 보여준다. 첫 장면은 하루를 시작하는 바쁜 집안의 모습과 조용한 지하 창고의 모습이다. 분주함과 고요함이라는 대비되는 모습이 눈에 띈다. 다음 장에서는 화려한 무대의 모습과 정신없이 바쁘게 무대와 의상 준비를 하는 진행 요원들의 모습이 보인다. 위 아래의 모습이 단순히 공간적인 위 아래를 뜻하는 게 아님을 깨닫게 한다. 화려한 무대가 올려지기까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쓰는 사람들을 보여주는 것이다.

위 아래로 나뉜 공간에서 대비되는 모습을 살펴보는 것도 즐겁지만 그 가운데 우리가 보지 못하고 지나칠 수 있는 세상의 이면을 보며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게 해 준다. ‘아래에는 어떤 세상이 숨어 있는지 알지 못해요’라는 구절처럼 우리가 모르고 지나치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작은 벌레 하나까지도 다 우리와 똑같은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새삼 느끼게 해 준다. 주제만 생각한다면 다소 무거울 수 있지만 가벼운 문장과 만화처럼 혹은 장난감처럼 느껴지는 그림 덕에 경쾌한 마음으로 보면서 즐길 수 있다.

 

 

<초등 저학년>

 

 

 

석수장이 아들

전래동요/권문희 그림/창비/2007.6.20./9800원

아들에게 아버지는 우상이다. 하지만 아이가 자라면서 우상은 조금씩 흔들린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주된 원인은 현실 속에서 아버지의 부족한 부분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개 아들은 아버지를 부정하면서도, 결국엔 자신이 부정했던 모습조차도 그대로 자신의 우상으로 받아들이곤 한다. 아들이 아버지랑 닮는 건 그 때문이다.

이 책은 뒷 모습이 꼭 닮은 아버지와 아들의 뒷모습에서 시작한다. 아버지 앞에는 커다란 바위가 있고, 손에는 꼴과 망치가 들려있다. 이런 아들한테 동무 애가 와서 묻는다.

“너두 너두 이담에 석수장이가 되겠수”

아들은 답한다.

“그까짓 석수장이/나는 나는 이담에/아주 아주 부자가 되어/사냥이나 다닌다우”

어쩌면 동무 애의 말에는 석수장이에 대한 놀리는 마음이 담겨 있었는지 모른다. 아님, 아들 스스로 석수장이란 게 보잘 것 없어 보였을지도 모르고 말이다. 누덕누덕 기워 입은 옷이 말해주듯이 가난을 면치 못하는 신세였을 테니 말이다. 그래서 아이는 석수장이 보다는 ‘부자’가 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동무 애는 이 말을 그저 듣고 있지 않는다. 석수장이 아들도 마찬가지다. 둘은 서로 말을 주거니 받거나 하며 노래한다. 해가 되면 구름이 되고, 구름이 되면 바람이 되고, 바람이 되면 담이 되고…. 둘은 노래하며 현실과 상상을 넘나들며 한바탕 놀이를 즐긴다. 그리고 깨닫는다. 아들은 말한다.

“아마 내가 말을 잘못했다/나는나는 이담에/석수장이가 된다누”

아들이 이 말을 하는 순간, 지금껏 뒷모습만 보였던 아버지는 비로소 앞모습을 드러낸다. 커다란 바위는 돌장승으로 탄생했다. 이를 바라보는 동무 애와 저 멀리 석수장이 아버지 옆에서 뒷짐을 진 채 걸어가는 아이의 모습에서 석수장이 아버지에 대한 자랑스러움이 느껴진다.

전래동요 특유의 말놀이가 주는 재미는 물론 두 아이가 노래를 주고받으며 펼쳐지는 상상의 세계를 그림으로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싸우는 몸

서천석 글/양정아 그림/웅진주니어/2007.7.10./8500원

우리 몸을 아프게 하는 원인이 되는 병균과 이에 맞서 싸우는 우리 몸의 면역계에 대한 이야기다. 바이러스, 세균 같은 병균이 우리 몸에 어떻게 들어와 우리 몸을 어떻게 아프게 하는지, 또 이에 맞서 우리 몸의 면역계는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여러 가지 사례를 들어서 알려준다.

누구나 몇 번씩 걸려봤던, 너무나 당연했던 감기의 여러 증상들이 왜 나타나는지를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흥미를 갖게 된다. 여기에 감기의 서로 다른 증상이 나타날 때마다 우리 몸속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알게 되는 건 더욱 흥미로운 일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아플 때 아무리 약을 먹어도 우리 몸이 스스로 싸울 힘이 없다면 이겨내지 못한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는 점이다. 흔히 우리 몸에서 병균과 맞서 싸우는 건 백혈구라고 알고 있는데, 사실은 코와 목구멍, 기관지, 눈, 입, 위장, 장, 피부 모두가 여러 방법으로 병균으로부터 우리 몸을 지키고 있다는 사실도 새삼 깨닫게 한다. 우리 몸은 늘 온갖 병균들과 맞서 싸우는 소중한 존재임을 느끼게 한다.

정보 꼭지에는 현미경으로 확대한 세균과 바이러스 모양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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