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한 조각의 기적
사토 기요타카 글/junaida 그림/웅진주니어/2022. 2. 초판
초콜릿은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매력이 있다. 입 안에 넣었을 때 기분 좋게 녹으며 달콤하게 퍼져나가며 행복감을 느끼게 한다. 밸런타인데이에 왜 초콜릿을 주는지 충분히 공감이 간다.
초콜릿은 달콤한 매력만 있는 건 아니다. 카카오 함량이 높을수록 쌉싸름한 맛이 강해지는데, 이 쌉싸름한 맛도 묘한 매력이 있다. 그리고 카카오 함량이 높으면 높을수록 폴리페놀 함유량이 많아서 건강에도 좋다고 한다.
내가 초콜릿에 대해 아는 건 딱 이 정도였다. 별로 궁금한 것도 없었다. 아, 화이트초콜릿에 대해 궁금하긴 했다. 화이트초콜릿은 초콜릿이라기엔 색이 너무 달랐고, 맛도 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궁금증도 화이트초콜릿을 볼 때뿐이었다.
초콜릿에 대한 관심이 많지 않았기 때문인지, 이 책을 처음 봤을 때도 그리 큰 기대를 하진 않았다.
표지의 초콜릿 그림은 무척이나 고급스러워 보였다. 포장지의 문양과 색깔, 그리고 포장지 가운데 자리 잡은 소년의 캐릭터도 마찬가지였다. 본문을 보니 이 캐릭터는 초콜릿을 만드는 쇼콜라티에인데, 이 캐릭터가 쓰고 있는 주방 모자의 모습이 마치 왕관 위에 놓인 것 같아 마치 ‘어린 왕자’의 모습처럼 보였다.
속표지에는 ‘어린 왕자’처럼 보이는 쇼콜라티에가 망토까지 두르고 있어 더욱 왕자처럼 보였는데, 그 아래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초콜릿은 디저트의 황제”
표지의 고급스러움이나 쇼콜라티에를 마치 ‘어린 왕자’처럼 그린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그런데 나는 본문을 읽자마자 지금껏 모르고 있던 초콜릿의 비밀과 마주했다. 초콜릿의 마법은 바로 초콜릿을 이루고 있는 신기한 ‘기름’에 있다는 사실이었다.
기름이라니!
정말 믿어지지 않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작가는 나처럼 초콜릿이 기름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말을 믿기 어려워하는 사람도 이해할 수 있도록 친절한 설명을 하고 있었다.
카카오 기름은 다른 기름과 달리 25도 이하에서는 단단한 결정을 이루지만, 사람의 체온과 가까운 온도에서는 녹는다고 한다. 초콜릿을 입에 넣으면 부드럽게 녹는 비밀이 바로 여기에 있었다.
그리고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 열매에 대해서도 친절한 설명을 덧붙인다. 낮은 온도에서는 카카오의 기름이 굳기 때문에 카카오는 열대 지방에서만 싹을 틔울 수 있다고 한다.
또 두껍고 단단한 카카오 열매를 쪼개면 그 속에 흰색 과육으로 둘러싸인 카카오 콩이 있는데, 열매 한 개에 보통 30개에서 40개 정도의 카카오 콩이 있다고 한다. 보통 카카오 열매 하나에서 보통 크기의 판 초콜릿 한 개를 만들 수 있고 말이다.
무엇보다 초콜릿은 다 똑같은 초콜릿인 줄로만 알았는데, 초콜릿도 카카오 콩에 따라 맛과 향이 다르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마치 산지별로 커피 맛이 다른 것처럼 말이다.
나는 어느새 초콜릿 이야기에 빠져들고 있었다.
작가는 카카오 콩으로 초콜릿을 만드는 과정을 설명하기 시작한다. 발효를 하고(초콜릿도 발효음식이었다!), 건조하고, 볶고, 기름을 짠다. 이 상태가 바로 ‘카카오매스’다. 여기에 우유나 설탕, 카카오버터를 넣고 반죽하고 굳혀서 초콜릿을 만든다고 한다.
이때 식히는 방식도 아주 복잡하다. 방식에 따라 여섯 가지 결정 구조로 나뉘고, 그중 단 하나의 결정 구조만이 초콜릿을 만들 때 필요하다고 한다.
갑자기 과학 수업인가 싶더니, 다음엔 초콜릿이 탄생하기까지의 역사가 펼쳐지기 시작한다. 카카오가 처음 원산지인 남아메리카에서는 어떻게 쓰였는지,
15세기 이후 메소아메리카의 여러 나라를 무너뜨리고 자원을 가져간 유럽인들이 카카오를 마시는 방법을 어떻게 바꿨는지,
왜 카카오는 귀족들이 마시는 고급 음료가 되었는지,
카카오 음료를 쉽게 마실 수 있는 코코아는 어떻게 발명됐는지,
지금 우리가 보는 달콤하면서도 쌉싸름하고 또 부드러운 밀크초콜릿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또 어떤 구조로 되어 있는지.
작가는 초콜릿의 기적과도 같은 맛을 만들기 위해서 카카오 기름과 설탕, 커커오버터, 우유를 버무리듯이 초콜릿의 역사와 과학을 버무려 이 한 권의 책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어쩌면 이렇게 초콜릿에 관한 이야기를 쉽고도 재밌고 달콤하게 펼쳐놓을 수 있을까!
작가 소개를 찾아보게 된다. 식품 물리학 전공. 초콜릿을 비롯한 식품의 기름과 지방에 관한 강의. 수제 초콜릿 가게에 제조 기술 전해주고 있었다.
어린이 책 가운데는 전문가가 썼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책들도 많다. 글쓰기에 소질이 별로 없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자신이 전문가라는 자부심이 앞서 책을 읽는 어린이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의 작가인 사토 기요타카는 전문가가 쓴 어린이 책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모범 답안을 보여주는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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