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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관련/논픽션

밤하늘을 수놓은 약속

by 오른발왼발 2023. 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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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을 수놓은 약속

제레미 드칼프 글, 그림/이세진 옮김/재능교육/2021. 11. 1.

 

 

 

밤하늘을 수놓은 약속이라……

그 약속이 무엇일지, 제목부터 궁금증을 유발하는 책입니다.

별이 가득한 깜깜한 하늘에 뭔가 인공위성 비슷한(우주에 대해 문외한이라서 이렇게 생각했지요) 것이 보입니다.

표지를 넘겨 면지를 보니, 이번엔 태양계가 보입니다.

갑자기 의문이 생깁니다.

? 인공위성이라면 이렇게 태양계까지 등장하진 않을 텐데…….’

궁금증에 이어, 의문을 더해 책장을 넘겨봅니다.

그런데 이 책의 화자는 제가 인공위성이라 생각한 바로 물체였습니다. 사람들이 하늘에 뭐가 있는지 궁금해 자신을 만들었고, 자신은 로켓을 타고 지구를 벗어나 우주로 나왔다고 합니다.

뭔가 흥미진진해집니다. 제가 인공위성이라 생각한 그것의 정체가 궁금해집니다.

하지만 그것은 자신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려주지 않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며 자신이 본 것에 대해서만 말합니다.

목성을 지나 토성, 그리고 천왕성과 해양성을 지나 계속 날아갑니다. 목성과 토성, 천왕성, 해양성의 신비한 모습, 그리고 그것이 별이 가득한 깜깜한 우주를 날아가는 모습은 경이로움을 느끼게 합니다.

도대체 네 정체는 무엇이냐?’ 했던 생각도 우주의 경이로운 모습을 보는 동안에는 잠시 생각나지 않습니다.

이처럼 우주의 경이로움을 느끼게 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큰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장점만 보이는 건 아닙니다. 본문에서 그것의 정체가 잘 드러나지 않는 것은 좀 아쉬웠습니다. 책을 보며 제가 계속 궁금해했던 그것의 정체는 보이저호 2였습니다. 제가 그 정체를 알아챈 것은 거의 끝부분에 가서였지요.

 

내 옆구리에는 금빛 원반이 붙어 있습니다.

편지를 넣어 바다에 띄워 보내는 병처럼,

여기에 지구의 음악과 영상을 담았습니다.

 

이 문장에 이르렀을 때였습니다. 금빛 원반에 지구의 음악과 영상, 인사말 등을 담아 떠났다는 보이저 2호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었거든요.

그러나 본문에서는 끝까지 보이저 2호란 말은 나오지 않습니다. 본문이 다 끝난 뒤에 나오는 설명에서야 보이저 1호와 2호에 대해 나오지요. 논픽션에서 이렇게 기본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것이 과연 맞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깁니다. 더구나 이 책이 어린이 책인 만큼 좀더 친절한 설명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여겨지기도 합니다. 물론 또 다른 시선으로 보자면 모든 게 비밀에 싸여있는 듯 전개되는 분위기는 우주의 신비로움과 닮아있기도 합니다. 이런 점에서 이 점은 어떤 사람에게는 큰 장점이고, 또 어떤 사람에게는 단점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몇 가지 의문이 드는 것도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이 책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까마득한 옛날 옛적,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본 사람들은 의문을 품었습니다.

저 높은 곳에는 뭐가 있을까?

그걸 알고 싶어서 그들은 나를 만들었습니다.

 

까마득한 옛날 옛적이 아니라 까마득한 옛날부터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며 의문을 갖고 그걸 알고 싶어 를 만든 것 옛날 옛적 사람들만이 아니니까요.

원서에는 어떻게 되어 있는지 몰라도 문장이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책을 다 보고 나니 뒤표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습니다.

 

까마득한 옛날부터,

하늘을 올려다보며 사람들은 의문을 품었습니다.

저 높은 곳에는 뭐가 있을까?

 

뒤표지의 이 문장이 본문에 그대로 들어갔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의 화자가 보이저호라는 점도 저를 좀 혼란스럽게 했습니다. 보이저호는 사람에 의해 만들어지고, 사람들에게 우주 탐사 정보를 보내오기 위해 우주로 발사됐지요. 그런데 이 보이저호가 화자가 되어 쓸쓸한 우주 공간에서 지구를 그리워합니다. 또 자신의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면 자신을 기억해달라고 해요. 지구로 돌아올 수 없는 운명으로 태어난 보이저호가 사람처럼 감정을 담아 말을 합니다. 보이저호를 어떻게 기억해줘야 할까요? 우주의 비밀을 담은 정보를 보내오는 것에 대해 감사를 할까요? 아니면 지구로 다신 돌아올 수 없는 운명인 보이저호에 대해 안쓰러운 마음을 가져야 할까요?

 

논픽션 그림책 가운데는 이처럼 사람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무언가를 화자로 삼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마도 어린이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고, 설명하기가 수월하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 무언가가 화자가 되는 순간, 뭔가 감정들이 어긋나곤 합니다. 보이저호는 저 높은 곳에 무엇이 있을까 궁금해서 자신을 만들어 발사한 사람들에 대해 어떤 감정일까궁금해집니다.

제가 봤던 어떤 그림책에서는 화자였던 콩이 사람에 의해 삶아지고 갈아지고 결국엔 사람 입으로 들어가면서도 기뻐합니다. 사람에게는 기쁠 일이지만 사람에 의해 만들어진 무언가로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을 텐데 말이에요.

그래서 저는 사물을 화자로 서술하는 방식은 좀더 신중을 기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굳이 사물이 화자로 삼지 않아도 이야기를 충분히 만들어갈 수 있을 테니까요.

 

조금 아쉬움이 있긴 해도, 우주의 신비로움을 느끼기엔 충분한 책입니다. 우주에 관심이 있는 아이라면 취학 전후 정도면 흥미롭게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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