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의 두꺼비> 러셀 에릭슨 글 / 김종도 그림/사계절
1.
올빼미와 두꺼비가 친구가 되다니? 도저히 친구가 될 수 없는 사이. 자연계의 먹이사슬 관계로만 본다면 이 책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일지 모른다.
하지만 말도 안 되는 설정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두꺼비와 올빼미가 친구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전혀 무리 없이 그려 나가고 있다.
2.
두꺼비와 올빼미는 처음에는 철저한 먹이사슬 관계에서 만난다.
두꺼비 워턴은 고모에게 딱정벌레 과자를 드리기 위해서 겨울잠도 포기하고 스키를 타고 길을 떠난다. 워턴은 가는 길에 눈속에 파묻힌 사슴쥐를 구해주게 되고 사슴쥐는 워턴이 가려는 골짜기에 '다른 올빼미들이 모두 잠자는 낮에 혼자 사냥을 하러 다니는 세상에서 가장 비겁하고 심술궂은 올빼미'가 산다고 알려준다. 하지만 결국 워턴은 올빼미한테 잡혀 올빼미 집으로 끌려가게 되고, 올빼미의 생일인 '돌아오는 화요일'에 잡아먹히게 될 거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나 '돌아오는 화요일'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다. 여섯 밤이나 남아 있는 것이다. 작가는 바로 그 시간을 두꺼비와 올빼미가 서로를 이해하고 친구가 될 수 있는 시간으로 남겨 놓았다.
성격이 명랑한 두꺼비 워턴는 올빼미 집에 있는 동안만이라도 편하게 살고 싶다며 집안도 치우고, 촛불도 켜고, 올빼미에게 차도 끓여주며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워턴은 올빼미가 친구가 없다는 사실, 왜 낮에 돌아다니게 되었는지를 알게 된다. 하루 하루 지나면서 올빼미의 태도도 점점 부드러워진다.
하지만 둘 사이의 관계가 변한 건 아니다. 올빼미가 두꺼비를 잡아먹기로 한 계획을 여전히 바꾸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기는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이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워턴은 탈출을 결심한다. 워턴은 스웨터의 털실을 풀어 사다리를 만들어 나갔다. 올빼미 조지가 마음을 바꾸어 이 사다리가 필요 없어졌으면 하는 마음이 들면서 말이다. 하지만 사다리가 완성되기 전에 사다리는 올빼미에게 발각되고, 올빼미와 두꺼비 사이는 냉랭해지고 만다.
올빼미의 생일날 아침, 워턴이 일어나 보니 언제나처럼 올빼미는 없었다. 대신 불안한 워턴의 앞에 사슴쥐가 친구들과 나타나 워턴을 구해준다.
드디어 탈출에 성공한 것이다. 그런데 탈출에 성공한 워턴의 눈앞에 올빼미 조지가 사나운 여우한테 잡혀 몸부림치는 모습이 보이고, 워턴은 올빼미 조지를 구하러 간다. 물론 사슴쥐들도 함께.
한때 당당했던 올빼미 조지는 상처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올빼미 조지가 여우에게 잡힌 것이 바로 워턴에게 노간주나무 열매차를 대접하기 위해서였다는 걸 알게 된다. 전날 사다리가 발각된 뒤 냉랭한 분위기가 올빼미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준 것이다.
친구가 없이 혼자 지내버릇한 올빼미는 자신의 마음을 전하는데 서투르다. 그래서 올빼미 조지는 워턴이 탈출한 것에 대해 화를 내면서, 사실은 자기가 워턴에게 줄 노간자나무 열매 차를 구하러 왔다가 여우에게 잡히게 된 거라고 말해준다. 어젯밤 냉랭한 분위기에서 이야기도 안 하고 한참 생각을 해 보니 친구가 있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이다. 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만약 친구를 사귄다면 바로 너 같은 친구였으면 좋겠어." 라고.
이제 둘은 친구가 된다.
올빼미는 다시는 두꺼비와 사슴쥐를 잡아먹지 않겠다고 약속을 하고.
아이들은 이 책을 읽으며 두꺼비와 올빼미의 먹이사슬 관계에서 생각하는 게 아니라 올빼미와 두꺼비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 아무리 친구가 많아도 사귀고 싶은 친구와 친해지지 못할 때, 그리고 친구한테서 자신의 기대감이 충족되지 않으면 아이들은 외로움을 탄다. 바로 올빼미의 처지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속맘과는 달리 오히려 말도 함부로 하기도 한다. 반면 언제나 명랑한 워턴의 모습은 평상시 아이들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아이들 사이에는 언제나 올빼미처럼 친구들과 사귀지 못하고 겉도는 아이도 있다. 이런 아이들은 상대방이 먼저 다가와 말을 걸어주기 전에는 쉽게 다른 아이들과 친해지지 못한다. 그래서 외톨이가 되기 쉽다. 다른 아이들도 이 아이에게 신경을 써주기란 쉽지 않다.
아이들은 두꺼비와 올빼미가 조금씩 서로를 이해해 가는 과정을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는 가운데 자신과 친구가 도저히 될 수 없다고 생각했던 사람과도 충분히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친구가 되기 위해선 서로를 이해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저절로 깨닫게 될 것이다.
이 책은 쉽게 친구가 될 수 없는 관계, 아니 도저히 친구가 될 수 없는 천적 관계인 두꺼비와 올빼미를 의인화해 처음 시작부터가 어려운 우정의 한 모습을 따뜻하게 보여주고 있다.
3.
이 이야기는 어떻게 보면 좀 황당한 이야기로 보여질 수도 있다. 두꺼비와 올빼미가 친구가 된다거나 두꺼비가 겨울에 돌아다니고, 또 올빼미가 낮에 돌아다니는 것 따위가 말이다. 하지만 여기선 이런 일들이 황당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작가가 모든 사건에 나름대로의 근거를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꺼비 워턴은 너무 맛있는 과자를 고모에게 전해주기 위해서 한겨울에 떠난다. 그리고 두꺼비가 눈을 헤치고 길을 가기 위해서 스키가 동원되는데 이 스키는 지난 여름 토끼가 알려준 덕분에 알게 된 것이다. 두꺼비 워턴은 토끼가 가르쳐 준대로 스키를 만들고 연습을 한 뒤 길을 떠난다. 스키는 나중에 사건을 해결하는데 - 사슴쥐들이 워턴을 구하러 오고, 또 올빼미 조지를 구할 때 - 도 큰 역할을 한다. 또 추운 날씨에 대비해 스웨터를 세 벌이나 껴입고 나가는데 이 스웨터도 올빼미한테 탈출할 사다리 - 올빼미가 많은 생각을 하게 했던 사건이 된 - 를 만드는데 쓰인다.
올빼미도 괜히 낮에 돌아다니게 된 게 아니다. 어느 날 집으로 돌아오다 깜박 조는 바람에 커다란 벌집에 부딪힌 뒤 밤에 다니는 걸 무서워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겨울잠을 자야 할 두꺼비와 밤에 돌아다녀야 할 올빼미가 만나게 된 사정은 충분한 셈이다. 게다가 올빼미가 두꺼비를 잡자마자 잡아먹지 않고 자기 생일날까지 기다리게 된 것도 바로 여기서 출발한다. 올빼미 말처럼 '한겨울에 두꺼비를 잡았으니, 아주 특별한 생일 선물을 얻은 셈'인 것이다.
이제부터 일주일간의 올빼미와 두꺼비의 동거가 시작된다. 두꺼비가 집을 나선 게 수요일. 그리고 바로 그 날 올빼미한테 잡혔고, 올빼미의 생일은 다음 주 화요일이니 날수로 따지자면 완전한 일주일이다. 그 일주일은 짧다면 짧을 수 있지만 모든 요일을 함께 했다는 면에서 다른 의미(영원히 친구가 될 수 있는!)가 있을 수도 있다.
어쨌든 일주일(사실 화요일에 잡아먹힐 걸 계산한다면 책에서처럼 엿새라고 할 수 있다) 동안 올빼미는 서서히 변해간다. 그 변해 가는 모습도 아주 자연스럽다. 사다리 사건으로 둘 사이가 냉랭해 진 뒤 올빼미의 심리를 따라가다 보면 안쓰럽기까지 하다.
이처럼 이 책은 주제도 좋지만 이 주제를 든든하게 받쳐주고 있는 구성 덕분에 아주 자연스럽게 책 속에 빠져들 수가 있다. 게다가 삽화는 내용을 더욱 든든하게 뒷받침해고 있어 책 읽는 재미를 더욱 느끼게 해준다.
이 정도면 책을 읽기 싫어하는 저학년 어린이라도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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