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에 꼬리를 무는 어휘력 기르기
《호랑이는 꼬리가 길어, 길면 뱀이지》(김장성 글/김정한 그림/국민서관/절판)는 꽁지따기 책이에요. 꽁지따기란 앞에 나오는 이야기의 꼬리를 받아 이어가며 하는 놀이죠.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빨가면 사과. 사과는 맛있어…….”
이 노래처럼요.
저는 아이와 외출할 때면 이 놀이를 즐겨 했어요. 지하철이나 버스를 탈 때 지루해하는 아이랑 이 놀이를 하다 보면 시간이 금방 지나갔거든요. 아이는 ‘맛있어’, ‘길어’, ‘빨라’ 같은 말이 나올 때면 몸으로 표현해 가며 웃음을 멈추지 않았어요. 그러다 가끔은 원래 노랫말대로가 아니라 자기 생각대로 바꿔서 부르기도 했죠. 그래서 ‘높으면 비행기’가 아니라 ‘높으면 구름, 더 높으면 해님’이 되는 일도 많았어요.
아이는 다섯 살 때 이 책을 우연히 보게 됐어요. 한참 꽁지따기에 열을 올리던 아이는 이 책에 열광했습니다.
옛날 옛날에 꼬부랑 할머니가 호랑이를 만났거든.
호랑이는 꼬리가 길어. 길면 뱀이지.
뱀은 물어. 물면 모기지.
이렇게 이어지는 꽁지따기는 아이가 늘 하던 꽁지따기랑 형식은 똑같으면서도 내용은 달랐어요. 아이도 꽁지따기 놀이를 할 때 조금씩 바꿔가며 하긴 했지만, 이렇게 새 옷을 입은 꽁지따기는 처음이라 무척이나 신기해하고 재미있어 했어요.
몇날 며칠을 실실 웃으며 이 책을 보던 아이가 한마디했습니다.
“엄마, 이 책 같은 거 또 없어? 나 이런 책 사 줘!”
세상에! 서점에 가서 책을 고르긴 했지만, 이렇게 집에서 책을 보다가 책을 주문하긴 처음이었지요. 저는 그날로 바로 같은 시리즈 책을 사주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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