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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초등 독서평설 - 책읽어주는선생님

[2010년 3월] 자유와 평화를 향한 걸음

by 오른발왼발 2010. 10.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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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와 평화를 향한 걸음

 

 

 

제가 대학교 다닐 때의 일이었어요. 밤늦게 집에 돌아가는데, 너무 피곤한 나머지 버스에 앉아서 잠이 들었어요. 그런데 잠결에 누가 뭐라고 욕을 하는 소리가 들렸어요. 한 할아버지께서 ‘젊은이가 자리 양보하기 싫어 자는 척 한다.’며 저를 욕하시는 거였지요. 저는 할아버지께 자는 척하고 있었던 게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자리에서 일어났어요.

버스에서 내리고 보니, 그 할아버지도 저와 같은 곳에서 내려 저 앞에 걸어가고 계셨죠. 버스에서 내내 억울한 마음을 억누르지 못하던 저는, 저도 모르게 뛰어가 할아버지를 붙잡고 얘기했어요. 잠든 척 한 게 아니라 진짜 잠이 든 거였다고요. 말씀을 드리다 보니 저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져 나와 나중에는 엉엉 울고 말았지요. 할아버지는 아무 말씀 없이 제 얘기를 듣고 계시더니, 잘못 알고 그랬다며 사과하셨어요.

지금 생각하면 별 일이 아니었던 것 같기도 해요. 하지만 그 당시는 그렇지가 않았어요. 정말이지 그렇게 억울할 수가 없었지요.

그런데 말이에요, 만약 여러분이 버스에 앉아 있는데, 누군가 무조건 일어나라고 강요한다면 어떨까요? 더구나 일어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까지 된다면 말이에요. 생각만 해도 정말 억울할 거예요. 제가 경험한 것과는 비교도 안 되는 일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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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 노래』(강무홍 글/박준우 그림/양철북)는 미국의 흑인 인권 운동가인 마틴 루터 킹에 관한 이야기예요.

마틴 루터 킹이 흑인 인권 운동을 나서게 했던 결정적인 사건, 그건 바로 한 흑인 여성이 버스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된 일이었어요.

1955년, 그 당시 미국은 버스에서 흑인과 백인이 같이 앉을 수 없었어요. 버스에는 흑인 자리와 백인 자리가 구분되어 있었지요. 사건이 일어난 바로 그 날, 그 흑인 여성은 흑인과 백인 누구나 앉을 수 있는 자리에 앉아 있었죠. 하지만 백인이 앉을 자리가 부족하자 운전수는 그 여성에게 일어나라고 했고, 말을 듣지 않자 경찰에 끌려가게 했어요.

마틴 루터 킹은 이 여성의 용기 있는 행동에 감동을 받아, 흑인 차별에 맞서기 위한 ‘버스 안 타기 운동’을 벌이기 시작했어요. 버스는 흑인들이 일터로, 학교로 가는 중요한 교통수단이었지요. 따라서 ‘버스 안 타기 운동’이 얼마나 성공을 거둘지는 알 수 없었어요.

그러나 예상을 뒤엎고 결과는 대성공이었지요. 버스는 텅 비어 있었고, 흑인들은 한 사람도 버스에 타지 않았어요. 그들은 걸어서, 혹은 노새나 마차를 타고 다녔어요.지팡이를 짚은 채 걸어다니는 할머니도 있었지요. 힘들 텐데 그냥 버스를 타고 가시란 마틴 루터 킹의 말에 할머니는 단호하게 대답했어요.

“나를 위해서 걷는 게 아니라네. 우리 손주가 살아갈 세상을 위해서 걷고 있는 걸세.”

이것은 이 할머니만의 마음은 아니었을 거예요. 모든 흑인들이 다 같은 마음이었을 테지요. 그리고 일 년 동안의 ‘버스 안 타기 운동’을 벌인 결과, 흑인들은 마침내 ‘버스 안 흑백 분리법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법원의 판결을 받아내고야 말았답니다.

하지만 이것은 백인들의 보복을 부르기도 했어요. ‘KKK단’이라는 백인 단체가 흑인들에게 인정사정없는 폭력을 휘두르기 시작했지요. 그러자 흑인들 사이에서도 폭력으로 맞서자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어요.

그러나 마틴 루터 킹은 폭력이 아닌 평화적인 방법을 선택했어요. 버스 말고도 흑인들이 차별 받는 곳은 아직도 많았어요. 마틴 루터 킹의 지도 아래, 흑인들은 백인 식당으로, 백인 도서관으로 날마다 찾아갔어요. 번번이 쫓겨나면서도 말이지요. 결국 마틴 루터 킹은 감옥에 갇혔고, 흑인들은 그와 함께 감옥에 가자며 ‘투옥감옥에 가둠 투쟁’을 벌이기도 했답니다. 백인들의 양심도 하나 둘 깨어나기 시작했지요.

1963년 8월, 이제 막 감옥에서 풀려난 마틴 루터 킹은 연설을 했어요. 이날 많은 사람들이 워싱턴으로 모여들었지요. 그 가운데는 백인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어요. 그 뒤 많은 사람들의 노력 끝에, 드디어 식당과 호텔, 공원, 수많은 공공시설에서 흑백 차별을 금지하는 법이 만들어졌답니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피부색으로 사람을 평가하지 않고 인격으로 평가하는 나라에서 살게 되는 꿈입니다.”

마틴 루터 킹의 연설 가운데 한 대목이에요. 그런데 어쩐지 우리와 함께 살고 있는 수많은 외국인 노동자들, 다문화가정둘 이상의 인종 혹은 민족이 섞인 가족의 아이들, 우리나라에 귀화다른 나라 국적을 얻으 그 나라 사람이 되는 것해 우리와 같은 국민이 된 사람들이 떠올라요. 마틴 루터 킹의 꿈은 지금 우리에게도 꼭 필요한 꿈인 듯싶어서 말이지요.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일어나요, 로자』(니키 지오바니 글/브라이언 콜리어 그림/최순희 옮김/웅진주니어)


‘버스 안 타기 운동’의 불을 댕긴 여성의 이름은 로자 파크스이지요. 그날, 로자 파크스에겐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요? 평범한 부인이었던 로자를 통해 듣는 그날의 이야기는 또 다른 감동을 느끼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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