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의미는 몸으로 깨달아야
어떤 상황이 연달아 또 다른 상황을 만들어내는 경우가 있지요. 《데굴데굴 굴러가네!》(허은미 글/이혜리 그림/웅진주니어/절판)는 바로 그런 상황을 그린 책이에요.
“데굴데굴 떽데굴 커다란 밤송이가 데굴데굴.”
어디선가 커다란 밤송이가 굴러와요. 동물 친구들은 이 밤송이를 건드렸다가
“아야야, 앗! 따가워.”
하고 밤송이를 떨쳐버리죠.
그러면 커다란 밤송이는 또다시 어디론가
“데굴데굴 떽데굴 커다란 밤송이가 데굴데굴.”
하며 굴러가서 또 다른 동물 앞에 놓여요.
이 밤송이를 건드린 동물 친구는 또다시
“아야야, 앗! 따가워”
하고 말해요.
아이는 반복되는 이 두 문장을 참 좋아했어요. 이 두 문장은 책장을 넘길 때마다 번갈아 나오기 때문에 이 책을 읽을 때마다 아이는 참 바빠졌지요. 밤송이가 굴러오는 순간
“데굴데굴 떽데굴 커다란 밤송이가 데굴데굴.”
하고 외치고선 다음 장에서
“아야야, 앗! 따가워.”
라는 말이 나올 때는 자기가 정말 밤송이에 찔린 양 발을 동동 구르곤 했거든요. 그리고 밤송이 가시에 찔려 아파하는 동물들을 일일이 호 하고 불어주며 달래주기도 했고요.
아이는 진짜 밤송이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지만 이 책을 통해 밤송이가 얼마나 따가운지를 눈치챘죠. 가끔은 책 속에 그려있는 밤송이에 자기 손을 살짝 갖다대고는 깜짝 놀란 듯
“아야야, 앗! 따가워.”
하며 엄살을 피기도 했으니까요.
이 책은 상황이 반복되면서도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에 짧은 이야기의 책이지만 사건이 참 많이 일어나요. 이 책의 이야기는 토끼, 돼지, 호랑이, 코끼리, 고슴도치를 거쳐 다람쥐가 오드득 뽀드득 밤송이를 먹어버리는 것으로 끝나거든요. 그러다 보니 아이는 새로운 표현들을 참 많이 만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비슷한 상황에 처하면 아이는 책 속에 나온 그대로 흉내를 내곤 했죠. 작은 장난감을 두 손으로 톡톡 건드리면서 요리조리 차거나, 냄새를 맡을 땐 콧구멍을 벌름거리며 맡는다든지 하면서 말이에요. 책으로만 보고 느끼는 게 아니라 자기 몸으로 직접 해 봤으니, 아마 아이가 느낀 말의 의미나 재미는 분명 남달랐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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