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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관련/논픽션

나와 평등한 말

by 오른발왼발 2023. 8.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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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미 글/구정인 그림/너머학교/2021

 

 

평등한 말!

제목부터 마음을 확 끌어당긴다.

국어사전에서 평등이란 말을 찾아봤다.

 

권리나 의무, 신분 따위가 차별이 없이 고르고 한결같음.

 

즉 평등한 말이란 권리나 의무, 신분 따위와 상관없는, 차별이 없는 말이라는 뜻이다.

책의 제목이 내 마음을 확 끌어당긴 이유였다. 세상엔 평등하지 않은 말들이 너무 많았고, 그 평등하지 않은 말들이 너무나 익숙해져 무의식적으로 그 말을 사용하는 경우도 많았다.

 

책을 펼치니 가장 먼저 나오는 건 고등학교와 여자고등학교.

반가웠다. 내가 늘 갑갑해 하던 말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남학생이 다니는 학교는 그냥 고등학교지만, 여학생이 다니는 학교는 여자고등학교다. 남녀공학이라면 그냥 고등학교라고 하는 게 맞지만, 왜 남학생만 다니는 학교는 그냥 고등학교고 여학생이 다니는 학교는 여자 고등학교일까?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건 사람의 표준이 남자에게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세상은 늘 남자를 사람의 기본값으로 설정해놓고 움직인다. 의약품도 예외가 아니다. 코로나 백신의 경우도 남자보다 여자들한테 부작용이 훨씬 더 많이 일어났는데, 이 역시 백신을 개발할 때 기준을 남자에 맞췄기 때문이라는 말을 들었다. 이는 남자와 여자의 평등은 아직도 멀었다는 뜻일 것이다.

이런 현실 때문인지 모두 다섯 장으로 구성된 이 책의 첫 번째 장은 <사람의 표준은 남성?>이다. 자연스레 다음 장에 관심이 갖다. 우리 사회에 남아 있는 불평등한 말들이 어떤 것이 있는지 궁금해졌다.

하지만 책을 다 보고 나니 여러 가지 마음이 교차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불평등한 말이 분명하고, 새로운 말이 필요하다는 점은 공감하지만 뭔가 부족한 느낌이었다. 대안으로 제시한 말이 내 기준에는 부적절해 보이는 경우가 있기 때문일까 싶었는데, 그건 아니었다. 그 이유는 한참 뒤에야 깨닫게 됐다.

이 책은 평등한 말의 대상이 오로지 여성 문제에 한정되어 있었다. 사회의 모든 기본값이 남성에 맞춰져 있고, 여기서 여성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여성에 대한 평등의 말이 실현된다 해도 세상에는 여전히 평등한 말이 필요하다. 차별은 여자에게만 있는 건 아니니까 말이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아쉬움이 남는다. 나와 평등한 말이란 제목에 걸맞게 시선을 좀더 넓혔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혹시 남성과 여성의 차별에 대한 말을 평등하게 바꾸고자 하는 것에 한정해 이 글을 쓰고 싶었다면 지금의 제목 대신 다른 제목을 붙여야 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책은 의미가 있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쓰고 있는 잘못된 말들은 알게 모르게 우리 몸에 스며들며 우리를 잘못된 말에 매이게 하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여학생들이 다니는 학교에만 여자중학교’ ‘여자고등학교라고 칭하는 것은 정말 꼭 바뀌면 좋겠다. 공감하는 사람들이 모여 다 같이 캠페인이라도 벌여야 할 듯 싶다.

 

청소년과 어른들이 함께 읽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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