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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관련/논픽션

도시를 움직이는 사람

by 오른발왼발 2023. 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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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움직이는 사람들

브라이언 플로카 글, 그림/김명남 옮김/문학과지성사/2021,10.14.초판

 

 

 

브라이언 플로카는 제가 요즘 관심 있게 보던 작가입니다. 증기기관차 대륙을 달리다, 타다, 아폴로 11가 제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이 책을 만났을 때도 무척 반가웠습니다. 정말 설레는 마음으로 책장을 넘겼지요.

 

표지에서 우선 보이는 건 자전거를 타고 배달을 가는 사람의 모습입니다. 그 사람 뒤편으로 엠블란스와 트럭이 있고 그 속에 탄 사람들의 모습도 보입니다. 그런데 모두 얼굴엔 마스크를 쓰고 있어요. 자전거와 엠블란스, 트럭은 모두 멈춰있는 듯이 보이고요. 도시를 움직이는 사람들이란 제목과 달리 활기찬 움직임은 보이지 않습니다.(확인해 보니 이 책의 원제는 Keeping the City Going 입니다. ‘도시를 움직이는 사람들이라는 제목과는 조금 느낌이 달라요.)

책장을 넘겨 속표지를 봅니다. 속표지에는 도시의 풍경이 그려 있어요. ‘도시를 움직이는 사람들이라 했으니, 아마 도시를 보여주는 것이겠죠? 하지만 도시는 어둡게 가라앉아 보여요.

 

무슨 일일까요? 얼른 본문을 봅니다.

이야기는 집에서 창밖으로 조심스레 밖을 내다 보는 아이들로 시작합니다. 거리는 고요하고, 가게는 닫혀 있고, 이웃들도 다들 집안에만 있어 도시는 아주 조용합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도시의 분위기와는 아주 다른, 낯선 도시의 모습이에요.

활기찬 움직임이 보이지 않던 표지의 사람들, 낮게 가라앉은 듯한 속표지의 도시 풍경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어요.

그렇다고 움직이는 사람들이 전혀 없는 건 아니죠. 음식을 배달하는 사람들, 가게로 식료품을 배달하는 사람들, 버스와 전철, 택시, 청소차, 우체부, 물과 가스와 전기 공급이 잘 되도록 공사를 하는 사람들, 소방관, 경찰, 응급구조사와 병원의 의사와 간호사……. 예전 같으면 시끌벅적 왁자지껄할 도시는 도시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과 꼭 필요한 일 때문에 길을 나선 사람들만 보일뿐입니다.

그 이유가 짐작되시나요?

마스크라는 말 덕분에 금방 눈치를 채실 분도 계실 거예요. , 바로 코로나가 바꿔놓은 도시의 모습이지요.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처럼 도시가 텅 비는 상황은 아니었지만, 브라이언 플로카가 살던 미국 뉴욕의 상황은 훨씬 심각했지요. 이동 제한 조치로 사람들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밖에 나갈 수 없었고, 식당들도 문을 닫아야 했으니까요.

어쩌면 이야기의 시작 부분에 등장했던 창밖을 내다보는 아이들의 모습은 작가 브라이언 플로카 자신의 모습일지 모릅니다.

브라이언 플로카는 작가의 말에서 그 와중에도 여전히 길에 다니는 탈것들을 눈여겨 보았고, 이 탈것들을 그렸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림이 제법 쌓이자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브라이언 플로카의 작업 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가 눈앞에서 보는 듯 선명하게 다가와요. 그리고 이 책이 나왔을 때 코로나라는 힘든 상황을 다 함께 겪었던 사람들 입장에서 이 책이 얼마나 공감이 되고 위로가 되었을지도 짐작이 됩니다.

 

팬데믹 상황에서 뉴욕시의 운영을 지탱하는 도시 노동자들을 위한 송가. 브라이언 플로카는 서정적인 글과 정교하고 세밀한 그림을 통해 팬데믹 초기의 텅 빈 도시를 상기시킨다. 거의 텅 빈 거리 말이다. 작은 움직임으로 시작하는 첫 장면들은 자전거로 음식을 배달하는 전면적인 장면으로 확산된다. 물론 초기의 대응자들-소방관들, 경찰관들, 구급차 운전사들, 그리고 환자들이 낫도록 돕는 의료 관계자들이 눈에 띄게 묘사되지만, 갑작스럽게 일선 서비스직과 관리직이 된 노동자들 또한 간과하지 않는다. 많은 것을 잃는 시기에 사회에 필수적인 노동자와 공동체를 기억하는 감동적인 헌사이다. - 북리스트 (미국도서관협회)

 

이런 평가가 나오는 건 힘든 시기를 같이 겪은, 공감이 만들어낸 찬사일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조금 아쉬웠습니다. 좋은 책이란 힘든 시기를 같이 겪은 사람들에게만 공감을 얻어서는 안 된다고 여기기 때문이지요. 만약 10년쯤 뒤, 코로나라는 상황을 모르는 아이들이 이 책을 볼 때도 이 책에 공감할 수 있을까요?

책은 아무리 봐도 코로나에 대한 설명이 나오지 않습니다. 창밖을 내다보던 아이들이 왜 집안에서 밖을 내다 보고 있고, 거리에 사람들이 사라졌는지에 대해 알 수 없어요. 그러니 밖에서 활기차게 돌아다니던 사람들이 집안에만 있을 때 느끼는 갑갑함, 절망 등을 공감하기도 힘들지요. 또 시작이 집안에서 밖을 내다 보는 아이들의 시선이었던 것에 비해 여기서 보여주는 많은 풍경들은 결코 집안의 아이들이 볼 수 없는 풍경이기도 하고요.

아쉬웠습니다. 만약 창밖을 내다보던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삼아 코로나로 인해 달라져 버린 상황을 견줘서 보여줬다면 좀더 설득력이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어쩌면 책 속에서 도시를 움직이게 하던 사람들의 모습이 움직임이 별로 없었듯이, 브라이언 플로카도 코로나를 겪으며 움직임이 적어진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브라이언 플로카의  다른 책에 관한 글 보기>

 

타다, 아폴로 11호

 

타다, 아폴로 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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