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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발왼발의 독서학교/아이+책+엄마

말놀이로 기르는 어휘력

by 오른발왼발 2024. 8.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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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저마다 말을 배워나가는 방식이 다르다.
책을 통해 말을 배워나가는 방법을 알아본다.

 

 

아이는 옹알이를 아주 많이 했어요. 목을 제대로 가누지 못해 천장만 보고 있으면서도 늘 옹알이를 하곤 했지요. 유모차에 태우고 밖에 나가면 쉬지 않고 옹알이를 하는 아이를 보고 사람들은 다들 한마디했어요. 아이가 말을 아주 빨리하겠다고요.

하지만 아이는 어느 날 밤, 너무나 큰 소리로 엄마!” 하고 소리친 뒤로는 더 이상 말이 늘지 않았어요. 18개월이 지나고서는 아이가 말이 너무 늦는 것 같으니 병원에 가 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이야기까지 듣게 되었습니다. 저는 며칠 동안 고민했어요. 그리고 병원에 가보자고 다짐했죠.

그런데 이게 웬일이죠? 병원에 가기로 한 바로 전날, 아이가 말하기 시작한 거예요. 그것도 한 단어가 아니라 2~3개의 단어로 말이에요. 아마도 아이의 옹알이는 보기엔 모두 똑같이 들렸지만, 아이는 나름대로 단어를 조합해서 말하는 훈련을 했었나 봐요.

그 뒤로 아이가 말을 배워나가는 모습을 찬찬히 살펴보게 됐어요. 아이들은 저마다 말을 배워나가는 방식이 다른 것 같아요. 우리 아이의 경우는 하고 싶은 말이 제대로 나올 때까지 밖으로 내보이지 않았지요. 어떤 단어를 내뱉었을 때 발음이 이상해서 고쳐주면 아이는 한동안 그 단어를 입에 올리지 않았어요. 한참 지나고 나서야 그 발음에 자신이 있으면 그제야 다시 그 단어를 사용했지요.

어떻게 보면 참 배우는 게 늦다고 할 수도 있었죠. 다른 아이들의 경우 발음이 조금 부정확하다고 해도 일단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맘껏 내뱉곤 했으니까요. 저는 일단 이렇게 내뱉는 게 말을 배우는 데 훨씬 유리하다고 생각했지요. 하지만 아무리 엄마라도 아이가 갖고 있는 기본 성향을 억지로 바꿀 수는 없잖아요. 아이를 잘 살펴가며, 아이가 발전해 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요. 저는 아이에게 말놀이를 최대한 재미있게 해주기로 마음먹었어요.

그 시절에 아이와 재미있게 봤던 책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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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서 찾은 말놀이의 즐거움

 

말을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다섯 살 무렵까지 말놀이는 아이의 가장 큰 즐거움 가운데 하나였어요. 특히 그림책은 일상에서 쓰는 말 외에도 다양한 말의 세계를 알려줬고요. 그렇다고 아이의 말놀이가 책에만 마무르지는 않았어요. 아이가 세 돌쯤 된 어느 날이었지요. 아이가 갑자기 저한테 문제를 하나 내겠다고 했어요. 그래서 문제를 내라고 했더니,

 

“제리는 제리인데 못 먹는 제리는?”

 

하는 거였어요. 도저히 답을 알 수가 없었어요. 모르겠다고 하니까 아이는 아주 만족한 얼굴로 자신만만하게 알려줬어요.

 

“톰과 제리에 나오는 제리.”

 

저는 그제야 아하!’ 했어요. 얼마 전부터 아이는 같은 발음이지만 다른 뜻을 가진 말에 부쩍 관심을 가졌거든요. ‘하면 타는 배, 우리 몸의 배, 먹는 배가 있잖아요. 분명히 같은 말이지만 서로 다른 뜻을 갖고 있다는 게 신기하고 재미있었나 봐요. 그림책을 보다가 타는 배가 나오면 자기 배도 가리키고 먼는 배가 나와 있는 책까지도 찾아왔어요. ‘도 마찬가지였어요. 먹는 밤과 깜깜한 밤이 있잖아요. 아이는 날이 깜깜해지면 밤이야?” 하고 묻고 했어요. 제가 , 밤이야.” 하고 대답하면 무슨 밤? 먹는 밤?” 하며 깔깔대며 웃기도 했어요. 말장난을 배워가는 시기였던 거지요.

그러던 차에 유치원에서 톰과 제리비디오를 봤나 봐요. 군것질로 먹었던 제리만 알고 있었는데 갑자기 만화영화 속에 제리가 나오다니! 아마 굉장히 놀랐던 것 같아요. 새로운 걸 또 하나 찾아냈다는 뿌듯함도 있었구요. 엄마한테 새로 알아낸 이 엄청난 걸 자랑하고 싶기도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집에 돌아오자마자 저한테 낸 문제가 바로 제리는 제리인데 못 먹는 제리였던 거지요.

저도 아이의 말놀이가 이렇게 엉뚱한 수수께끼로까지 이어질지는 생각도 못했어요. 아이가 새로운 말을 하나씩 배워나가고, 그 말이 아이에게 새로운 놀이가 되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아이는 어느새 초등학교 5핚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이런 엉뚱한 말놀이를 즐기곤 해요. 아이가 말을 안 들을 때면 제가 가끔 이 웬수덩어리!’ 하고 타박할 때가 있거든요. 그런데 아이는 이 말을 들으며 참 좋아해요. 보물덩어리, 복덩어리, 금덩어리……. 덩어리란 말은 모두 좋다면서 말아이에요. 그러니 앞으로 자기한테 그냥 웬수라는 말은 절대 하지 말고 꼭 웬수덩어리라고 불러달래요. 아이는 이렇게 엉뚱한 말놀이로 엄마의 타박도 즐거움으로 바꿔버립니다. 말놀이의 힘은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말놀이란?

 

말은 사람 사이에 생각이나 느낌을 전달하는 매개체이지요. 물론 말을 잘 못한다고 해도 상대에 대한 교감이 있다면 얼마든지 서로의 생각이나 느낌을 전달할 수도 있어요. 아이가 아직 말을 못할 때에도 아이가 하는 말을 다 알아들을 수 있는 건 이 때문이죠. 아이가 이라는 말 하나만 해도 아이가 이 말을 내뱉는 상황, 표정, 억양 등에 따라 무엇을 원하는지 눈치채는 것처럼 말이에요.

하지만 이런 방법에는 한계가 있지요. 여러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전달하려면 이를 표현하려는 말 또한 풍부해져야만 해요. ‘다르고 다른 것처럼 말이란 아주 작은 차이에서도 엄청 다른 느낌을 주기도 하니까요.

세 살에서 다섯 살 무렵은 아이가 말을 비약적으로 배워나가는 시기입니다. 어휘수도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의성어나 의태어 그리고 동음이의어나 반대말에도 관심이 많을 때지요.

말을 배우는 아이들을 보세요. 아이들에게 말이란 그저 사람 사이에 생각이나 느낌을 전달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아요. 아이들에게 말은 이야기가 되고, 노래가 되고, 놀이가 되지요. 이렇게 아이들은 단순히 말을 배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말이 갖고 있는 생생한 느낌을 몸에 간직해요. 그래서 어떤 순간이 오면 머리로 생각하지 않아도 저절로 적당한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게 해준답니다.

저는 말놀이를 재미를 아이를 통해 새삼 다시 깨달았지요. 같은 책이라도 그냥 눈으로 읽는 것과 소리를 내서 읽을 때 느낌이 달라진다는 것도 알게 됐고, 말이 갖고 있는 리듬감, 말놀이의 무궁무진한 세계도 알게 되었지요. 아마도 그건 아이가 저에게 준 선물인 듯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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