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어린이책 관련/논픽션

도시의 나무 친구들 / 도시 식물 탐험대

by 오른발왼발 2023. 6. 11.
728x90

서울에서 나고 자란 저는 자연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많습니다. 아이러니한 것은 제가 이 사실을 깨닫게 된 때가 서른 살이 넘어서였다는 점이었죠.

어린 시절 주위의 친구들은 다 저랑 비슷했고, 집에 정원이 있던 저는 오히려 친구들보다 아는 식물이 많은 편에 속했지요.

그리고 20대에는 자연에 관한 관심이 전혀 없었던 것 같아요. 자연보다는 제 관심을 잡아끄는 것들이 훨씬 더 많았으니까요. 그것에만 빠져 지내기에도 20대는 시간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자연이 제 눈에 들어온 건 서른이 넘은 어느 날, 차창 밖으로 단풍으로 가득한 산을 보게 되면서였어요.

, 자연이란 이렇게 아름다운 것이구나!’

자연의 아름다움을 처음으로 느낀 순간이었어요.

그 뒤부터 저는 자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저에게 자연은 늘 어려웠지요. 아무리 이름을 외워도 잘 기억이 나질 않았고, 구분하기도 어려웠어요.

저는 제가 사는 주변 식물들에 먼저 관심을 두기로 마음먹었어요. 하지만 이 역시 쉽지는 않았지요.

 

이번에 두 권의 책을 봤어요.

고규홍 글 / 최경식 그림 / 다산기획 /2017
손연주 ,  박민지 ,  안현지 글 / 주니어 RHK/2022

 

도시에서 만날 수 있는 식물에 관한 책이라니! 잔뜩 기대에 부풀어서 봤어요.

하지만 조금은 실망하고 말았지요.

 

도시의 나무 친구들은 나무 칼럼니스트로 유명한 작가의 작품이라 처음부터 기대가 됐어요. 마른 나뭇잎 하나가 바람에 실려 아파트 현관 앞에 날아오는 장면에서 시작하는데, 진짜 동네 이야기를 하는구나 싶어 마음에 들었어요. 제 짐작대로 작가는 자신의 집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나무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지요.

하지만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실망감이 커졌어요. 일단은 글에서 뭔가 중요해 보이는 나무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그림에는 나와 있지 않은 경우가 꽤 있었어요. 예를 들어 복사나무는 이 도시의 주인공입니다라고 말은 하지만 복사나무가 어떻게 생겼는지 그림에서 찾아볼 수가 없었어요. 또 분명 나무 친구들이라 했는데 나무가 아니라 민들레, 개망초 등의 풀 소개가 많아요. 그러다 보니 이 책이 도시의 나무 친구들에 관한 책이 아니라 도시의 나무친구들에 관한 책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어요. 게다가 풀 그림은 나무와 비슷한 크기로 배치되어 있었죠. 책의 그림만으로는 풀과 나무의 크기를 전혀 가늠할 수 없었어요.

게다가 이야기가 봄이 시작될 무렵에서 시작했으니, 사계절의 나무 이야기를 해주면 좋을 텐데 나무 이야기는 여름에서 끝이 나요. 다음 장면엔 단풍이 든 아파트 풍경이 보이고, 그다음 장면에 눈이 내린 아파트 현관 모습이 나오면 그대로 끝이 나요.

작가가 나무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어서일까요? 아님, 어린이 책에 대해 전혀 모르기 때문일까요? 글을 읽다 보면 이미 나무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작가가 밖에서 슬슬 지나가며 보이는 대로 한마디씩 툭툭 던지는 것만 같아요. 식물을 잘 모르는 어린이들에 대한 배려는 전혀 느껴지지 않아요.

 

중국단풍의 줄기 빛깔이 먼저 달라졌네요.

뿌리에서 끌어올린 물이 줄기에 가득 찬 모양이에요.

 

어린이들 입장에서는 어떻게 달라졌다는 건지 전혀 알 수가 없어요. 글은 이걸로 끝이고, 이 변화를 알려줄 수 있는 그림 또한 없어요.

글도 그림도 모두 친절하지 않았지요. 편집자가 이 부분을 조율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잔뜩 드는 책이었지요.

 

이번엔 도시 식물 탐험대를 봅니다. 제 예상과는 달리 이 책은 식물백과 형식이었어요. 여러 식물을 가나다 순서에 따라 쭉 나열해 놓고 있었지요.

저는 다시 혼란에 빠졌지요. 이 형식으로는 동네를 걸으며 식물에 대해 알아보기는 쉽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앞에서 강아지풀에 대한 설명을 봤는데, 한참 뒤에서 수크령이 등장해요. 이 두 가지는 모양이 아주 비슷해요. 붉은수크령과 흰수크령은 좀 덜하지만 청수크령은 강아지풀과 아주 비슷해 보이지요. 이렇게 비슷한 종류는 한데 모아 보여주면서 각각의 차이점과 공통점을 알려주면 좋았을 거란 아쉬움이 생겼어요.

강아지풀
수크령

로제트 식물들도 한데 모아서 비교해주면 어땠을까 싶어요. 겨울 동안 로제트 모양으로 지내는 풀의 경우는 로제트 모양만으로 구분해야 할 때도 있으니까요.

저는 이 책을 보며 새삼 분류의 중요성을 체감하게 됐어요. 공통점을 가진 식물끼리 묶는다는 것은 우리가 그 식물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됐거든요. 비슷한 점과 다른 점을 비교해 보며 각 식물의 개성을 알아갈 수도 있고 말이에요.

 

저는 두 권의 책을 보면서 생각이 많아졌어요.

어린이들은 움직이는 동물에 비해 식물에는 관심이 적을 수밖에 없어요. 따라서 어린이들이 식물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게 어린이 책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어린이들이 비록 식물에 관심이 적긴 해도 만약 어느 날 갑자기 식물의 특별함을 발견한다면 그것이 관심으로 이어질 수 있을 거라 믿어요. 물론 특별함을 발견하는 순간은 다 다르겠지만 말이에요.

다만 도시 식물 탐험대의 주요 정보로 나와 있는 것처럼 식물의 의학적 효능이라든지, 아님 먹을 수 있는 것인지 등등은 어린이들의 관심사는 아닐 것 같아요. 아마 이건 어른들의 관심사이겠지요.

 

 

 

 
728x90
반응형

'어린이책 관련 > 논픽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눈부신 바다  (0) 2023.09.11
나와 평등한 말  (0) 2023.08.03
초콜릿 한 조각의 기적  (0) 2023.05.04
똑똑똑, 평화 있어요?  (0) 2023.04.05
도시를 움직이는 사람  (0) 2023.03.26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