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보다 더 귀한 것은?
‘부자라면 얼마나 좋을까?’
한번쯤은 이런 생각을 해 봤을 거예요. 선생님도 돈 때문에 곤란을 겪을 때면 이런 생각을 자주 해요. 때로는 ‘복권이라도 사 볼까?’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해요. 혹시라도 운 좋게 복권에 당첨이라도 된다면 현실의 복잡한 문제를 말끔히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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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나타나 부자로 만들어 주겠다고 한다면 어떨까요? 무한정 꺼내 쓸 수 있는 황금으로 가득 찬 주머니를 주겠다거나, 어떤 내기를 하든지 100% 이길 수 있게 해 주겠다면서 말이에요. 물론 조건이 있겠지요? 그래도 이 정도라면 어떤 것도 들어줄 수 있을 것 같나요? 오늘 소개할 두 작품 속 주인공들처럼 말이에요.
『그림자를 판 페터 슐레밀』(아롬주니어)의 주인공인 ‘페터 슐레밀’은 그런 제안을 선뜻 받아들여요. 회색 외투를 입은 남자에게서 끊임없이 황금이 나오는 주머니를 받고 대신 자신의 그림자를 팔지요. 그림자가 없어도 살아가는 데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림자를 팔아 황금을 얻은 페터는 뛸 듯이 기뻤어요. 하지만 얼마 못 가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걸 알게 되지요. 페터한테 그림자가 없는 걸 안 사람들이 기겁을 하며 자신을 피했거든요. 세상에 그림자가 없는 물건은 없어요. 그러니 사람들은 그림자 없는 페터를 무시무시한 존재로 여겼어요.
결국 페터는 사람들을 피해요. 그림자가 없다는 걸 보이기 싫어 햇빛 아래에 나가기를 꺼리지요. 페터는 대부분을 방 안에서 지내요. 나가더라도 해가 진 뒤나 그늘 아래로만 조심스럽게 숨어 다녀요. 아무리 꺼내 써도 결코 줄지 않는 황금 덕분에 얼마든지 풍요롭게 지내고 사람들이 자신을 위해 일하게 만들 수는 있지만 결코 행복한 삶은 아니에요. 아니, 돈이 없을 때보다 훨씬 더 불행해요. 그림자가 없기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할 수도 없었으니까요.
페터는 그림자를 찾고 싶어 해요. 회색 외투의 남자도 그걸 알지요. 이제 두 사람은 다시 거래를 하려고 해요. 하지만 한 번 잃어버린 그림자를 찾기란 쉽지 않아요. 페터는 그림자와 맞바꿨던 황금 주머니를 돌려주고 싶어 하지요. 하지만 회색 외투의 남자는 페터가 그림자와 맞바꿀 수 있는 건 그의 ‘영혼’뿐이라고 해요.
이제 페터는 또다시 갈림길에 섰어요. 영혼을 팔아 그림자를 살 것인가, 아니면 그냥 그림자 없이 살아갈 것인가. 페터는 보이지도 않고 느낄 수도 없는 영혼을 팔아 자신에게 필요한 그림자를 사야 할까요?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까요?
『웃음을 팔아 버린 꼬마 백만장자 팀 탈러 1, 2』(논장)에는 웃음을 판 아이, ‘팀 탈러’가 나와요. 팀은 어떤 내기에서든지 이길 수 있게 되는 대신 자신의 웃음을 체크무늬 신사한테 넘기지요.
팀이 웃음을 기꺼이 넘길 수 있었던 건 그럴 만한 까닭이 있어요. 팀은 가난한 뒷골목에 살아요.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로 새엄마와 형의 눈치를 보며 어렵게 지내지요. 일요일에 아버지랑 함께 경마장에 가는 것이 유일한 기쁨이지만, 아버지마저 사고로 돌아가세요.
팀은 아버지와의 추억이 담긴 경마장에 갔다가 그곳에서 체크무늬 신사를 만나지요. 체크무늬 신사는 팀이 어떤 말에 돈을 걸어도 늘 이기게 해 줘요. 그러곤 팀에게 제안을 해요. 어떤 내기에서든지 이길 수 있게 해 주는 대신 웃음을 자신에게 달라고요. 팀에겐 아주 달콤한 제안이지요. 팀에겐 웃을 일이 점점 사라졌고, 돈은 점점 절실하게 필요했으니까요.
하지만 페터가 그림자를 판 뒤에야 그림자가 꼭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처럼 팀도 웃음을 팔아 버리고 난 뒤에야 웃음이 필요하다는 걸 깨닫지요. 팀은 경마장에서 새엄마와 의붓형이 생활할 만큼의 돈을 벌어 준 뒤 집을 떠나요. 잃어버린 웃음을 찾아서 말이에요.
체크무늬 신사의 이름이 뭔지 아세요? ‘마악’ 남작. 이름을 거꾸로 읽으면 ‘악마’가 되지요. 팀이 웃음을 되찾아 올 상대가 결코 만만치 않아 보이네요.
놀랍게도 『그림자를 판 페터 슐레밀』이 세상에 나온 건 지금으로부터 약 200년 전이에요. 『웃음을 팔아 버린 꼬마 백만장자 팀 탈러』에도 이 책이 등장하지요. 두 이야기는 참 많이 닮았어요. 부자가 되고 싶어 하는 주인공이 결국 돈보다 황금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는 것을 깨닫잖아요. 그리고 회색 외투를 입은 남자와 체크무늬 신사가 같은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무엇보다 두 책 모두, 부자를 꿈꾸기 전에 우리가 꼭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해 주는 이야기입니다.
『그림자를 판 페터 슐레밀』(아델베르트 폰 샤미소 글, 채기수 그림, 배인섭 옮김, 아롬주니어. 절판)
-> 위의 책은 절판이지만, 조금씩 다른 제목으로 여러 출판사에서 나와 있습니다.
작가 이름으로 검색을 해 보세요. 단, 어린이 책이 아닌 성인용 책입니다.
『웃음을 팔아 버린 꼬마 백만장자 팀 탈러』(제임스 크뤼스 지음, 정미경 옮김, 논장)
->1, 2권이 <팀 탈러, 팔아버린 웃음> 합본으로 재출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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